수소에 베팅한 화학·정유사들, 생산·유통 밸류체인 구축 경쟁
SK E&S, 한화종합화학, 롯데케미칼, 현대오일뱅크 등 수소사업 진출 선언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3일 16시 5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전통적 굴뚝산업으로 여겨졌던 정유·석유화학기업들이 '친환경 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하며 수소사업 진출에 나서고 있다. 미래 에너지라 불리는 수소시장의 급성장이 예상되면서 정유·석유화학기업들은 기존 사업에서 보유한 인프라와 노하우를 활용한 생산·유통·판매의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해 수소사업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 E&S, 한화종합화학, 롯데케미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대기업 계열 정유·화학 기업들이 수소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 SK E&S, 세계 최대 연 3만톤 액화수소 공장 건설


국내 최대 민간 재생에너지 사업자인 SK E&S는 오는 2023년까지 인천에 대규모 액화수소 생산 공장을 짓는 한편, 해외 기업들에 대한 지분투자로 기술 확보에도 나섰다. SK E&S는 그간 천연가스(LNG) 사업에 주력해 왔는데, 수소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발을 뻗고 있는 셈이다.


SK E&S는 LNG 사업에서 밸류체인을 구축한 경험을 토대로 수소사업에도 밸류체인 적용을 자신하고 있다. 생산에서 유통, 공급까지 책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이를 위해 SK E&S는 액화수소를 점찍었다. 영하 253에서 냉각한 수소인 액화수소는 기체수소보다 약 800배 부피가 작아 운송 효율이 높다. 한 번에 운송할 수 있는 양이 적은 기체수소에 비해 운송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액화수소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SK E&S는 인천 SK석유화학단지에 세계 최대 규모인 연 3만톤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을 짓는다. 오는 2023년7월부터 공장이 가동된다. 이밖에도 보령LNG터미널 인근 지역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산업적인 용도로 이용하는 CCUS 기술을 활용해 연간 25만톤 가량의 블루수소를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액화수소와 블루수소를 합해 생산 규모만 연 28만톤 수준이다.


◆ 한화, '수소→연료탱크→UAM' 순환구조 구축


수소는 트럭, 버스 등 상용차나 선박 등의 연료로 주로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 이동수단으로 불리는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UAM)에도 수소에너지가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종합화학은 '수소→연료탱크→UAM'으로 이어지는 순환구조를 구축한다. 한화종합화학은 석유화학 공정에서 부생수소를 얻고 있는데, 수소사업에 뛰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미래 공급처를 확보하게 됐다. 정유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밸류체인을 연료탱크와 UAM 생산으로 극복하는 셈이다.


롯데케미칼은 2030년 국내 수소 수요의 30%를 담당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2030년까지 연 60만톤의 청정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생산량에서 단연 압도적이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이 확보한 물류·유통 인프라를 통해 수소를 유통할 계획이다. 사업장 내에 수소 충전소와 발전소를 설치해 활용처를 확보한다. 그룹차원에서 구축된 유통라인 확보가 강점이다.


◆ 현대오일뱅크 주유소, 수소충전소로 탈바꿈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는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추진한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수소연료전지 시장은 매년 30% 이상 성장해 2030년이면 50조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수소 생산에 이어 연료전지 사업에 나서면서 생산, 저장, 판매에 이르는 밸류체인이 구축될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정유사로는 처음으로 고순도 수소연료 생산에도 나섰다. 현대오일뱅크는 지금까지 연 20만톤의 수소를 자체 생산해 공정 가동에 활용해왔다. 향후 이를 수소차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순도를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자체 생산한 수소를 수소차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순도를 99.999%까지 높여야 한다.


현대오일뱅크는 기존 주유소 사업을 기반으로 수소차 충전 네트워크에도 적극적이다. 2030년까지 전국에 180개의 수소차 충전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충전소 확대에는 현대오일뱅크 주유소가 활용될 전망이다. 현재 수소 충전 인프라는 매우 열악한 상황인데, 주유소를 활용하면 충전소 접근성 확대에 이점을 가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업계는 부생수소로 이미 수소를 활용하고 있어 사업 확장에 용이한 편"이라며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기존 사업과 수소사업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소 사업 진출은 정유·석유화학기업에게 오늘 내일 이야기가 아니다. 탄소배출 감소에 대한 논의가 깊어지면서 수소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수소에너지 시장의 성장률은 급속도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050년에는 수소시장 규모는 3000조원에 달하고, 수소에너지에 대한 투자 규모도 2050년 5000억 달러(한화 약 58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위원회에 다르면 전 세계 에너지 중 18%가 수소로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수소가 핵심 에너지원으로 급부상하게 되면서 수소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큰 혜택을 받을 것"이라며 " 특히 정유·석유화학 기업의 경우 공정 과정에서 이미 수소를 생산하고 있어 사업 진출에 유리한 고지에 올라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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