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원 "플레뉴·오토캡슐로 과거 영광 되찾겠다"

[김진욱 기자]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코원 사옥 (사진제공=코원)



20년째 음향·영상기기 외길을 걷는 기업이 있다. MP3플레이어(MP3P)와 휴대용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로 국내·외 시장을 장악했던 코원(대표이사 박남규)이다.


◆ 제트오디오부터 플레뉴까지…음악과 함께한 20년


MP3P를 사용했던 세대에게 코원이라는 이름은 익숙하다. 2000년 처음 출시한 '아이오디오(iAUDIO)' 시리즈부터 지난해 론칭한 고음질 플레이어 '플레뉴(PLENUE)' 시리즈까지 히트상품을 여러개 내놨기 때문이다. 2006년 출시했던 프리미엄 MP3P 'D2'는 누적판매량이 150만대에 이른다. 10만대 이상 팔리면 베스트셀러라고 여겨지는 MP3P 업계에서 밀리언셀러 기록은 손에 꼽힐 정도로 드물다.


1995년 거원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코원은 1997년 컴퓨터용 플레이어 '제트오디오'를 내놓으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mp3, mov, mpg, ra 등 파일 형식을 가리지 않고 재생해내던 제트오디오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평가기관 지디넷(ZDNet)과 씨넷(CNET) 등으로부터 최상위 등급을 받았다. 당시 일본 후지쓰(Fujitsu)가 자사 컴퓨터에 제트오디오를 기본 탑재했으며 1999년에는 대통령상도 받았다.


코원은 제트오디오를 성공시킨 뒤 부설 연구소를 설립했고, 2000년 MP3P 사업을 시작했다. 소프트웨어업체가 음향기기 제조업에 뛰어든 것이다. 신사업에 대한 부담감에 내부 반대가 심했지만, 박남규 대표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생각을 갖고 MP3P 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사내 의견이 팽팽해 임원회의가 열렸고, 한 표 차이로 신사업에 진출하는 것으로 결정났다.


당시 출시한 아이오디오 'CW100'은 경쟁 제품의 절반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기본에 충실한 제품을 만들자'는 전략으로 가격을 대폭 낮춘게 적중한 것이다. CW100은 국내 MP3P 시장점유율 10%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후속으로 출시한 'CW200'은 국내는 물론 미국과 홍콩 등지에서 인기를 끌어 코원의 영업이익을 600%가량 성장시켰다. 이후 'D2'와 'S9' 등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코원은 2011년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11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MP3P 기능을 흡수한 스마트폰의 등장 때문이었다. 미국 애플컴퓨터가 MP3P '아이팟(iPod)'에 전화 기능을 접목한 '아이폰(iPhone)'을 출시하자 전세계 MP3P 시장은 치명상을 입었다. 소비자들은 스마트폰과 MP3P를 따로 들고 다닐 이유가 없었다.


코원은 고음질 플레이어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디지털 변환 과정에서 손실되지 않은 원음을 그대로 듣고 싶어하는 '음악 마니아'들의 수요를 발견한 것이다. 지난해 출시한 고음질 플레이어 '플레뉴 1'과 지난달 내놓은 '플레뉴 M'은 각각 125만원, 86만9000원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 국가에 론칭했다. 일본 최대 전자제품 백화점 요도바시에 입점하는 등 까다로운 일본 시장 진출에도 성공했다.


◆ 제2 먹거리 영상기기…"블랙박스 육성 중"


코원은 MP3P를 비롯한 음향기기에 이어 PMP로 영상기기 사업을 시작했다. 2005년 내놓은 와이드 PMP 'A2'가 바로 그것. 코원은 현재 국내 PMP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현재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잠식당해 시장 규모가 큰 폭으로 작아져 대부분의 PMP 제조사가 사업을 철수한 상태다. 하지만 코원은 인터넷과 게임 등을 배제한 학습용 기기를 원하는 수요를 발굴해냈고, 해당 분야에서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다.





오토캡슐 AD1



코원은 2011년 '오토캡슐'이라는 브랜드로 차량용 블랙박스 시장에도 진출했다. 오토캡슐은 MP3P와 PMP를 개발하면서 축적한 배터리 기술과 영상 처리 노하우를 독특한 디자인에 접목시켜 매니아층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특히 2012년 출시한 'AD1'은 브랜드 이름처럼 캡슐을 닮은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았다. AD1은 '2012 글로벌경영대상'에서 글로벌디자인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코원은 2채널 광역역광보정기술(Wide Dynamic Range·WDR)을 탑재한 블랙박스와 전·후방 Full-HD에 와이파이를 탑재한 블랙박스를 세계 최초로 선보이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자체 지점과 동부대우전자 지점을 포함해 전국 400여개에 이르는 풍부한 애프터서비스(A/S)망도 장점으로 꼽힌다. 코원은 시장 전망이 밝은 블랙박스를 전략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 "신사업? 당분간은 잘 하는 것에 집중할 것"





박남규 대표



코원은 신너(Thinner)와 클리너(Cleaner) 등을 생산하던 케미컬 자회사 코원이노텍의 지분을 올해 3월 매각했다.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올해의 최대 목표는 흑자를 내는 것. 다행히 1분기에는 연결 기준 21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여기저기서 많이 받지만, 코원은 당분간 음향·영상기기(플레뉴·오토캡슐)에 집중할 계획이다.


박남규 대표는 "지금은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보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때라고 판단했다"면서 "코원이 가장 자신 있는 분야인 고음질 플레이어(플레뉴)와 블랙박스(오토캡슐)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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