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브아웃名家' 글랜우드PE, 바이오도 대박 낼까
SK케미칼 제약사업부 인수 추진...진단사업부·신약개발 등 통합법인 출범 전망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5일 13시 3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가 바이오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올해 LG화학 진단사업부를 인수한데 이어 SK케미칼 제약사업부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대기업 사업부를 인수한 뒤 성장시켜 되파는 '카브아웃(Carve-out)' 전략을 구사해 온 글랜우드PE가 바이오 부문에서도 '투자 불패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글랜우드PE는 SK케미칼과 제약사업부를 인수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단독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현재 세부 조건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에 있으며, 연내 인수 확정을 목표로 실사를 진행 중이다. 매각가로는 약 6000억원이 거론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글랜우드PE가 SK케미칼 제약사업부를 인수한 이후 복수의 바이오 사업부를 보유한 통합법인을 설립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인수 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LG화학 진단사업부에 제약사업을 붙여 새로운 회사를 출범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경우 통합법인은 진단사업과 제약사업을 영위하면서 연 35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재탄생하게 된다.

신약 개발 사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바이오 벤처기업 인수를 통해서다. 글랜우드PE는 LG화학 진단사업부를 인수하며 약 5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바이오 벤처기업 2~3곳을 인수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최근에는 구체적인 후보를 추린 후 협상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상은 바이오 관련 기술특허 및 판매허가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생산시설을 갖춘 곳들이다.


인수 가능성은 높다. 그간 많은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벤처캐피탈로부터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받았지만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밸류에이션(기업가치)도 급감했다. 투자자들의 자금회수(엑시트) 길은 요원해졌고 추가자금을 투입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벤처캐피탈의 투자밸류와 동일한 수준에서 지분인수가 추진되더라도 기존 주주들이 반대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시장에서는 바이오 기업들의 기업가치가 크게 낮아진 현 투자시장 환경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린 글랜우드PE가 이번에도 성공적인 결과물을 낼 수 있을 지 주목하고 있다. 글랜우드PE는 2015년 설립된 이후 다수의 카브아웃 딜을 진행하면서 단 한 번도 투자에 실패하지 않았다. 빠르게 중형 PEF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지난 6월 매각에 성공한 PI첨단소재는 글랜우드PE의 우수한 엑시트 능력을 입증한 대표적인 사례다. 글랜우드PE는 PI첨단소재 지분 54.07%를 1조원에 매각했는데, 이는 당시 시가총액 대비 60% 높은 금액이다. 특히 PI첨단소재는 작년 12월 한 차례 매각이 불발된 이력이 있고, 주가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매각 성사에 대한 시장 관계자들의 평가가 높다.


다른 포트폴리오의 성과도 뛰어나다. 회사 설립과 같은 시기 3000억원을 투자해 품에 안은 동양매직은 2년 만에 약 두 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엑시트에 성공했다. 2018년 6000억원을 투입해 인수한 해양에너지·서라벌도시가스로는 2년 6개월 만에 약 8200억원을 회수했다. 지난해 LX인터내셔널에 매각한 한국유리공업은 93%에 달하는 총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글랜우드PE가 LG화학 진단사업부 인수를 시작으로 바이오 업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며 "이번 SK케미칼 제약사업부 인수에 성공하면 단숨에 대형 바이오 회사로 거듭날 수 있는 만큼 딜 성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카브아웃 전략을 구사하며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올려온 글랜우드PE가 바이오 분야에서도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높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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