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HIC 활용 '셀프' 순익 창조
유증 통해 과거 대손충당금 환입…주주들한텐 '못 먹는 감'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9일 17시 0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한진칼)


[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대한항공이 올해도 견조한 수익성을 기록한 덴 조원태 회장이 구사한 '기술'도 한몫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가 한진인터내셔널(HIC)에 빌려준 대여금 가운데 대손충당금으로 처리한 이자채권이 정상화되며 대규모 가외수익이 발생한 것이다. 이 부분에서 시장의 눈길을 끈 점은 HIC의 충당금이 해소된 배경이다. 계열사가 실적 정상화를 통해 빚을 갚은 게 아니라 조 회장이 추가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셀프 순이익'을 만들어낸 까닭이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개별기준 올 상반기 순이익은 7269억원으로 집계됐다. 시장은 이에 대해 대한항공이 어닝서프라이즈급 실적을 유지했단 반응을 보였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항공화물운임의 하향 안정화로 26.9% 줄었지만 반년 만에 2021년 연간(6387억원)순이익을 넘어섰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외화환산손실이 지난해 5057억원에서 올 들어 2393억원으로 절반 이상 축소된 점과 함께 계열사 대여금에 의한 '착시효과'도 적잖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대한항공은 2020년 미국 계열사인 HIC에 1조1215억원을 대여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을 타개함과 동시에 조 회장의 비(非)항공사업 매각의지에 따라 HIC가 갚아야 할 담보부차입금에 대한 상환자금을 지원하는 용도였다.


이 대여금 채권은 작년까진 조원태 회장에 큰 부담을 안겼다. HIC가 팬데믹 여파 등으로 최근 2년간 총 2777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내는 등 지불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한항공은 2021년 HIC로부터 받아야 할 미수이자 654억원 가운데 464억원을, 지난해에는 미수수익 1269억원 전액을 손실충당금으로 설정했다. 이러한 손실충당금은 지난해 대한항공의 영업외비용에 산입, 당기순이익에 악영향을 끼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장은 대한항공이 HIC을 매각하기 전까지 수천억원에 달하는 충당금을 감내해야 할 것이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세간의 우려와 달리 대한항공에 쌓인 대여금 충당금은 일거에 해소됐다. HIC가 지난 2월 대한항공을 상대로 단행한 934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상환능력을 갖춘 것이다. 이에 대한항공은 과거 HIC 이자채권에 설정한 충당금 전액(1269억원)을 올 상반기 중 대손충당금 환입으로 전환, 영업외수익 증대 효과를 누렸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부실을 털어냈다는 점에선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 하다"며 "다만 HIC는 팬데믹 이전부터도 줄곧 적자를 내 왔기 때문에 대한항공이 추후 계열사 보유 지분가치하락에 따른 손실을 입을 우려도 상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진그룹은 지속해서 HIC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 추후 매각가액이 조원태 회장 등의 실질적인 손익을 판가름할 잣대가 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항공이 인식한 대손충당금 환입은 회사 일반주주들에겐 '못 먹는 감'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일회성·장부상이익인 만큼 배당재원에 이를 활용하긴 어렵다는 점에서다. 실제 대한항공은 지난 2월 배당정책을 내놓을 당시부터도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30% 이내에서 주주에게 환원하겠다"면서도 "이 가운데 미실현 손익 및 일회성 비경상 손익은 제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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