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인, 저축銀 매각 '진퇴양난'…지배구조 영향은?
금융위, 오너 유준원 대표 중징계 확정…저축銀 매각·행정소송 '기로'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1일 16시 4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준원 상상인 대표. 상상인그룹 제공


[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상상인그룹이 유준원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계열 저축은행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번지며 난관에 직면했다. 보유하고 있는 저축은행 지분을 처분해야할 위기에 처하면서 '유준원→상상인그룹→계열 저축은행'으로 이어지던 지배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 유준원 대표, 대주주 사법리스크 현실화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상상인 그룹 계열의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렸다.


이번 명령은 유 대표가 금융위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대법원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다. 지난 2019년 금융위는 불법 대출, 허위보고 등의 혐의로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을 상대로 2019년 말 기관경고와 과징금 15억2100만원, 과태료 3억6000만원, 당시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대표이사였던 유준원 상상인 대표에게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 


이에 상상인 측은 직무정지 처분에 반발해 행정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정공방이 이뤄졌으나 올해 5월 대법원에서 기각되면서 처분이 확정됐다.


당시 저축은행 대표이사이자 현재 대주주인 유준원 대표에 대한 행정처분 확정은 필연적으로 대주주 부적격 문제로 번질 수밖에 없었다. 저축은행법과 금융회사지배구조법 등에 따르면 직무정지 징계를 받은 이는 이후 4년간 금융사의 임직원과 대주주가 될 수 없다.


◆ 그룹 보유 저축銀 지분 매각 수순 '지배적'


문제는 현재 상상인그룹의 입장에서 대주주 변경을 제외하고는 지금의 부적격 요인을 제거할 마땅한 해결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유 대표의 경우 징계가 확정됐기 때문에 금융위의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이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사실상 계열 저축은행에 대한 매각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지분은 상상인이 100% 보유하고 있다. 상상인은 유준원 대표가 지분 23.4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유 대표의 특수관계자 지분까지 더한 지분율은 32.19%다.


'대주주 적격성 충족명령'을 결정을 이행하지 못 할 경우 금융당국은 6개월 안에 대주주 보유 지분율을 10% 이내로 남기고 강제 매각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통상 대주주 적격성 문제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적격여부 판단→부적격 시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이행기간(최대 6개월)→미행 시 지분 처분(대주주 지분 중 10% 초과분) 명령' 순으로 진행된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대주주 적격성을 충족하지 못하면 결국 대주주가 바뀌어야 한다"며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의 대주주 또는 상상인그룹의 대주주가 변경됨으로써 해소될 수 있는데, 후자보다는 전자가 현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관측했다.


◆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銀 수익·건전성↓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의 지분 매각이 현실화할 경우 두 저축은행의 염가 매각을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저축은행업계가 심각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 역시 수익성과 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 현재 상황에서는 기업 가치 판단 측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올 상반기 24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특히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이 2.13%에서 10.67%로 8.54%p(포인트)나 치솟았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역시 9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3.16%에서 10.68%로 2배 이상 급증하면서 자산건전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여기에 급매로 인한 저평가 우려도 제기된다. 저축은행 업계에는 앞서 유진그룹이 상상인그룹과 유사한 사례가 겪었다. 유진그룹은 2021년 말 유진저축은행(현 다올저축은행)을 KTB금융그룹(현 다올금융그룹)에 매각한 바 있다. 당시 유진그룹의 급박한 매각 배경으로 대주주 적격성 시비가 꼽힌다.


2021년 당시 KTB투자증권은 유진저축은행 지분 60.2%를 2003억원에 매입했다. 100% 기준 지분 가격은 약 3330억원이다. 2020년말 자본총계(3927억원) 기준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8배 수준이다. 비슷한 시기 매각됐던 스마트저축은행(약 1.2배), 대한저축은행(약 1.4배) 등과 비교해도 크게 저평가 됐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매각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행정 소송 등의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상상인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사실상 금융당국의 충족 명령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2주 안에 명령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지분 매각 등 금융당국의 후속 명령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내부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에 대한 인수 후보자로는 우리금융지주, JB금융지주 등 금융지주사와 사모펀드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공식적인 움직임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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