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IB전략 톺아보기
손 잡기로는 부족···'피 섞는' 하나銀
③과감한 지분 투자 등 협업 확대 통한 딜 발굴에 역점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0일 15시 3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금리 장기화 시대를 넘어 제로금리 일상화 시대로 접어든 요즘.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국내 은행들은 앞다퉈 투자은행(IB) 부문을 키우고 있다. 과거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돈을 빌려주거나 해외 진출 기업의 외화 조달을 돕는 수준에서 벗어나 현재는 런던과 뉴욕·홍콩 등 데스크를 설치, (deal)을 직접 발굴하고 완료하는 수준에까지 도달했다. 이 과정에서 은행권 안팎의 관계자들을 놀라게 만든 딜들도 여러 건 있었다. 올해 초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딜 발굴부터 협상, 완료에 이르기까지 IB 전 과정에서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IB부서는 여전히 바삐 움직이고 있다. 팍스넷뉴스는 은행권 IB부문 담당자들을 만나 현재 상황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전략들을 살펴본다. 



[팍스넷뉴스 양도웅 기자] 하나은행의 IB 전략은 하나은행만을 놓고 말할 수 없다. 내부로는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과의 협업, 외부로는 국내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비롯한 해외 항공기리스 전문회사 등과의 협력은 하나은행 IB 전략의 핵심이다. 


하나금융그룹은 KB금융그룹과 함께 국내 금융그룹 중 IB사업을 계열사 간 협업이 필요한 부문으로 인식한 첫 그룹이기도 하다. 2016년 말 하나금융은 IB부문서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해 은행 IB부문을 본부에서 사업단으로 높였고, 이듬해 초 은행 IB(CIB)사업단장을 하나금융투자 IB그룹장도 겸직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도 취했다.


지난 8일 팍스넷뉴스와 만난 하나은행의 한 관계자는 당행의 IB전략에 대해 "지금은 혼자 클 수 없다"며 "은행 안팎에서 다른 곳과 함께 네트워크를 넓혀나가야 좋은 딜을 발굴할 수 있고, 좋은 딜도 메이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의 부족한 부분은 파트너십 체결 등을 통해 보완하는데, 최근에는 MOU(양해각서)만으론 좋은 결과물을 내기 힘들다는 판단에 지분 투자와 펀드 출자 등 시쳇말로 '피를 섞는' 정도의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실제로 효과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앤컴퍼니와 손잡고 에이치라인해운에 공동 투자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피 섞기' 전략 중 하나다. 에이치라인해운은 2014년 한앤컴이 펀드를 통해 한진해운의 벌크 전용선 사업부를 따로 떼내 인수한 뒤 설립한 선사다. 현재 국내 최대 전용선 전문선사로 손꼽힌다. 


지난달 말 하나은행은 하나금융투자 등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과 함께 한앤컴과 에이치라인해운의 100% 지분 매입을 위한 계약(SPA)과 공동업무집행사원(Co-GP)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에이치라인해운의 지분 100%는 기존 한앤컴이 보유하고 있던 펀드에서 하나은행과 하나금투, 한앤컴이 함께 만드는 펀드로 인계될 예정이다. 


펀드 조성 규모는 에쿼티 약 1조원, 인수금융 7500억여원 수준이다. 전체 에쿼티 투자금 중 3000억여원을 하나금투가 총액 인수하고, 하나은행은 인수금융의 대표 주선사를 맡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펀드에 1000억여원 직접 출자도 한다. 단순 중개에서 벗어나 더 적극적인 에쿼티 투자 기회를 찾던 하나은행에겐 이번 투자로 IB사업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셈이다. 


이 관계자는 "좋은 파트너와 좋은 딜을 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이번 투자로 (국내 IB업계에서) 게임체인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지성규 하나은행장과(사진 왼쪽) 패트릭 덴 엘젠(Patrick Den Elzen) AAC 대표가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하나은행>


하나은행의 '피 섞기' 전략은 해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3월 하나은행은 국내 은행 최초로 해외 항공기리스 전문회사인 AAC(Arena Aviation Capital)과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AAC로부터 연간 10억 달러 이상의 새로운 항공기금융 딜을 소개받는다는 게 골자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밝힌 ACC 지분 10%에 대한 투자를 올해 단행할 예정이다. 앞서 언급한 단순 MOU를 넘어 '피'를 섞음으로써 해외에서도 항공기금융 강자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다. 최근 4년여간 하나은행이 주선한 항공기금융 규모는 1조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인프라금융에서는 독일 보험사인 알리안츠그룹과 협업한다. 알리안츠그룹이 조성한 펀드에 투자하고, 알리안츠그룹으로부터 매년 5개 이상의 인프라 관련 딜을 소개받는 게 협업의 주된 내용이다. 이미 올해 몇 개 딜에 대해 비딩(Bidding)을 준비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다른 관계자는 "안으로는 하나금투를 포함한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과, 밖으로는 금융기관뿐 아니라 여러 기업들과 원활하게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올해 초 IB부문 순이익 성장률을 전년 대비 25%로 계획했는데 무난하게 목표 달성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다른 곳과의 소통에 열려 있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 어렵다"며 "우리가 4를 가져가고 파트너가 6을 가져가는 딜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전략은 롱-텀 비즈니스(Long-term business)인 IB부문에선 훗날 더 큰 성과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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