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3세 경영
막오른 성년후견심판, 끝 아닌 또다른 시작?
조희원 씨, 관계인으로 의견서 제출…反조현범 연대 결속력·추가 소송 등 변수 여전


[팍스넷뉴스 권준상, 윤신원 기자]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성년후견심판 절차에 쏠리고 있다. 성년후견제도란 정신적인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결여된 성인에게 후견인을 지정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아직 성년후견심판의 본격적인 재판은 시작되지 않았다. 법원이 조양래 회장의 자녀들로부터 성년후견심판 관련 의견서를 전달받은 상황이다. 성년후견심판을 청구한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에 이어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도 청구인과 동등한 자격을 부여받는 참가인으로 의견서를 제출했다. 


앞서 조현식 부회장과 조희경 이사장은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조양래 회장 지분을 차남인 조현범 사장에게 넘긴 것을 두고 입장문을 통해 반대입장을 피력했다. 이번 의견서 제출로 조양래 회장-조현범 사장 대 조현식 부회장-조희경 이사장의 대립구도가 더욱 뚜렷해졌다. 조현식 부회장 측은 "이번 사건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며 "법원 허가가 내려지면 참가인으로 이번 절차에 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재판에 대한 조현식 부회장의 대리인은 법무법인 로고스에서 담당하게 된다. 조현식 부회장 측은 "기존 법무법인 원은 일반적인 자문을 맡고, 로고스가 해당 사건에 대해 전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좀처럼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지 않았던 차녀 조희원 씨는 관계인으로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계인은 참가인에 비해 해당 사건에 대해 소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의미로, 재판기일에 대한 통지 등을 받지 못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조희원 씨도 지난 5일 의견서를 제출했다"며 "참가인이 아닌 관계인으로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희원 씨는 최초 중립으로 평가됐지만 최근 조양래 회장과 조현범 사장 측에 본인명의 계좌 자금을 임의로 사용했다며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에서 조현범 사장의 반대 입장을 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매들의 의견서를 수령한 법원은 재판 개시에 앞서 각종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성년후견심판청구서를 제출하면 법원은 가사조사(법원 출석, 출장 조사)와 정신감정(진료기록 감정), 재산 조회와 범죄경력조회를 진행한다. 핵심은 조현식 부회장과 조희경 이사장이 문제삼은 조양래 회장의 정신감정이다. 앞서 조희경 이사장은 지난 7월 말 서울가정법원에 조양래 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하면서 조양래 회장이 자발적 의사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현범 사장이 지난 6월 시간외 대량매매로 조양래 회장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23.59%를 인수해 보유 지분율이 42.9%로 늘자, 부친이 자발적 의사로 결정한 게 아니라며 정신건강을 문제 삼았다.


조양래 회장은 재판 개시에 앞서 법원에 의해 의사를 통한 정신상태 감정을 받아야 한다. 법원은 이후 조양래 회장의 상태를 확인하고 의사의 심문을 바탕으로 들은 진술 등을 종합해 조양래 회장의 잔존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후견 개시, 후견인 선임, 법정대리권의 범위 결정 등의 심판에 나선다.

  

재판기일에는 청구인과 사건본인이 출석하고 이해관계인도 참여할 수 있다. 사건본인 조양래 회장, 청구인 조희경 이사장, 참고인 조현식 부회장이 해당한다. 법원이 해당 사건에 대해 조양래 회장이 재산관리 능력 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할 경우 후견인이 선임된다. 법원의 결정에 대해서는 즉시항고가 가능하다. 

    

법원으로부터 선임 받은 후견인은 적지 않은 권한을 갖게 된다. 후견인의 주요사무가 재산관리와 신상보호이기 때문이다. 후견인은 사건본인(조양래 회장)의 재산을 관리하고, 법률행위의 대리권과 동의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 의료, 재활, 교육, 주거의 확보 등 신상에 관한 사항도 법원으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아 처리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재판이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에서 촉발된 만큼 끝이 아닌 또다른 시작이 될 수도 있다. 먼저 후견인이 선임될 경우 반대편 측에서 후견인의 임무수행을 문제삼을 수 있다. 법원은 직권으로 사건본인의 재산상황을 조사하고, 후견인에게 재산관리 등 후견임무 수행에 관해 필요한 처분을 명할 수 있다. 후견인은 법원의 후견사무 감독에 응해야 하고, 이에 불응하거나 후견사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한 경우에는 법원은 직원으로 후견인을 변경할 수도 있다.


주도권을 쥔 조현범 사장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도 분쟁이 재점화할 여지를 남겨두는 요인이다. 조현범 사장은 배임수재·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만약, 조현범 사장이 구속될 경우 후견인 선임을 놓고 격돌한 남매간 분쟁은 보다 첨예하게 대립할 수도 있다. 


자신의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온 조양래 회장이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재계에 따르면 조양래 회장은 최근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가사상속·자산관리팀의 변호사를 해당 사건의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조양래 회장이 향후 가족간 경영권분쟁 소송을 대비한 행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조현범 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남매간 연대는 아직 끈끈하지 않은 점도 자리한다. 조현식 부회장이야 조현범 사장과 이른바 비등한 지분율을 토대로 이른바 '형제경영'을 하다가 변곡점을 맞았지만 조희경 이사장과 조희원 씨는 경영권 분쟁에 선을 긋고 있다. 조희경 이사장 측은 "부친이 평소 주식을 공익재단 등 사회에 환원하고자 했던 신념과 너무 다른 결정이 갑작스럽게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고, 조희원 씨는 관계인 신청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경영권보다 재산분할 등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희경 이사장 측은 법원이 조양래 회장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후견인을 선임하지 않을 경우 이후 행보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조희경 이사장 측 관계자는 "조희경 이사장이 성년후견심판을 청구한 것은 평소 주식을 공익재단 등 사회에 환원하려던 부친의 소신을 알기에 책임감을 갖고 소송 신청에 나선 것"이라며 "다만,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다음에 무엇을 할 지에 대해서는 확답할 수 없으며, 현재는 이번 절차진행에 집중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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