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때문에"…산업銀, 후순위채 이자부담 눈덩이
BIS비율 권고 수준 턱걸이…하반기 후순위채 7000억원 추가 발행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7일 10시 0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20일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KDB산업은행 제공)


[딜사이트 강지수 기자] 한국전력의 대규모 손실이 누적되면서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의 재무건전성에 비상이 걸렸다. 산업은행은 정부의 추가 출자 등을 고려하는 동시에 자구책을 통한 자본적정성 제고를 위해 올해 하반기에도 대규모 후순위채를 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더욱이 산업은행이 최근 발행하는 후순위채 금리가 높아지면서 이자비용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올 하반기 70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지난 4월 8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이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올해만 총 1조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셈이다.


이는 연도별 발행량으로 비교했을 때 역대 최대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고, 2019년 3000억원, 2017년 5000억원, 2016년 등 총 4차례에 걸쳐 총 1조원을 발행한 바 있다. 


◆ 자본적정성 하락, 후순위채 발행 자구책


산업은행이 후순위채 발행을 늘리는 것은 자본적정성이 하락하고 있어서다. 지난 1분기 산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비율은 13.11%로, 같은 기간 시중은행 평균(16.71%)과 대비해 크게 낮았다. 이는 금융감독원의 권고치인 13%을 겨우 웃도는 수준이다. 


산업은행이 발행한 후순위채 상당량은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후순위채 특성상 만기가 5년 이내인 채권은 매년 자본인정액이 20%씩 차감되는데, 산업은행의 후순위채 중 만기가 5년 이내인 채권은 총 8개로 이들 채권의 자본차감액은 2조5840억원이다. 전체 발행액(5조5000억원)의 절반 가량이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산업은행의 BIS비율은 시중은행 대비 들쑥날쑥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현물출자 주식과 구조조정기업 출자전환 주식 비중이 높은 특성상 시황에 따라 평가손익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전력 1조원 손실이 산업은행의 BIS비율을 7bp(1bp=0.01%p) 낮추는 것과 마찬가지로, HMM의 주가가 1000원 변동할 경우에도 산업은행의 BIS비율에 7bp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은행 BIS비율이 규제비율에 가까워질 정도로 하락하면 후순위채를 발행하거나 정부가 유상증자로 실탄을 지원해 자본을 확충했다. 최근 산업은행은 지분법으로 인식되는 한전이 큰 손실을 내면서 자본적정성이 크게 하락했는데, 올해도 한전의 적자가 지속할 것으로 보이면서 자본적정성 하락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20일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자본적정성 제고를 위한 대내외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자체적 수익성 개선과 함께 정부, 국회와 추가 출자 등 자본확충을 위한 협의에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산업은행이 자구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도 언급했다. 


강 회장은 "BIS비율 13%를 각고의 노력으로 넘기고 있지만 13% 미만이 되는 경우 국제금융시장에서 산업은행을 어떻게 볼까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정부와 논의를 지속하고 있는데 상황이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당기순이익을 늘려 이익잉여금 증가로 보통주자본을 늘리거나, 자본성증권을 발행해 자본비율을 높이는 자구책을 활용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 1분기 이자비용만 2.3조원…금리 상승에 재무부담 가중


산업은행은 하반기 후순위채 7000억원을 발행하되, BIS비율에 따라 발행량이 조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지난 3월 말 이사회에서 후순위채 발행한도를 2조원으로 설정했는데, 지난 4월 8000억원을 발행하면서 올해 발행 한도는 총 1조2000억원이 남아 있다.


그러나 자본성증권 발행 증가에 따른 산업은행의 재무부담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1분기 산업은행의 이자비용은 2조3109억원으로 전년동기(7313억원)대비 216.0% 큰 폭 증가했다. 지난해 하반기 시장금리 상승으로 산업은행이 발행한 후순위채 표면금리가 5%대까지 치솟은 데다가, 산금채 금리 또한 상승하면서 전반적인 조달비용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올해 후순위채 발행 금리 또한 과거 대비 상승했다. 올해 2분기 발행한 7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2개의 표면금리는 4200억원이 4.61%, 3800억원이 4.46%으로 과거 산업은행이 발행한 후순위채 표면금리가 2~3%대였던 것과 비교해 발행 부담이 한층 커진 모습이다. 올해 하반기 7000억원 추가 발행이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면 산업은행의 이자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금리는 발행 시점의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BIS비율을 규제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정부와 협의에 따른 출자도 옵션이겠지만 자체적인 구조조정에 성공해 자본여력을 올리거나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것 또한 하나의 옵션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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