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 선 남양유업
10년 잔혹史 거치며 현금흐름 '악화일로'
④잇단 악재로 불매운동 확산…3년째 마이너스 현금흐름 지속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7일 11시 0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남양유업 본사 전경. (제공=남양유업)


[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국내 분유·발효유 부문 1위 타이틀을 거머쥐며 승승장구하던 남양유업이 수년에 걸쳐 터진 잇단 악재들로 불매운동이 확산되며 막대한 현금이 유출되고 있다. 시장은 남양유업이 영업현금흐름(OCF)을 다시 플러스(+)로 만들기 위해선 강력한 이미지 쇄신을 통한 수익 개선과 함께 묶여있는 재고 등의 원활한 유동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시각을 견지 중이다.


남양유업 제품의 불매운동이 시작된 기점은 2013년 발생한 일명 '대리점 밀어내기' 사건이었다. 당시 본사 영업사원이 지역 대리점이 주문하지도 않은 상품을 강제로 할당하고 이를 판매하도록 강요한 전횡이 드러났다. 특히 이 과정에서 대리점 직원에게 막말을 하는 음성파일까지 공개되면서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거센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이후 남양유업은 2014년 아이스크림 브랜드 '백미당'을 출시하며 불매운동의 타격을 벗어나려 했지만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7년 일본 태평양전쟁 전범기업인 모리나가제과의 '밀크카라멜우유'를 GS리테일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요청으로 생산하면서 또 한번 도마에 올랐다. 시장의 비판이 커지자 이듬해 제품 생산과 판매를 중단했지만 이미지 훼손은 피하지 못했다.


2021년 들어선 불가리스 사태까지 터지며 기업이미지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 이 사태는 코로나19 팬데믹 불안이 한창 고조되던 시기에 남양유업의 대표 발효유 제품인 불가리스가 감염을 억제하는 효과를 확인했다는 자체연구소 결과를 공식 발표한 것이 발단이 됐다. 하지만 해당 발표가 임상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남양유업은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것과 동시에 여론의 뭇매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다.


그 사이 견고했던 회사의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했다. 첫 불매운동이 발생하기 직전 해인 2012년 남양유업의 연결 순이익은 611억원에 달했지만 이듬해엔 대리점 밀어내기 사태가 불거지며 순적자만 455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점진적으로 이익을 회복하며 재도약을 꾀했지만 또 다른 악재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2020년 535억원, 2021년 589억원, 2022년 784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 수렁에 빠졌다.


순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영업현금흐름도 동반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영업현금흐름은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재원으로 기업의 현금창출력을 가늠하는 핵심지표 중 하나다. 이 회사의 연결 영업현금흐름을 보면 2012년 881억원에 달했지만 작년 말에는 마이너스(-) 78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현금흐름이 음수라는 건 영업을 통해 돈을 벌긴커녕 유출이 발생했단 의미다.


남양유업 총영업활동현금흐름 변동 추이. (출처=한국기업평가)

남양유업은 이러한 현금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매출채권을 줄이는 등 자구적인 노력에 집중했다. 실제 이 회사의 매출채권은 2012년 1679억원에 달했지만 이후 순차적으로 줄여나가며 작년 1147억원까지 감소했다. 2012년과 비교하면 32%나 줄어든 셈이다. 매출채권은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외상대금으로 비중이 크면 기업의 현금유동성에 악영향을 준다.


문제는 매출채권 감축에도 이 회사의 대표적인 고정비 항목인 운전자본(매출채권+재고자산-매입채무)은 쉽사리 줄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재고자산 부담 확대의 영향이 크다. 2012년 1508억원 수준이었던 남양유업의 재고자산은 작년 1792억원까지 늘어났다. 이 기간 원재료 가격의 인상과 함께 판매 부진이 지속된 탓이다. 실제 이 회사의 운전자본은 2012년 2333억원에서 작년 2433억원으로 오히려 100억원이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현금흐름 악화가 장기화되면서 이 회사의 현금성자산도 크게 쪼그라들었다. 남양유업은 2012년 2858억원에 달하는 연결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작년 말에는 1516억원까지 규모가 감소했다. 불매운동이 지속된 10년 사이 47%나 줄어든 것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남양유업의 현금흐름 악화는 지속된 순적자와 함께 과도한 운전자본 부담 영향이 크다"며 "수익을 회복하고 안정적인 경영 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각종 악재로 훼손된 이미지를 조속히 쇄신하고 불어난 재고자산의 유동화 등을 통해 운전자본 부담을 낮추는 작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관계자는 "최근 운전자본 확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재료 가격이 급격히 올랐고, 불안정한 수급에 대비해 충분한 재고를 확보해둔 영향"이라며 "향후 철저한 재고관리를 통해 운전자본 부담을 줄여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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