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L생명 매각
'펀딩 순항' 노틱인베스트, 남은 관문은?
③복수 출자자로부터 LOC 수령...딜 성사 핵심은 '매각가 조정'될 듯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0일 11시 3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ABL생명 인수전에 나선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노틱인베스트먼트의 펀드레이징(자금조달)이 순항하는 모양새다. 국내 금융사와 연기금 등으로부터 일찌감치 출자를 확정 받았다. 업계에선 ABL생명 인수를 오랜 기간 준비해 온 노틱인베스트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보는 분위기다. 다만 실제 딜이 성사되기까진 '매각가격 조정' 등의 관문이 남아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노틱인베스트는 최근 국내 금융사 및 연기금 등 2곳으로부터 출자확약서(LOC)를 발급 받았다. 출자 논의를 마치고 LOC 발급을 앞둔 곳까지 합치면 총 4~5곳으로부터 펀딩 받는 것이 사실상 확정됐다. 이밖에 복수의 출자자(LP)들도 노틱인베스트가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될 경우 출자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틱인베스트는 오는 18일 마감되는 본입찰까지 최대한 많은 LP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노틱인베스트는 ABL생명 인수설이 처음 나오기 시작한 작년 말부터 한발 앞서 펀딩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금융권 자금경색의 영향으로 실제 출자까지는 이어지지 못했지만 ABL생명에 대한 LP들의 관심은 확인할 수 있었다. 올 들어 시장상황이 일부 개선되면서 당시 접촉했던 LP들과 다시 접촉했고 일부로부터 긍정적 답변을 받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틱인베스트가 LP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회사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객관적인 정보전달'이 꼽힌다. 노틱인베스트먼트는 약 2년 전부터 ABL생명을 잠재 매물 목록에 올려 두고 모니터링을 지속해왔다. 단기 경영실적 개선보다 장기적으로 회사를 밸류업 시킬 수 있는 시나리오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 작업이 본격화 된 이후에는 ABL생명의 재무구조와 영업 현황을 정확히 분석하기 위해 KB생명, 삼성생명 출신들을 주축으로 한 실사단도 꾸렸다. 올해 새 회계제도인 IFRS17 도입으로 보험사 재무구조에 대한 신뢰도 문제가 지적되면서, 한층 업그레이드 된 전문가 집단의 분석이 필요해졌다고 판단해 내린 조치다.


노틱인베스트가 강력한 인수 의지를 보이며 성공적인 펀딩을 이어가고 있지만 업계 일각에선 실제 딜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매각가 조정'이라는 문턱을 넘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회사의 실제 가치 대비 현재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높게 책정돼 있다는 것. 매각측인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현재 거론되는 희망매각가(3000억원 수준)을 고집할 경우, 비싼 가격에 부담을 느낀 원매자들이 결국 인수를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보험 업계 전문가들은 ABL생명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저축성보험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점을 약점으로 지적한다. 저축성보험은 단기적으로 재무제표 상의 숫자를 긍정적으로 보이게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돌려줘야 하는 빚에 가깝기 때문에 높은 밸류에이션을 책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출처=금감원 금융통계시스템)

실제로 저축성보험은 만기 시 계약자에게 원금에 이자를 더한 금액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이 같은 이유로 보험업계에서는 저축성보험을 회사가 짊어져야 할 '짐'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ABL생명의 전체 보험료수입 중 저축성보험이 차지하는 비율은 42%에 달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노틱인베스트는 일찍부터 ABL생명 인수를 추진해온 덕분에 빠르게 LP를 확보할 수 있던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책정됐다는 의견이 많고 인수 이후에도 2000억원 이상의 추가적인 금액이 들어가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인수가를 낮춰야 실제 딜이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각 측과 인수 측이 눈높이를 얼마나 맞출 수 있느냐가 이번 딜 성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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