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롤러코스터 금리 적응법
美장기국채 금리 급등…고금리 시대 눈높이 맞춰야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1일 08시 3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진철 부국장]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야구 대표팀은 금메달로 유종의 미를 거뒀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첫 상대인 홍콩과의 경기에서 시속 100km가 안 되는 상대 투수들의 느린 공에 고전하던 타선은 8회가 돼서야 살아났고 8회말 콜드게임으로 아시안게임 첫 승을 따냈다. 


조별리그 2번째 경기 대만전에서는 150㎞대 빠른공을 던지는 대만 투수들의 속도에 한국 대표팀 타자들은 적응하지 못하고 0-4로 완패했다.  결승전에서 다시 만난 대만은 선발투수도 똑같은 리턴매치였는데 한국 야구 대표팀은 일주일간 시행착오 끝에 진화한 모습을 보였고 결국 2-0으로 꺾고 대회 4연패에 성공했다.


요즘 채권시장은 초저속구를 던졌던 투수가 강판되고 강속구를 던지는 교체투수를 만나 고전하는 타자를 떠올리게 한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에는 각국 중앙은행이 제로 금리(0%대) 정책을 폈고 저금리로 쉽게 돈을 빌려 투자에 나설 수 있었다. 하지만 불과 2년여 정도 기간에 금리는 너무 빠르게 올랐다. 


최근 미국 장기국채 금리가 4~5%대로 급등하면서 국내 채권시장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 디폴트 걱정없는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의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투자자금은 미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 국채가 글로벌 유동성의 블랙홀이 되면서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하락(환율 상승)하고 주식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올 하반기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를 걸었지만 이제는 현재의 고금리 수준이 당분간 지속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 장기국채의 평균 금리가 역사적으로 4~5%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금리 수준이 오히려 정상이라는 자조도 나온다.  


국내 채권시장도 최근 국고채 금리가 4%를 넘어서면서 빚 내는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수개월째 그대로 있는데 중장기 채권 금리는 단기간에 급등하고 있다. 채권자금이 한국전력채권(한전채)·은행채로 몰리면서 회사채는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결국 기업들은 금리를 올려 수요를 메워야 하기 때문에 채권을 발행할 때 더 많은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처지다. 실제로 비우량 등급인 BBB-급의 회사채(무보증/3년물) 금리는 최근 11%대까지 치솟으며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미국의 긴축 기조가 장기화한다면 원화값은 급락하고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경기 흐름이 악화하면 가계와 기업은 물론 정부도 이자상환 부담이 급증한다. 정부가 발행한 국채의 이자비용이 늘어나 재정건정성이 악화하면 다시 금리 상승압력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불과 2년 전 저금리를 전제로 짜여진 빚투(빚내서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의 재정 전략을 바꾸지 않는다면 다가오는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할 수 있다. 중앙은행 정책금리가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는 접고 고금리 시대가 왔음을 자각해야 한다. 지난 2년여간 롤러코스터 금리로 우왕좌왕했던 경험을 시행착오로 여기고 새로운 금리 눈높이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기사
데스크칼럼 354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