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털업계, 올해 더 험난…CEO '초긴장'
고위험 '브릿지론' 부실 위험 상승...여전채 수급 악화 가능성
이 기사는 2024년 01월 01일 07시 1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6일 인천 연수구 송도신도시 신축아파트 공사현장. (제공=뉴스1)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신한캐피탈, IBK캐피탈, 메리츠캐피탈, 한국투자캐피탈 등 주요 캐피탈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어느 때보다 무거운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올해 캐피탈업계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들리고 있는 탓이다.


일단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을 계기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위기가 금융권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최근 수년 사이 부동산 PF 비중을 빠르게 불린 캐피탈업계가 큰 타격을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PF 비중이 크지 않더라도 여신전문채권(여전채) 수급 악화 등 경영환경 악화가 예상되는 만큼 캐피탈사 CEO라면 예외 없이 부담을 안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캐피탈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캐피탈사는 부동산 PF 가운데서도 특히 부실 발생 가능성이 높은 브릿지론 보유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부동산 PF는 진행 순서대로 브릿지론과 본 PF로 나뉜다. 부동산 개발 사업장들은 공사 착공 전 토지매입 등 단계에서 돈이 부족하면 고금리로 2금융권에서 브릿지론을 통해 돈을 빌린다. 이후 인·허가를 받고 시공사를 선정하면 1금융권에서 토지담보대출로 본 PF를 실행한 뒤 브릿지론 자금을 갚는다.


문제는 작년 한 해동안 고금리 환경과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의 영향으로 본 PF가 빈번하게 실행되지 않으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본 PF가 실행되지 않자 캐피탈사들은 브릿지론 만기를 연장해 주면서 건설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넘길 수 있게 해줬다. 하지만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에서 알 수 있듯 건설업계 분위기는 오히려 나빠진데다 중소 건설사 줄도산으로 확산될 우려가 감지되고 있다.


캐피탈사는 수신 기반이 없고 은행 등과 비교해 조달비용 부담이 커 고수익·고위험 자산인 브릿지론, 중·후순위 및 비수도권·비주거용 부동산금융의 비중이 다소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더욱이 캐피탈사들은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이어진 저금리 환경 아래에서 조달비용 부담이 줄어들면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는데 이때 고위험·고수익 자산군인 부동산금융 및 투자금융 비중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2023년 3분기말 기준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약 134조 원이다. 이 가운데 은행과 보험사가 각각 44조원 정도를 차지하고 캐피탈사는 26조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신한캐피탈, IBK캐피탈, 메리츠캐피탈, 한국투자캐피탈 등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 금융 비중이 20% 이상을 차지하는 캐피탈사 CEO들은 올해 리스크관리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작년 9월 내놓은 '제2금융권 자산건전성 점검' 보고서에서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금융 비중이 높은 신한캐피탈 등은 그렇지 않은 캐피탈사와 비교해 수익성 하락폭이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캐피탈사 CEO들은 자금조달 비용 증가에 대한 대응방안도 적극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캐피털사는 2022년 이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자금조달 부담이 늘어 수익성 증대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은행채 발행 확대, 부동산 PF 관련 건전성 저하 등으로 여전채 발행 비용이 증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8일 내놓은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회사가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은행은 "증권회사와 여전사는 은행채 발행이 확대되거나 높은 시장금리 수준이 시장의 기대에 비해 장기간 유지되는 등 금융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신용도가 높지 않은 증권회사와 여전사의 경우 단기시장성차입 차환리스크에 한층 더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부동산 PF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의 건전성이 저하될 경우 여전사는 신용스프레드 증가에 따른 여전채 발행 비용 증가 경로를 통해 자금조달 여건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며 "유동성비율이 낮은 일부 여전사들은 자금조달 여건 변화에 유의하면서 유동성 상황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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