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순위채 증액 막힌 롯데손보, 자본확충 '난항'
올해 말 콜옵션 행사 예정, K-ICS 비율 제자리걸음…JKL 지원도 기대 어려워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9일 17시 0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롯데손해보험)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롯데손해보험이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최대 1200억원 규모 자본확충을 모색했지만, 시장의 투자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800억원 규모 조달에 그쳤다. 롯데손해보험의 자본적정성 지표가 미흡한 데다가 연내 후순위채 콜옵션(조기상환권) 행사를 앞두고 있어 자본 완충력을 높여야 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아쉬운 결과다. 대주주인 JKL파트너스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탓에 자금 수혈을 기대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JKL파트너스는 롯데손해보험의 매각을 앞두고 재무구조 개선을 이끌어왔지만, 시장의 우호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채권시장의 냉담한 반응이 인수합병(M&A) 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부담이 커진 모습이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은 전날 8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해 자금조달을 마쳤다. 이번 후순위채 발행을 위해 지난 21일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기관투자가들의 매수주문은 480억원에 그쳐 주관 증권사들이 나머지 물량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발행이 이뤄졌다. 만기는 10년으로 콜옵션 행사 시점은 5년 뒤인 2029년 2월 말이다. 발행금리는 공모 희망금리밴드(6.2~6.8%) 상단인 연 6.8%로 정해졌다.


이번 후순위채 발행 주관업무는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교보증권이 공동으로 맡았다.


당초 롯데손해보험은 이번 후순위채 흥행을 기대하면서 발행액을 최대 1200억원까지 증액할 계획이었다. 지난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에 따라 도입된 신지급여력(K-ICS) 비율이 148.9%(경과조치 적용 전)로 금융당국의 권고수준(150%)에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후순위채 800억원 발행 시 롯데손해보험의 K-ICS 비율은 153.2%, 최대 1200억원 발행 시 155.4%까지 높아질 수 있었다.


그러나 증액은 물론, 모집액에도 미치지 못하는 매수자금을 받으면서 롯데손해보험의 자본 확충은 제자리걸음을 하게 됐다. 주관 증권사들의 총액인수 방식으로 이번 800억원 규모 조달은 이뤄졌지만, 올해 12월 같은 액수의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K-ICS 비율을 단기간 개선하는 효과를 나타낸 뒤 연말께 다시 원위치로 돌아오게 되는 셈이다. 연내 자금소요 등을 고려하면 1년 뒤 K-ICS 비율은 오히려 뒷걸음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롯데손해보험의 대주주가 사모펀드 운영사인 탓에 유상증자 등 자금 수혈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구조다. 롯데손해보험은 지난 2019년 롯데그룹에서 매각돼 빅튜라(JKL파트너스의 투자목적회사)가 지분 77%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대주주가 PEF인 점을 감안하면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 가능성은 낮은 수준"이라며 "사모펀드는 설립 목적상 투자회사의 가치를 높여 그 수익을 출자자에게 배분하는 데 주력해 투자회사에 대한 재무적인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특히 JKL파트너스가 롯데손해보험의 매각 작업에 돌입한 시점에서 시장의 외면을 받은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그간 JKL파트너스가 롯데손해보험의 실적과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해 왔지만 시장에서 이렇다 할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서다. 현재 JKL파트너스 측이 희망하는 롯데손해보험의 기업가치는 2조~3조원 수준으로 전해지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롯데손해보험이 JKL파트너스 하에서 보험포트폴리오 질적 개편과 유의미한 재무구조 개선을 이뤄낸 것은 사실이다"며 "이번 후순위채 미매각은 주관사 사이에서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채권시장과 M&A시장의 투자자군이 물론 다르지만, 그간의 기업가치 개선 성과에도 채권시장에서 환호받지 못한 것은 M&A시장에서도 분명 맥이 빠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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