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주총, 표 대결보다 뜨거운 설전
자사주 미소각분과 이사회 독립성 두고 언성 높아져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2일 19시 3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형균 차파트너스 상무가 22일 금호석유화학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제공=딜사이트)


[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22일 금호석유화학(이하 금호석화)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표 대결 외에도 날카로운 설전이 벌어지며 눈길을 끌었다. 개인 최대 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가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손 잡고 2년 만에 도전장을 내민 자리다. 개회를 위한 주주 위임장 확인, 검표 과정에서도 박 전 상무-차파트너스 연합과 금호석화 측 사이에 마찰이 빚어지며 시작 전부터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날 표 대결이 펼쳐진 의안은 ▲자사주 소각에 관한 정관 일부 변경 ▲자사주 소각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등 총 3개 안건인데, 표결 전 주주 제안 측이 발언하는 과정에서 날 선 논박이 오갔다.


금호석화는 자사주의 소각 등 처분 결정이 이사회를 통해야 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안과 자사주 50% 소각을 주장하고, 박 전 상무 측은 자사주 소각이 주주총회 결의만으로도 이뤄질 수 있어야 하며 자사주 '전량' 소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회사 측은 현 이사회 의장인 최도성 사외이사를 재선임하겠다고 나섰고, 박 전 상무 측의 경우 현 이사회의 독립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며 새로운 사외이사 후보를 제안한 상황이다.


주주 제안 측을 대표해 주주총회에 참석한 김형균 차파트너스 상무는 각 의안의 표결을 앞두고 얻은 발언 기회에서 그동안 금호석화에 제기해 온 지적을 또 한 번 읊었다.


김형균 상무는 먼저 "투자 재원을 조달하려면 그냥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고 향후 자금이 필요할 때 주주 배정 증자를 해 주주에게도 사업 참여 기회를 주는 것이 원칙"이라며 "그게 안 되면 3자 배정 증자를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회사 측은 자사주를 자유롭게 처분하겠다는 것이고 이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전혀 맞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방식"이라며 "이게 진정 주주 가치 제고에 부합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이번 주총의 의장을 맡은 백종훈 금호석화 대표이사 사장은 "(주주 제안) 배경을 설명하라. 질문하는 자리가 아니다"며 중간 중간 발언을 끊는 한편,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하셨는데 지난해 미국에서 자사주에도 실질적인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논문이 발간됐으나 한 번 찾아 보시라"고 맞받아쳤다.


이후 김형균 상무가 이사 후보 추천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과 그의 아들인 박준경 사장, 최도성 사외이사 등을 비판하며 또 한 번 갈등이 불거졌다.


김형균 상무는 "개인 주주 연합이 박찬구 회장의 불법 취업 활동에 대한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언급한 이후 "금호석화 이사회는 박 회장의 배임에 수혜를 입은 박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모든 안건은 100% 찬성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정말 독립성을 확보했다고 할 수 있는가"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백종훈 대표는 "지금 뭐하느냐. 주총에서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거냐"고 제지하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표 대결은 박 전 상무 측의 완패로 끝났고, 폐회 전 백종훈 대표를 비롯한 이사진은 주주 제안 측 질의에 답하는 시간을 잠깐 가졌다.


백종훈 대표는 "2021년부터 이사진 100%가 바뀌었고 사외이사 7명, 사내이사 3명의 구성을 갖추고 있다"면서 "또 이사회 의장은 대표이사가 아니라 사외이사가 담당하며 산하 위원회들도 100% 사외이사들로 운영되고 있다"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사회 안건 100% 찬성률은 독립성 문제로 삼을 문제가 아니다. 안건마다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견이 있는 이사가 있다면 (주장에 대한 준비 시간을 주기 위해) 당일 이사회에서 (안건을) 처리하지 않고 다음 이사회로 이연한다"며 "실제 이사회에 참여해 보면 얼마나 격렬한 토론을 벌이고 있는지 알 것"이라고 언급했다.


자사주 소각에 대해서는 "밸류 업(기업 가치 상승)을 위해서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개선해야 하는데, 관건은 자기자본이익률(ROE) 상승"이라며 "학계에서는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이 반드시 ROE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겨둘 50%의 자사주도 경영권 보호에 쓰지 않겠다고 분명히 했다"고 역설했다.


박상수 금호석화 감사위원도 "기보유 자사주를 활용하는 것이나 신주 활용이나 기능적으로는 동일하지만, (주주 제안 측이 언급한) 기존 주주나 일반인 대상의 신주 발행은 정보 불균형을 야기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 평균적으로 3%의 주가가 빠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 학계에서는 3자를 특정해 신주를 발행할 시 오히려 주가가 3% 오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고 거들었다. 또 그는 "자사주 활용이든 신주 활요이든 경영권 방어 목적에서는 다 안 된다"며 "미래 사업을 위해서, 또는 주주 가치 확대를 확신할 수 있을 때에만 신주를 발행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김형균 상무는 금호석화는 1998년 자사주 취득 공시에 '경영권 보호 목적'을 명시한 전례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경영권 보호 목적으로 자사주를 활용하지 않겠다는 점을) 확실시하려면, (공시는) 법적인 것이니, (과거 자사주 취득 공시에 '경영권 보호 목적'을 전부 지우는 등) 명시적으로 하는 방향을 고려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고영도 금호석화 관리본부장이 나서 "그 때 법은 증권 거래법이고, 현재는 자본 시장법이지 않냐"며 "게다가 (자사주 취득 목적에) 주가 안정과 경영권 보호를 기재하는 게 법제화된 내용도 아니다. 1998년에 기재한 것을 지금 적용하는 건 넌센스. 어쨌든 지금 경영권 방어에 쓰지 않겠다고 명시했기에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활영은 이사회에서 막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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