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부펀드, 한진그룹에 ‘지배구조위원회’ 설치 제안
자산매각·부채비율 하락 등 신뢰회복 프로그램 5개년 계획안 발표

[딜사이트 권준상 기자]
강성부펀드(케이씨지아이·KCGI)가 21일 자신들이 추천한 사외이사 2인 등 총 6인으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의 설치 등을 한진그룹에 공개 제안했다.



이날 KCGI는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이란 제목의 공개 제안서를 냈다. 해당 제안서에는 ▲지배구조 개선과 책임경영체제 확립방안 ▲기업가치 제고방안 ▲고객 만족도 개선과 사회적 신뢰 제고방안이 담겨있다.


KCGI는 ‘지배구조 개선과 책임경영체제 확립방안’의 일환으로 ‘지배구조위원회’와 ‘보상위원회’의 설치, ‘임원추천위원회’의 도입을 제안했다.


‘지배구조위원회’는 지배구조 개선, 준법경영과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이사회 산하 상설 자문기구다.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배구조와 경영 관련사항을 사전 검토하고, 심의하는 역할을 한다. 경영진이 추천한 사내이사 1인, 일반주주들의 의견을 수렴해 KCGI가 추천한 사외이사 2인 그리고 외부전문가 3인 등 총 6인으로 구성된다.


KCGI 측은 “지배구조위원회 위원 중 당사를 포함해 일반주주들이 협의해 추천한 1인을 주주권익보호 담당위원으로 선임하며, 주주 권익보호 담당위원은 지배구조위원회의 검토, 심의사항에 대해 주주들 전체의 의견을 수렴한 뒤 그 내용을 위원회와 이사회에 보고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KCGI는 ‘보상위원회’의 설치도 제안했다. 이는 임원들의 경영활동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와 보상체계를 도입하기 위한 정관상 위원회다. 보상위원회는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한다. 매출과 영업이익 등 재무성과, ESG 평가와 연동되는 객관적인 지표를 바탕으로 한 임원 보수, 퇴직금 지급기준을 도입하고, 해당 기준에 따라 임원의 보수를 합리적으로 정한다는 방침이다.


국내외 자질과 능력이 탁월한 CEO 등 경영진을 선임하기 위해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참여하는 ‘임원추천위원회’의 도입도 제안했다. 준법경영 실천을 위해 회사에 대해 범죄행위를 저지르거나 평판을 실추시킨 자의 임원 취임을 금하기 위함이다. 이사와 감사의 책임감경 정관조항을 삭제하고, 기업지배구조 헌장을 채택해 이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기업가치 제고방안’으로는 한진그룹의 신용등급을 2014년 한진해운 투자 전 기준(A-)(연간 2.5조원의 EBITDA(상각전 영업이익), 부채비율 300% 이하, 차입금 의존도 30% 이하 달성 목표)으로 상향시키기 위한(현재 BBB0) ‘한진그룹 신용등급 회복을 위한 5개년 계획’ 수립을 제안했다.


신용등급 회복 5개년 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한진그룹의 경영진에게 핵심 자회사인 대한항공이 항공업 이외 투자 확대를 지양하도록 하는 원칙 마련, 고금리의 차입금을 상환해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유휴부지(송현동, 율도)의 매각, 항공우주산업부(민항기 정비 부문, 자산 1.2조원) 상장 계획 수립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또 만성적자를 기록 중인 ‘칼호텔네트워크’와 ‘LA윌셔그랜드호텔’, 노후화된 ‘와이키키리조트’, 인수 이후 개발이 중단된 ‘송현동 호텔부지’, ‘제주도 파라다이스호텔’, ‘왕산마리나’ 등 항공업과 시너지가 낮은 사업부문에 대한 투자 당위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장기적으로는 한진그룹 전체의 리스크를 관리하고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여행수요와 상관관계가 높은 호텔사업의 확대는 지양하고, 유가와 환율에 따른 손익변동성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주)한진이 보유하고 있는 유휴부지와 포스코, 하나금융 등 시장성 있는 지분에 대한 매각 여부를 검토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택배부문 자동화 설비투자를 통한 경쟁력 제고도 제안했다.


KCGI는 항공, 운송 사업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깊고 다수의 자문 경험을 갖춘 글로벌 컨설팅 회사를 통해 한진그룹의 경영효율성, 리스크 관리, 대외 이미지 하락에 이슈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그룹의 장기 발전 방향에 대한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컨설팅을 받을 것을 제안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8가지 항공기 기재를 장기적으로 대형기, 중형기, 소형기 등 4~5가지로 단일화해 부품재고를 줄이고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제기했다.


이밖에 항공우주사업부(민항기 정비사업)의 IPO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는 국내 저비용항공사 시장에서의 성장이 가능하므로, 이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점, 전 노선 흑자 달성을 위한 ‘Working Group’의 상설화, 전체 원가의 30%를 차지하는 연료비에 대한 20% 내외 헷지를 통해 예측 가능한 비용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 과도한 외화차입금은 점진적으로 줄여 외화환산손익을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고객 만족도 개선과 사회적 신뢰 제고방안’의 측면에서는 일반주주, 임직원, 협력사와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그룹 내 일반직원들로 이뤄진 상설 협의체를 조직해 한진그룹의 사회적 책임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사회책임경영 모범규준을 채택해 이행하는 등의 사회적 책임 강화방안 마련을 제안했다. 임직원들의 자존감을 회복시키기 위해 ‘한진인 자존감 회복 프로그램’ 등의 실질적 소통방안도 제안했다.


KCGI 관계자는 “이번 공개 제안에 대해 한진칼과 한진의 대주주와 경영진들이 전향적인 자세로 응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며 “한진 측의 태도변화가 없을 경우 보다 적극적 주주권행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KCGI는 한진그룹 계열사 주주들에게 자신들의 견해와 제안내용을 공개하고 동료주주들과 교감하는 차원에서 ‘밸류 한진’이라는 제목의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KCGI는 이 사이트를 통해 자신들의 공개 제안에 동참을 희망하는 한진칼, 한진 주주들의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