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경영발전방안’, 이사회·감사기능 강화 미흡”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리스크관리위원회 설치 등 4가지 보완사항 제언
한진그룹.(사진=뉴시스)


[딜사이트 권준상 기자] 한진그룹이 발표한 ‘그룹 중장기 비전과 경영발전 방안’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18일 한진그룹이 발표한 경영발전방안에 대해 이사회와 감사기능을 강화하는 실질적인 방안이 미흡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앞서 한진그룹은 지난 13일 ‘그룹 중장기 비전과 한진칼 경영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케이씨지아이(KCGI)가 지난달 말 감사·사외이사 선임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서 송부에 따른 대응차원이다.


한진그룹이 이날 발표한 방안에는 KCGI가 제안한 사항 중 일부 내용만 수용하고 대안을 제시하는데 그쳤다. 송현동과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 개발 또는 매각 검토, 택배 터미널 설비 확대와 자동화 설비 투자와 IT기술 접목 등은 한진그룹이 KCGI안 일부를 그대로 또는 변형해 수용한 대목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배구조위원회를 통해 주요 경영사항을 사전 검토·심의하고자 했던 내용이나, 범법을 저지르거나 회사 평판을 실추시킨 자의 임원 취임 금지 등은 빠지거나 완화됐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한진그룹이 공개한 ‘그룹 중장기 비전과 한진칼 경영발전 방안’은 그동안 누적돼 온 취약한 지배구조를 구조적으로 개선시키기에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의 도입 자체만으로 ‘이사회와 감사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한진칼은 지난해 12월5일 단기차입금 증가(1600억원)를 결정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진칼의 자산총액을 2조원 이상으로 증가시켜 관련 법률(상법 제542조의11)에 따라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안 본부장은 “최근 사업연도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이라 하더라도 이번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기존 상근감사제도를 유지하고, 올해 중 임시주주총회를 통해서 감사위원회를 도입(정관변경)해도 무방하다”며 “하지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선제적으로 감사위원회를 도입한다는 한진그룹의 소명은 상대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고 말했다.


감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상장기업이 해당 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은 경우에는 관련 규정(상법 제635조③ 5호)에 따른 과태료와 시장조치(관리종목 지정, 유가증권상장규정 제75조 ① 7호) 등을 받을 수 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지배구조개선을 위한 네 가지 보완사항을 제언했다. 먼저 각 계열사에서 리스크를 전문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리스크관리위원회 설치’를 강조했다.


안 본부장은 “경영투명성 강화 차원에서 한진칼이 제시한 감사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 등의 설치 이외에 전문가로 구성된 리스크관리위원회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현재 유가와 환율 등에 민감한 수익구조를 갖고 있는 대한항공을 비롯해 5개 상장계열사에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번 경영발전방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총수일가가 겸임하고 있는 일부 계열사의 대표이사와 이사회의장의 분리도 강조했다.


안 본부장은 “경영진을 대표하는 대표이사와 그 경영진을 견제할 위치에 있는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는 것은 이사회의 기능 강화측면에서는 부정적인 것”이라며 “다만, 일부 대규모 투자가 장기적으로 이뤄지는 계열사에서는 총수의 책임경영 측면에서 겸임이 가능한 경우도 있을 수 있으나 현재 한진그룹은 그 경우에 해당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짚었다.


이어 “통상적으로 국내 대기업집단 소속의 상장기업이 대표이사와 이사회의장을 겸임하는 경우도 종종 있으나 한진그룹처럼 최근 총수일가 때문에 지배구조개선에 대한 요구가 있는 상황에서는 선제적으로 일부 계열사의 대표이사와 이사회의장을 분리하는 것도 의미 있는 조치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감사위원회 제도가 도입된다면 감사기능을 강화하고 독립성 확보 차원에서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1명)의 분리선출도 제언했다.


안 본부장은 “현재 사외이사 분리선철은 금융회사가 관련 규정(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라 독립적인 사외이사 선임을 위해 분리선출하고 있다”며 “따라서 한진칼의 감사위원회 도입이 상근감사 주주제안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일부 있는 점과 2017년 파산선고한 한진해운에 대한 자금지원(2015~2016년) 결정 과정에서 감사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주주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던 점 등을 고려하면 주요 계열사에서 선도적으로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1명) 분리 선출을 고려해 볼 만한 사안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기타 주주권리 보호 측면에서 전자투표제 등의 도입과 실시를 제언했다.


안 본부장은 “그룹 소속 5개 상장 계열사에서 주주권리 보호를 위한 집중투표제, 서면투표제, 전자투표제 등이 도입되거나 실시된 계열사가 전무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경영발전 방안에는 빠진 것은 소수 주주권익 보호 측면에서 미흡한 점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한진칼이 주주중시 정책의 확대 일환으로 2018년 배당성향을 50% 수준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안은 주주 환원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송현동 부지 매각 추진도 높은 부채비율로 재무적 부담을 안고 있는 대한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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