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거래정지, 에어부산이 ‘뇌관’
지분평가방식·재무제표 작성법 놓고 회계 감사인과 이견


[권일운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에어부산 지분가치 평가 방식에 대한 이견이 주식 매매거래 정지라는 후폭풍을 낳았다. 아시아나항공은 가급적 에어부산 지분의 가치를 끌어올리길 바랐지만, 회계 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이 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과 삼일회계법인은 에어부산을 연결 재무제표 작성 대상에 포함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이견을 나타냈다. 에어부산을 연결해 제무재표를 작성할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규모는 큰 폭으로 늘어나게 된다. 채권단과 재무개선 약정을 체결한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아시아나항공·삼일회계법인 에어부산 지분 평가법 놓고 ‘불협화음'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21일 아시아나항공이 제출한 연결 제무재표에 대해 ‘한정’ 의견을 내렸다. 이로 인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거래는 22일부터 25일까지 정지된다. 아시아나항공은 “한정 의견을 촉발시킨 사유를 신속히 해소해 적정 의견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삼일회계법인은 ▲운용리스항공기의 정비의무 충당부채 ▲마일리지 이연수익 ▲손상 징후가 발생한 유·무형자산의 회수 가능여부 ▲관계기업주식의 공정가치 평가 ▲에어부산의 연결대상 포함여부 등에 대한 충분한 자료를 입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한정 의견을 제시했다. 한정 의견을 받게 된 원인 가운데 상당수는 아시아나항공이 48.9%의 지분을 보유한 에어부산과 관련이 있다는 얘기다.


아시아나항공도 에어부산의 지분을 평가하는 방식에서 논란이 발생했음을 인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관계기업주식 공정가치 평가와 연결대상 포함 문제는 에어부산의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발생한 이슈”라고 말했다.


에어부산은 지난해 말 IPO를 단행했다. 에어부산은 가급적 해를 넘기지 않고 상장 절차를 마무리 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다.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에어부산의 IPO로 상당한 수준의 자본확충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이유였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에어부산 지분은 상장 전 장부가 기준 531억원 어치다. 동일 지분을 2018년 마지막 거래일의 주가(6090원)로 환산할 경우 1400억원으로 불어난다. 재무상태표에 에어부산 지분 가치를 시가대로 반영할 경우 전년 대비 900억원에 육박하는 자본 증가 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다.


부채비율 산출시 분모에 해당하는 자본을 늘리는 것은 분자에 해당하는 부채를 동일 규모로 줄이는 것보다 가시적 효과가 훨씬 크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도 이런 이유로 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 지분 평가법을 시가평가로 바꾸려 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같은 시나리오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 회계사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관계기업·공동기업 투자주식으로 분류돼 있는 에어부산 지분가치는 지분법 평가방식을 적용토록 돼 있어서다. 굳이 지분가치를 시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에어부산 지분의 계정 분류를 매도가능증권이나 단기매매증권으로 변경해야 한다.


에어부산 IPO 절차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던 지난해 12월 말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에어부산 지분가치를 어떤 방식으로 평가할 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며 “추후 회계 감사인과의 협의에 따라 결정할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아시아나항공의 회계 결산일이 임박했고, 에어부산의 상장 또한 며칠 남지 않은 시기임에도 재무제표 작성 기준을 정하지 못했다는 의미였다. 에어부산 지분 가치 평가 방식을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었다.


일련의 일들을 되짚어보면 아시아나항공의 감사의견이 한정으로 나온 배경에는 에어부산 지분가치 평가법을 놓고 회사 측과 회계 감사인 간에 의견 충돌이 일어났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에어부산 지분의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는 아시아나항공과 적절한 계정 분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삼일회계법인이 평행선을 달렸다는 얘기다.


에어부산 연결대상 포함 여부도 ‘뜨거운 감자’


에어부산을 연결대상에 포함시키는지에 대한 마찰도 재무개선약정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연결대상 포함 여부에 따라 부채비율을 비롯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지표에 현격한 차이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의 최대주주이지만, 에어부산을 자회사(종속기업)로 간주하지는 않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제출해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를 받은 2018 회계연도 재무제표에도 에어부산이 연결 대상에 제외돼 있다. 이에 대해 삼일회계법인은 “에어부산의 연결대상 포함여부 및 연결재무정보 등과 관련하여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을 연결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기를 원한 반면, 삼일회계법인은 연결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에어부산을 포함해 연결 재무제표를 작성할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에어부산이 보유한 부채 전부를 장부상에 떠안아야만 한다. 재무개선약정을 체결한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1500억원에 달하는 에어부산의 부채를 자신들의 장부에 반영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에어부산을 연결 재무제표 작성 대상에 포함할 경우 지분을 시가로 평가하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연결 대상 자회사 지분 역시 지분법을 적용해 평가토록 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부채까지 떠안아 가며 연결 대상에 포함시킨 에어부산이 제한적인 자본 증강 효과만을 불러온다면 연결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한 회계사는 “항공산업과 같이 대규모 부채를 일으켜야 하는 업종의 경우 연결 재무제표를 작성해 규모를 늘리는 것이 무조건 유리하지는 않다”며 “시뮬레이션을 해 봐야 알겠지만, 아시아나항공과 같이 재무개선약정을 맺은 기업들의 경우에는 연결 재무제표 작성을 꺼릴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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