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에어부산 ‘순리대로’ 재분류
종속기업으로 분류해 시가평가 원천봉쇄…부채도 추가 반영


[권일운 기자] 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을 종속기업으로 재분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계 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의 권고에 따른 결과다. 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을 연결 재무제표 작성 대상에 포함했으며, 이 과정에서 에어부산 지분과 관련한 손상 차손을 인식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을 관계기업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문제 제기는 지속적으로 존재해 왔다. 이에 대해 다수의 회계 전문가들은 ▲에어부산의 부채를 떠안지 않고 ▲에어부산 지분가치를 시가로 평가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기 위한 목적으로 종속기업이 아닌 관계기업으로 분류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과소계상 자산 1075억원 ‘원상복구’


아시아나항공은 26일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적정’ 의견을 받은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다. 앞서 ‘한정’ 의견을 제시한 삼일회계법인이 감사 의견을 바꾸게 된 요인 가운데 가장 결정적인 부분은 에어부산 지분 44.2%의 계정을 관계기업에서 종속기업으로 바꿨다는 점이다. 관계기업의 경우 실적이나 재무 상태를 제한적으로 제무제표에 반영하게끔 돼 있는 반면, 종속기업의 경우 손익과 자산 부채를 모두 합산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의 자본 806억원과 부채 269억원을 자사 재무상태표에 추가로 반영해야 했다. 그간 자산총계 기준 1075억원에 달하는 금액이 과소계상돼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아시아나항공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649.3%로 집계돼 정정 전 재무제표 대비 24.3%포인트 높아졌다. 전년과 비교했을때는 83.4%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직전 감사보고서에는 719억원으로 평가해 놓은 에어부산 지분가치도 쪼그라들었다. 새롭게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나타난 에어부산 지분가치는 173억원으로 앞선 보고서에 비해 500억원 이상이 감액됐다. 이는 종속기업 지분의 경우 특별한 이슈가 없는 한 가치평가 방식을 바꾸지 못하도록 한 회계 원칙을 따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아시아나항공은 감액분 만큼을 손상차손으로 손익계산서에 반영키로 했다.


에어부산, 종속회사 분류해 시가평가 ‘원천봉쇄’


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의 최대주주다. 또 상호간에 항공기를 공유하는 등 사실상 부산 지역에 거점을 둔 저비용항공서비스 부문 자회사(종속기업)처럼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을 종속기업이 관계기업으로 분류해 왔다. 에어부산의 주주 구성이 다양하고, 자신들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 아시아나항공이 내세운 명분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의 새 회계감사인으로 선임된 삼일회계법인은 지배력을 따져볼 때 에어부산을 관계기업으로 간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삼일회계법인은 아시아나항공 측에 에어부산 지분의 계정분류를 변경할 것을 요구했고, 아시아나항공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한정 의견을 받은 감사보고서가 제출되고 말았다.


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을 관계기업으로 분류해 놓은 것에 대해 투자은행(IB) 업계 종사자나 회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분히 의도적인 행위라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에어부산을 종속기업으로 분류하지 않았을 때 누릴 수 있는 효용이 더 크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종속기업화를 회피하려 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말이었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가 종속기업으로 분류된 투자 자산의 경우 시가 기반의 가치 평가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에어부산이 기업공개(IPO)를 단행했을 때 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 지분 가치를 시가 기준으로 매기려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최소 수백억원의 자본증강 효과를 얻을 것으로 분석됐다.


아시아나항공의 이같은 시도는 결국 현실화되지 못했다. 회계 원칙상 관계기업의 지분 역시 시가로 평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대신 적정 의견을 받은 감사보고서 주석에 “에어부산㈜의 당기말 시가는 6090원”이라는 조항을 삽입했다. 해당 지분의 장부가와 시가에는 1200억원 이상의 격차가 존재한다는 점이나마 언급한 것이다.


에어부산이 종속기업으로 편입되면서 재무구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KDB산업은행이 중심이 된 채권단과 체결한 재무구조개선약정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지상 과제인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썩 반기기 어려운 이벤트다. 에어부산의 부채를 떠안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손상차손을 인식한 것이 특히나 악영향을 미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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