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과 ESG]
펀드 출시했지만…아쉬운 인프라
①장기 투자수익률 상승 노리는 운용업계, 차별화는 과제
이 기사는 2021년 10월 18일 08시 5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전 세계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에 나섰다. 기업들은 서둘러 ESG경영을 도입하고 금융투자업계는 투자 방침에 비재무적요소를 반영하고 있다. 다방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ESG 움직임 중 팍스넷뉴스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자산운용업계의 ESG 투자 현황과 문제점을 살펴봤다.



[딜사이트 공도윤 기자] 국내 자산운용사의 ESG투자는 이제 막 첫 걸음을 뗀 수준이다. 운용업계는 장기투자수익률 상승이라는 관점에서 ESG에 접근하고 있지만 최종 목표를 이루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ESG분야 전문가들은 "ESG의 투자철학, 평가기준, 관련 전문가의 수, 평가를 위한 제도적·체계적 인프라 등 모든 부분이 이제 막 시작한 '진행형'"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본격화된 ESG 흐름 아래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발 빠르게 ESG위원회를 만들고, ESG평가를 통해 종목을 선정하고 전용 ESG펀드를 출시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 등이 대표적이다.


거대 자금을 운용하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는 ESG가 최종적으로 기업의 재무성과를 높여 장기 투자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투자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기업의 장기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비재무적(ESG)요소를 기업 평가에 반영함으로써 지속가능 발전이 가능한 기업을 추려내고, 경영에 위협이 될 리스크를 사전에 감지해 좋은 기업을 안정적으로 장기간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국민연금 역시 ESG를 자금운용에 적극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연금은 2019년 11월 국민연금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을 의결하고 ESG통합전략을 국내 주식 패시브운용에 우선 적용했다. 내년부터는 해외주식과 국내채권 투자에도 적용한다. 또 위탁운용 책임투자 내실화와 위탁운용사 선정 평가체계 개선에도 ESG 요소를 적용하고 책임투자 위탁펀드를 확대한다. 계획대로라면 2022년 말까지 전체 운용자산 50%에 ESG전략이 반영된다.


또한 국민연금은 현재 ESG평가·연구기관과 ▲국내주식 ESG 평가체계·신규 평가항목·지표 검토와 개선 제언 ▲국내채권 ESG 평가체계 마련 ▲ESG 관련 중점관리사안 및 사안별 수탁자 책임활동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국민연금 외에도 공무원연금공단,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한국교직원공제회 등 주요 기관투자가도 스튜어드십코드 도입과 함께 ESG 투자를 실행 중이다.


우리나라 자본시장 큰 손인 국민연금이 ESG 요소를 평가항목에 넣는다고 발표한 만큼 국내 자산운용사도 이에 맞춰 기업경영에 ESG를 반영하거나 ESG펀드 출시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기존 사회적책임투자(SRI)를 포함해 올해 ESG 투자를 표명한 펀드가 쏟아지며 상반기 관련 펀드 수는 65개를 넘어섰다.


앞서 한국거래소도 ESG투자를 위해 'KRX/S&P탄소효율그린뉴딜지수, KRXESG리더스150, KRX거버넌스리더스100, KRX에코리더스100, KRXESG사회책임경영지수, 코스피200ESG지수, 코스닥150거버넌스지수' 등 ESG 지수 7개를 내놓았다.


관련 펀드와 지수가 등장했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초기 단계이다 보니 기존 주식시장 주요지수와 주식형펀드와의 차별성은 아직 찾기 힘들다.


ESG 평가기관 관계자는 "현재 판매되고 있는 ESG펀드 대부분이 벤치마크 지수 KOSPI200을 따르고 있어 차별점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은 ESG평가 초기 단계다 보니 ESG평가등급을 받고, 그중에서 우수한 등급을 받는 기업은 대기업 이나 시가총액이 큰 상장사가 대부분이다 보니 차별화된 종목 구성이 어려울 것"이라며 "비상장사와 중소기업에 대한 평가 방법이 좀더 논의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자산운용업계 여건상 자체 ESG평가시스템을 갖추기 어려워 차별화된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운용자산규모나 기업규모 면에서 월등히 앞서있는 해외운용사는 자체 평가기준을 두고 종목을 선별하고, 별도의 ESG리서치기관을 통해 실시간으로 ESG 리스크를 점검하며 투자 기업의 리스크를 감지하고 있다. 동시에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위험 요소 개선을 요구하고, 해당 기업을 ESG투자에서 배재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자산운용사는 운용자산규모나 기업규모 면에서 상위 몇개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중소 규모로 아직 인프라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자체 리서치센터를 갖춘 자산운용사가 많지 않고, 국내 ESG전문가 수가 많지 않아 인력 확보도 어렵다"며 "별도 예산이 없어 평가등급 데이터를 구입하는 비용을 펀드 비용으로 처리하는 운용사들은 ESG 운용에 대한 부담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단 운용사들은 국민연금, 사학연금 등 기관투자가의 기금운용을 위한 트랙레코드를 쌓는 용도로 ESG 경영과 투자에 접근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연기금이 대체운용사 선정시 ESG 투자여부를 평가요소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ESG평가사의 관계자는 "사실 위탁운용 입찰에 맞춰 급하게 ESG 펀드를 내놓다보니 투입비용이나 운용매니저 이력 등의 요소에서 회사가 주력으로 내세우는 펀드와는 다소 동떨어지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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