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 발목은 '은행업'이 잡는다?
금산분리 정책 반갑지만···진짜 경쟁력은 '본질'에서 나와
이 기사는 2022년 07월 08일 08시 0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강지수 기자] 지난달 국내 한 증권사가 카카오뱅크 투자와 관련해 사실상 매도 의견을 담은 리포트를 냈다. 증권사가 매도 의견을 내는 경우가 0.1% 수준으로 극히 드물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었다. 안 그래도 맥을 못 추던 카카오뱅크 주가는 이후 2만원 대까지 떨어지며 저점을 찍었다,


매도 리포트는 카카오뱅크의 성장 속도가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플랫폼이 되고 싶은 은행"이라면서 카카오뱅크가 '은행'이라는 점을 못 박았다. 카카오뱅크가 상장 당시부터 강조한 '은행이 아닌 플랫폼'이라는 정체성을 반박한 셈이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공모가 산정 당시 비교기업을 국내 은행이 아닌 해외 플랫폼 기업들로 선정했다. 규제가 많고 저성장 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 은행보다는 IT나 플랫폼 기업에 가깝다는 점을 강조해 시중은행과 차별화된 위치를 점하려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은행의 굴레를 벗어나려 애쓰는 건 카카오뱅크 뿐만이 아니다. 최근 김주현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시사한 데 대해 은행들은 비이자수익 확대 필요성을 언급하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금산분리 제도 때문에 비금융 진출에 한계가 있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금산분리 제도가 완화되면 IT 등 산업자본의 은행 출자 문턱이 낮아진다. 문턱이 낮아지면 은행들은 비금융 사업에 직접 진출하거나 관련 회사를 인수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기존 금융사들은 산업자본 출자 제한 때문에 인터넷은행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다시 카카오뱅크로 돌아와 보자. 정말로 은행들이 '은행' 바깥으로 나가면 해결될 일일까. 카카오뱅크를 보면 꼭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카카오뱅크 주가가 매도 리포트에 크게 휘청인 이유는 시장이 긍정보다 부정 시그널에 강하게 반응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많은 투자자들이 카카오뱅크의 플랫폼 성장성에 의문을 갖고 있었고, 리포트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편이 맞다.


이는 곧 카카오뱅크가 은행업에서의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말과도 같다. 만약 플랫폼 수익이 미미했더라도 은행업에서 탄탄한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더라면 카카오뱅크 주가가 이렇게까지 휘청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근 금융규제 혁신을 위한 여러가지 규제 완화 방안들이 언급되고 있다.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흐려지는 '빅블러' 시대가 곧 다가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들은 은행 바깥이 아니라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의외로 금융사의 '본질'을 주목하고 있다.


<사진=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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