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證, 적자기업 자금조달 도우미…공모 유증 찬바람
모집 주선·청약 대행, 주관 위험부담 줄여…적자기업 유상증자 대거 등장 가능성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3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진투자증권 본사 전경


[딜사이트 강동원 기자] 유진투자증권이 연초부터 유상증자 딜(Deal) 다수를 수행하며 기업들의 자금조달창구 역할을 해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이 자금난에 허덕이거나 적자로 전환한 곳이어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업계에서는 최근 찬바람을 맞고 있는 유상증자 시장이 적자기업으로 붐빌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유진證, 적자기업 유상증자 주관 수수료 '쏠쏠'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진투자증권이 주주배정 유상증자 모집 주선 업무를 맡은 이브이첨단소재는 내달 8~9일 구주주 청약을 진행한다. 회사는 조달 자금 199억원을 금융기관 차입금 상환(160억원), 전환사채(CB) 재매입(39억원)에 사용한다. 청약에는 최대주주인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10.01%)가 100% 참여할 예정이다.


(출처=한국거래소)

유진투자증권은 오는 4월 청약 절차에 돌입하는 비츠로시스와 스튜디오산타클로스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추가 실적 쌓기에 나선다. 비츠로시스는 사업자금 확보를 목표로 177억원 모집한다. 스튜디오산타클로스는 차입금 상환(200억원)과 운영자금(100억원) 등 355억원을 조달한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를 통해 각각 1억7000만원, 9억원의 모집 주선 수수료를 거둔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그동안 누적된 적자로 재무 건전성이 크게 악화한 상태라는 점이다. 비츠로시스(3월 결산법인)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결손금 규모가 1677억원에 달한다. 스튜디오산타클로스 역시 최근 4년 연속(2019~2022년) 영업 적자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주주 도움 없이는 자력 생존이 불가한 상황이다.


(출처=각 사 사업보고서)

유진투자증권은 두 기업의 유상증자에서 실권주가 발생할 시 주관 업무를 맡은 증권사가 이를 모두 사들이는 잔액인수가 아닌 단순 수수료만 얻는 모집 주선, 청약대행 업무만 수행한다. 


적자기업인 젠큐릭스와 자비스의 유상증자를 각각 주관하는 한국투자증권, KB증권이 자금조달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잔액인수 계약을 맺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만일 비츠로시스와 스튜디오산타클로스가 유상증자를 흥행하지 못해 자금조달 규모가 줄어든다면 사업계획에도 차질이 생겨 기존 주주 부담만 커질 수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적자기업이 유상증자에 나서는 것은 운영자금을 확보해 실적 개선을 꾀하려는 것도 있지만, 다수는 내부 자금이 부족해 급전 마련에 나서는 게 목표"라며 "유상증자 주관 증권사가 실권주를 인수하지 않는 것 자체가 시장에는 기업 성장성이 불확실하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 공모 유상증자 찬바람…자금조달 급한 적자기업 붐빌 수도

 

유진투자증권이 잇따라 기업들의 유상증자 주관사 역할을 맡고 있지만 공모 유상증자 시장은 찬바람을 맞고 있다. 1~3월 공모 유상증자에 나선 기업은 3곳으로 지난해(12곳)와 비교해 크게 줄었다. 모집 규모 역시 엘브이엠씨(449억원)가 가장 크다. 두산에너빌리티(1조1477억원)와 대한전선(4888억원) 등 대형 딜이 연달아 성사됐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출처=한국거래소)

업계에서는 지난해 주식 시장 내 불확실성이 커지며 기업의 자금조달 환경이 악화한 것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기업들이 사업 계획 축소와 보유 자산 유동화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대규모 자금 수요가 줄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공모 유상증자는 투자설명서 제출부터 청약까지 수개월이 소요된다.


그러나 올해는 유상증자 시장에 자금난에 허덕이는 기업이 대거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금리상승 폭이 둔화하긴 했으나 여전히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어 기업들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회사채와 메자닌 등으로 자금을 확보하는 기업들은 사정이 낫지만, 대다수는 유상증자밖에 대안이 없다는 분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작년에는 기업들이 자금 사용 계획을 대폭 줄이면서 버텼지만, 실적 감소와 고금리 기조가 이어져 자금 압박이 심화하고 있다"며 "여전히 자금조달 창구 문턱이 높게 유지되는 만큼, 최후의 수단으로 유상증자 시장을 찾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