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태광 '주주소외 株' 낙인 거둘 의지 있나
소극적 IR에 전무하다시피 한 대외소통, '10조원 투자' 향방도 감감...성회용 신임대표 역할 기대
이 기사는 2024년 01월 30일 10시 3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성회용 태광산업 대표 (제공=태광그룹)


[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지난 5년 동안 발간된 증권사 리포트는 단 4개, 이 중 단독 보고서는 2019년 5월이 끝인 회사. 중후장대(重厚長大) 쪽 소식을 전하는 기자 입장에서 이렇게 실적 전망 기사를 쓰기 힘든 기업이 또 있을까. 


나름 화학 산업 대장주로 불리는 태광산업에 대한 이야기다. 태광산업과 함께 태광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대한화섬도 마찬가지다. 대한화섬 실적 예상치를 내놓은 증권사 리포트는 10년 전인 2014년 5월 중순이 마지막이다. 신용평가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증권사와 신용평가사들의 리포트는 기업의 실적과 성장성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 꼭 필요한 자료다. 이런 자료가 부실한데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은 자체적인 IR(Investor Relations) 활동을 펼치지도 않는다. 이들 회사 주주로서는 정보 접근에 여러 모로 제한되고 있는 셈이다.


두 회사의 경우 유통 주식 수가 적어 시장도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게 태광 측 설명이다. 실제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지분과 자사주를 제외하면 태광산업의 주식은 15.3%, 대한화섬은 23.6%만 유동적이다. 개인 주주의 몫이 적으니 사실상 IR에 힘줄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태광의 소극적인 IR 정책이 지적받는 것은 어쨌든 주주들의 참여로 운영되는 '주식 회사'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2년 12월 태광은 중장기 대규모 투자 계획을 선언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기업이 집단이다.


당시 태광그룹은 향후 10년간 석유화학에 6조원가량, 섬유 사업부에 4조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장래 사업·경영 계획을 공시했다.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등 주가에는 이 투자 계획에 따른 미래 가치가 분명 반영됐을 것이다.


하지만 1년이 훌쩍 넘은 현재 투자 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으며 기대 효과로 제시한 '기업 및 주주 가치 제고'도 무색해진 상황이다. 태광은 이호진 전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잇따른 사법 리스크, 수요 위축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투자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물론 회사 관계자의 말처럼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경영 안정성을 뒤로하고 무리한 외형 확장을 강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투자가 왜 집행되지 않는지는커녕 이를 대체할 성장 전략에 대해서도 주주들이 알 도리가 없다는 점이다. 태광산업의 개인 주주를 대리해 회사와 소통 중인 2대 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조차도 투자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거듭 들었다고 전한다. 


알아보니 현재 태광은 투자 시점을 늦추거나 규모를 축소하는 등 계획을 수정하는 쪽으로 논의 중이다. 거액의 투자는 최종 결정·집행 권한이 이 전 회장에게 있는 만큼 그의 컴백 이후에나 속도를 낼 수 있는 상황이다. 이는 투자 계획 자체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태광은 오너 리스크로 인해 투자가 무산 위기에 처할 수 있음을 모르고 10조원 계획을 지른 것일까.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사법 리스크는 이미 20여 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태광이 투자 계획을 공시한 시점 역시 이호진 전 회장 사면 전으로 오너 리스크에서 자유로웠다고 보기는 힘들다.


태광은 "공시 의무가 없는 사안을 공시한 것 자체로 투자 의지는 확고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지니려면 공시 의무가 없는 공시를 한 만큼의 '책임 경영' 마인드가 후속 행보에도 이어져야 하지 않을까.


트러스톤자산운용 측은 "태광에 기대하는 것은 10조원이라는 절대적 수치에 대한 약속의 이행이 아니라 본업 부진을 상쇄할 성장 동력을 빠르게 육성하겠다는 의지"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회사의 어려운 상황은 이해하지만 행동주의 펀드로서 대안 없는 투자 유보를 좌시하지만은 않겠다는 입장도 밝히고 있다. 결국은 주주의 눈치를 더 보라는 소리다.


태광은 최근 새로운 경영진을 맞았다. 언론인 출신인 성회용 태광산업 신임 대표다. 업계는 그가 대외 소통 면에서 전문성을 갖춘 만큼 앞으로 적극적인 IR 정책을 펼쳐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주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뉴' 태광의 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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