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품 톺아보기
경영전면 나선 오너3세, '물납' 꼼수 쓸까
②'마지막 퍼즐' 지분승계…막대한 세금부담 해결 관건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7일 15시 3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식품 CI. (제공=정식품)


[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정식품 오너3세인 정연호 사장이 작년 말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다만 아직까지 지배회사인 정식품에 대한 보유지분은 미미하다. 이에 그가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다지기 위해선 부친인 정성수 회장이 가진 지분 승계가 마지막 퍼즐로 남은 상태다. 시장에선 현재 정 회장의 나이가 고령인 점을 고려하면 근시일 내 지분 승계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 중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세금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다시 한번 국세물납 방식을 쓸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정식품은 작년 말 임원인사를 통해 정연호 부사장을 사장으로 신규 선임했다. 정 사장은 올해부터 정식품 경영 전반을 총괄하며 본격적인 오너3세 시대를 열었다. 그는 정식품 창업주인 정재원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현재 회사를 이끌고 있는 오너2세 정성수 회장의 장남이다.


정 사장은 연세대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미국 미시간대에서 산업공학과 석사와 스탠퍼드대에서 경영과학과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7년부터 정식품 부사장으로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한 그는 입사 5년 만에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하지만 정식품 주요주주 명단에서 아직까지 정 사장의 이름은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정식품의 최대주주는 정 사장의 부친인 정성수 회장으로 40.19%(2022년 말 기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뒤이어 자산운용사인 소리에스비가 8.3%, 한국자산관리공사가 7.89%, 혜춘장학회가 6.8%의 지분을 각각 들고 있다.


시장에선 정 사장이 정식품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선 부친이 보유한 지분에 대한 증여나 상속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 회장이 1950년생으로 올해 나이가 74세에 달하는 고령인 만큼 지분 승계작업도 더 이상 늦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지분 증여 혹은 상속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세금 부담이다. 정식품의 경우 비상장기업이기 때문에 시가가 없다. 따라서 정확한 기업가치 산출은 어렵지만 상증세법에서는 비상장기업의 가치를 확인하기 어려울 때 재무제표상의 숫자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보충적 평가방법'을 두고 있다.


보충적 평가방법은 주당 순자산가치와 주당 순손익가치를 가중평균(일반법인의 경우 2:3)해 주당 가치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이를 기반으로 작년 말 기준 정성수 회장이 보유한 지분가치를 단순 계산해보면 약 244억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대주주 경영권 지분의 증여 혹은 상속일 경우 세율 부담이 최대 60%인 것을 고려하면 정연호 사장이 부친 지분을 모두 받기 위해선 최소 146억원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정식품과 그 종속회사들에 대한 지분도 미미한 상황에서 대표이사 연봉만으로는 감당하기 쉽지 않은 금액이다.


이에 시장에선 본격적인 지분 승계가 이뤄지면 정 사장이 국세물납을 통해 세금을 대체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부친인 정 회장도 2017년 정재원 창업주 작고 이후 상속세 부담을 국세물납을 통해 해결한 이력이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가 현재 8%에 육박하는 정식품 지분을 보유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다만 이러한 국세물납이 불법은 아니지만 꼼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세물납은 현금이 부족한 납세자가 세금을 주식 등으로 낼 수 있게 한 제도다. 하지만 납세자의 현금보유 여부를 따지지 않아 기업 사주의 조세회피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국고 손실 위험이 있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 역시 상존한다. 실제 증여·상속세를 주식으로 낸 뒤 공매에 다시 저렴하게 매물로 나오면 회삿돈으로 되사는 기업들도 상당수다.  


일례로 사조그룹이 이러한 국세물납 방식으로 상속이 이뤄져 큰 비판을 받았다. 주지홍 사조그룹 부회장은 2015년 당시 동생인 주제홍 이사가 보유하고 있던 사조시스템즈 지분 53.3%를 상속받았다. 사조시스템즈는 사조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한 기업이다. 이후 주 부회장은 보유자금이 넉넉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상속세 30억원을 사조시스템즈 지분으로 물납했고, 기획재정부가 공매를 통해 해당 지분 매각에 나섰다. 


하지만 공매는 5번이나 유찰됐고 매각가격을 27억원으로 낮춘 6번째 입찰에서 사조시스템즈가 해당 주식을 다시 매입했다. 결과적으로 주 부회장은 그룹의 경영권을 소유하는데 한 푼의 자금도 들이지 않은 데다 세금으로 냈던 주식도 회삿돈을 활용해 자사주로 사들이며 지배력까지 공고히 다질 수 있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는 기업이 국세물납한 주식을 다시 되팔아야 하는데 비상장기업의 경영권 관련 주식의 경우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극히 낮다. 이에 주식가치가 휴지조각 수준으로 전락하기도 한다"며 "반면 기업 입장에서는 물납을 통해 세금 부담을 지우는 한편 향후 가치가 떨어진 지분을 다시 사올 수도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도 "정식품의 경우 앞선 선례에 비쳐볼 때 지분 승계가 이뤄지면 증여 혹은 상속세 부담을 국세물납을 통해 해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현재 정 회장의 나이가 고령인 만큼 근시일 내 지분 정리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에 대해 정식품 관계자는 "현재까지 오너일가의 지분 증여 관련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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