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E클래스 판매 '반토막'…BMW 5시리즈에 완패
"신형 E클래스, 홍해 위기로 공급 차질"…5시리즈 동일 선박이용, 해명 궁색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8일 07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츠 11세대 모델인 E300 4MATIC AMG. (사진=딜사이트)


[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올해 국내 수입차 시장의 최대어로 기대를 모았던 벤츠코리아의 E클래스가 좀처럼 맥을 못추고 있다. 갑진년 시작과 함께 8년 만에 11세 세대 모델로 한국 땅을 밟았지만 되레 라이벌인 BMW코리아의 5시리즈와 격차가 벌어지고 있어서다. 


벤츠코리아는 'E클래스 특수'가 실종된 원인으로 홍해 물류사태로 인한 공급망 차질을 꼽고 있지만 동종 업계에서는 납득하기 힘든 구석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벤츠코리아의 누적 판매실적은 1만72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8.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입차 전체 판매량 감소분인 11.5%(6만1684대→ 5만4583대) 보다도 두 배가 넘게 실적이 뒷걸음쳤다.


벤츠코리아가 올해 초반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주력 모델인 E클래스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1월 벤츠코리아는 11세대 E클래스를 국내에 선보이며 호기롭게 신년을 출발했다. 지난 7년간(2016년~2022년) 국내 수입차 왕좌 자리를 지켜 온 10세대 모델을 계승한 만큼 시장에서는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특히나 지난해 벤츠코리아가 2015년 이후 8년 만에 BMW코리아에 1위 자리를 내준 직후에 출시되면서 E클래스를 향한 기대감은 더욱 증폭됐다. E클래스를 교두보 삼아 벤츠코리아가 다시금 정상의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지 여부에 촉각이 모아졌다.


하지만 출시 3개월이 되도록 E클래스의 풀체인지 효과가 드러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1분기까지 누적 판매고는 2018대를 기록 중인데 이는 전년 동기실적(4223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지난달 성적이 E클래스의 1분기 실적에 뼈아프게 작용했다. 월 판매량 1000대 돌파를 바라보던 E클래스는 지난달 판매고가 절반으로 떨어졌다. 출시 첫 달인 1월 646대에 이어 2월 958대로 탄력이 붙는 듯 하더니 지난달 504대로 급감했다.



경쟁 모델인 BMW코리아의 5시리즈 비교해 보면 E클래스의 부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5시리즈의 경우 1월 1126대를 시작으로 2월 2160대, 3월 2259대로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합한 1분기 누적 판매고는 5545대로 E클래스를 3400대 차이로 앞서고 있다. 지난해 1분기 1800대 보다 2배 가까이 격차가 벌어진 셈이다.


E클래스가 기대와 달리 부진하고 있는 원인으로 벤츠코리아는 공급망 불안정을 꼽고 있다. 지난해 연말 불거진 홍해발(發) 물류대란의 여파로 인해 차량 입항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E클래스는 독일 진델핑겐(Sindelfingen) 공장에서 100% 생산돼 국내로 수입된다. 하지만 유럽에서 한국으로 오는 지름길인 수에즈 운하가 막히면서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다 보니 국내 수요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입장이다.


마티아스 바이틀 벤츠코리아 대표 (제공=벤츠코리아)

하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견해가 나온다. 독일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는 것은 5시리즈 역시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5시리즈는 BMW 본사가 위치한 독일 뮌헨 인근에 위치한 딩골핑(Dinggolfing) 공장에서 생산이 이뤄진다. 무엇보다 5시리즈와 E클래스는 같은 자동차선에 실려 국내에 입항한다. 국내에서 생산된 현대차가 현대글로비스의 자동차선을 타고 유럽에 수출되면 벤츠와 BMW 차량이 해당 선박을 타고 한국으로 들어오는 식이다.


5시리즈가 E클래스 보다 먼저 풀체인지가 이뤄진 만큼 국내 재고분이 여유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두 모델 간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홍해 물류대란으로 인해 국내 전시장에서 주문된 물량을 제때에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바닷길 공급망이 정상화 된다면 E클래스 판매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BMW 8세대 5시리즈 차량. (출처=BMW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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