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주관사, IPO 활황에 직접 투자 늘었다
하나증권 6건 최다…KB증권 4.48% 최고 비중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6일 15시 3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거래소. (제공=한국거래소)


[딜사이트 정동진 기자]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증권사들이 상장 예정 기업의 지분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022년부터 본격화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인해 증권사의 투자은행(IB) 부문 사업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자, 최근 투자 열기가 뜨거운 공모주 시장을 이용해 전반적인 수익성 개선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의 IPO 기업 직접투자는 올해 1~2월에 상장한 10개 기업 중 5곳(50%)으로 절반에 달한다. 지난해의 경우에도 82개 상장 기업 중 25곳(30%)에 직접 투자했다. 상장사 시가총액 대비 투자 비중(공모 전)도 2023년 1.61%에 비해 2024년 2.08%로 커지는 추세다.


올해 상장한 기업 중에서는 우진엔텍(KB증권, 3.62%), 포스뱅크(하나증권, 3.08%), 이에이트(한화투자증권, 1.02%), 코셈(키움증권, 2.33%), 에이피알(하나증권, 0.61%) 등에 IPO를 주관한 증권사들의 직접투자가 이뤄졌다. 주관사들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상환전환우선주(RCPS) 취득, 전환사채(CB) 취득, 주식양수도 거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상장기업 주식 확보에 나섰다.


2024년 상장기업 주관사 지분취득 현황(공모 전 기준). (출처=증권신고서)

지난 2023년부터 이날까지 상장기업 투자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증권사는 하나증권으로, 총 6곳에 상장 전 투자를 진행했다. 하나증권이 투자한 상장사들은 이노시뮬레이션, 오픈놀, 넥스틸, 블루엠텍, 에이피알, 포스뱅크 등이다. 한국투자증권은 5건(오브젠, 와이랩, 마녀공장, 에스바이오메딕스, 퀄리타스반도체), 대신증권(삼기이브이, 스마트레이더시스템, 컨텍), 한화투자증권(티이엠씨, 에스바이오메딕스, 이에이트), KB증권(한싹, 쏘닉스, 우진엔텍)은 3곳에 투자해 그 뒤를 이었다.


상장사 시가총액 대비 가장 큰 비중을 투자한 증권사는 KB증권이다. KB증권은 지난 2022년 12월 한싹 지분 4.48%(17만5000주)을 10억원에 취득했다. 이어 한국투자증권은 약 30억원을 투자해 마녀공장 지분 4.19%(59만9984주)를 확보했다. 교보증권은 토마토시스템의 지분 3.57%(15만3374주)를 취득하는 데 약 10억원을 투자했다. 


다수의 증권사가 투자한 사례도 있었다. 에스바이오메딕스의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었으나, 지난 2018년과 2019년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서 메리츠증권이 15억원, 한국투자증권이 10억원, 1.7%, 한화투자증권이 4억 5천만원을 증자하며 각각 4만2858주, 2만8572주, 9891주를 취득했다. 이 밖에도 나노팀, 와이랩, 뷰티스킨, 이노시뮬레이션, 와이바이오로직스, 컨텍 등에도 복수의 투자가 이뤄졌다. 


상장 예정 기업에 대한 증권사들의 직접 투자는 과거 사례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08년 예스24의 IPO를 주관한 동양종합금융증권(현 유안타증권)은 공모대상주 345만주 중 15%인 51만7000주를 초과배정옵션을 통해 확보했다. 2021년에는 한국투자증권이 새빗캠의 상장주관계약을 맺는 동시에 해당 회사의 주식을 주당 6600원에 16만주를 인수했다. 2022년 KB증권·신한금융투자는 WCP의 공동주관을 맡으며 각각 25만주(0.96%), 28만주(1.09%)를 매입했다.  


다만 최근 IPO를 통해 상장하는 기업들이 시장 데뷔 후 따상(200%)·따따블(400%)을 기록하는 등 좋은 시장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 상장 예정 기업의 주식을 미리 확보하는 형태의 투자가 더욱 각광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상장 예정 기업을 주관하는 증권사의 경우, IPO 준비 과정에서 해당 기업의 잠재력을 꼼꼼히 들여다볼 수 있어 더욱 투자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평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IB 업계에서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기존에 수수료 수익 중심이던 IPO 사업에서도 초과 수익을 달성하기 위해 추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주관사의 지분 인수는 경영권 확보가 목적이 아닌 만큼, 해당 딜(Deal)을 책임감 있게 끝내겠다는 의지로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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