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큰손’ CJ제일제당…현금창출력↓ 재무부담↑
1조5000억원 규모 쉬완스컴퍼니 인수대금 남아


[이정현 기자] CJ제일제당의 재무구조에 빨간불이 켜졌다. 운전자본, 순차입금은 증가한 반면 유동비율과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감소했다. 지난해 여러 건의 인수합병(M&A)으로 자금 지출이 늘어났던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올해 쉬완스컴퍼니 인수대금을 비롯해 진천통합식품기지 신설, 법인세 납부 등 자금 소요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현금창출 능력은 뒷걸음질 치고 있단 점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연결기준 18조6701억원의 매출과 832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은 13.3%, 영업이익은 7.2% 증가한 금액이다. 실적 개선은 아미노산과 식품 조미소재의 판매 확대, CJ셀렉타 등 해외 인수업체의 사업안정화 등 바이오 부문이 양질의 성장을 거듭한 게 주요했다. 바이오 부문의 매출은 4조8889억원으로 같은 기간 14.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941억원으로 42%나 늘어났다.


이외 해외 식품 기업을 잇따라 인수해 경쟁력을 강화했던 것도 실적 개선에 한몫 거들었다. 최근 2년간만 해도 CJ제일제당은 베트남, 러시아 냉동·가공식품 및 중국 기능성 아미노산 업체를 비롯해 미국 냉동식품업체 카히키, 독일업체 마인프로스트, 미국 냉동식품업체 쉬완스 및 브라질 농축대두단백업체 셀렉타 등을 인수하면서 M&A 업계의 ‘큰손’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다만 CJ제일제당이 이 같은 실적 개선에도 웃을 수 있는 상황만은 아니다. 해외 식품 기업들을 잇따라 M&A 하면서 자금부담이 가중되고 있음에도 현금창출력은 하락추세기 때문이다. 기업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의미하는 운전자본(매출채권+재고자산-매입채무)은 2조5445억원으로 2017년에 비해 12.3%나 증가했다. 외상매출(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은 이 기간 각각 1441억원, 1941억원씩 증가한데 반해 외상매입(매입채무)은 597억원 증가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통상 기업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외상매출과 재고자산은 줄이는 반면 외상매입은 늘린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의 경우 외상매출과 재고자산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하다 보니 영업활동 통해 실제로 유입된 현금 규모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4714억원으로 전년 대비 60.1%나 급감했다. 현금창출력 지표인 EIBTDA 마진율도 다르지 않다. 2016년까지만 해도 10% 안팎을 유지했던 반면, 2017년 8.8%로 낮아진데 이어 지난해에도 7.9%로 뒷걸음질쳤다.


반대로 재무부담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유 현금 및 현금성자산에서 차입금을 제한 순차입금의 경우 작년 7조2680억원으로 2017년에 비해 8710억원이나 증가했고, 기업의 단기 지급능력을 판단하는 지표인 유동비율은 82.6%로 같은 기간 7.6%포인트나 하락했기 때문이다. 유동비율이 100% 미만이면 부채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한다. M&A가 CJ제일제당에게 ‘양날의 검’이 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CJ제일제당이 올해 역시 M&A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선 쉬완스컴퍼니 인수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1월 쉬완스컴퍼니의 지분인수를 결정하면서 2조원 규모의 인수 대금이 발생했다. 이 중 5000억원은 인수금융으로 조달하지만, 1조5000억원은 CJ제일제당의 몫이다. 아울러 진천통합식품기지 신설, 씨제이헬스케어 지분매각 차익에 대한 법인세 납부 등도 예정돼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재무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일회성 이슈가 터질 경우 ‘돈맥경화’를 겪을 수도 있다는 우려스런 시각을 보내고 있다.


송민준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CJ제일제당이 다각화된 사업포트폴리오와 우수한 시장지위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창출력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계속되는 투자로 재무부담이 크게 확대됐다”며 “쉬완스 인수 등으로 인해 재무부담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차입금 감축 여부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CJ제일제당의 재무부담은 이 회사에 부여된 신용등급(A1)에 비추어 부담스러운 수준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