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시스템, '아픈 손가락' 블록체인 정리 수순
7년의 시행착오 끝에 "전면 재검토"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2일 17시 5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엔터프라이즈블록체인)


[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한화시스템은 결국 블록체인 사업을 포기할까. 시장에서는 블록체인 자회사들을 청산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2018년 자체 플랫폼인 'H-체인'을 개발했으나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단 이유에서다. 한화시스템 역시 지난해 미국 소재 르네상스 법인을 청산한 이후 전면 재검토에 돌입한 상태며, 추가적인 사업 처분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4월 이사회를 열고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100% 자회사 르네상스(RENAISSANX LLC)를 설립 9개월 만에 청산키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신사업 부문의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비주력 사업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며 "블록체인에 기반한 대체 불가능 토큰(NFT) 이력서(CV) 기술을 활성화하고 관련 시장을 조성하기 위해 르네상스를 설립했지만, 시장 재평가 작업을 거쳐 지난해 청산했다"고 밝혔다.


닾서 한화시스템은 르네상스 설립 당시 NFT CV 사업 진출의 교두보로 삼아 다른 자회사인 엔터프라이즈블록체인과도 시너지를 내는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2020~2022년에 걸쳐 NFT 시장이 크게 축소되면서, 르네상스는 설립된 해에만 순손실 39억원을 냈다. 이후 총 47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채 역사의 뒷편으로 사라지게 됐다.


문제는 르네상스 외 회사들의 상황도 별반 좋지 않다는 점이다. 블록체인 자회사 11곳 중 매출을 내고 있는 곳은 4곳에 불과한 까닭이다. 이에 한화시스템은 엔터프라이즈블록체인을 비롯한 블록체인 사업 전반을 재검토 중이다.


한화시스템은 블록체인 사업의 실적을 엔터프라이즈블록체인을 설립한 2021년부터 집계해 왔는데, 지난해까지 매출은 엔터프라이즈블록체인 본사에서만 발생했다. 3년간 매출은 2021년 약 400만원, 2022년 5억원, 2023년 29억원으로 꾸준한 성장세였지만 도합 34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블록체인 사업 전체에서 발생한 순손실은 매출의 20배 수준인 626억원이었다.


이에 한화시스템이 위성 통신과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등 신사업 부문 내 다른 성장 동력 육성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블록체인 사업을 접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 시각이다. 2021년 6월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 이중 가장 많은 금액인 3259억원을 디지털 플랫폼 분야의 타 법인 증권 취득 자금에 할애했지만 블록체인 사업은 고사하고 신사업 부문의 이익도 좀처럼 창출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다만 블록체인 사업을 전면 중단하게 되면 신사업 부문 뿐 아니라 ICT 부문, 다수 지분 투자 및 연구 개발(R&D) 사업에서도 정리가 필요할 전망이다. 일단 엔터프라이즈블록체인은 '요긱', '어랏' 등 서비스를 론칭한 상태이며 지난해에는 싱가포르 법인(EBC글로벌PTE)도 신설했다. 이밖에 한화시스템이 2021년 북미 블록체인 기반 증권형 토큰 선두 업체 시큐리타이즈의 지분 5.2%를 확보했고, 국내외 블록체인 및 NFT 기반의 플랫폼 공동 사업을 위해 람다256에 33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미국 법인 한화시스템USA는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플랫폼 관련 간접 투자를 수행 중이다. 


블록체인 사업이 ICT 부문 기술 지원을 위한 주춧돌이었다는 점에서도 과제가 남았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화시스템은 블록체인 원천 기술 개발을 필두로 자산 디지털화, 거래를 위한 기반 기술 확보에 주력해 왔다. 예술품 등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을 블록체인 기술로 유동화하는 ABT(Asset-backed Token) 서비스, 기존 금융 상품을 기반으로 한 펀드를 디지털화하는 증권형 토큰 개념 증명(PoC)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위해 관련 기술 기업들과 협력을 통한 서비스 및 비즈니스 모델 등을 확보해 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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