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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합병'을 보는 정부의 두 시선
법무부 '목적·비율 불공정하다 볼 수 없어' vs 검찰 '승계 목적 부당 합병'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2일 08시 1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삼성물산)


[딜사이트 정호창 부국장]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을 심리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엘리엇 측 주장 일부를 인용한 판정을 내렸다.


중재판정부는 우리 정부가 엘리엇에 배상금 5358만달러(약 690억원)와 지연이자, 법률비용을 지급하라 명했다. 모두 합치면 우리 돈으로 1300억원 가량의 금액이다.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법무부는 엘리엇의 청구금액 7억7000만달러(약 9917억원) 중 약 7%가 인용돼 우리 정부가 93% 승소했다는 자평을 내놓은 반면, 엘리엇은 중재판정부가 자신들의 손을 들어줘 국가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성공적 결과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시장의 반응도 둘로 나뉜다. 한쪽에서 우리 정부가 대단히 선방한 사실상의 승소라는 평가를, 다른 쪽에선 금액 규모와 무관하게 손해배상 명령을 받았으니 패소한 것이란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런데 결과에 대한 상반된 평가보다 더욱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중재 심리 과정에서 우리 정부 입장을 대표한 법무부가 엘리엇 주장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반론들이다.


엘리엇은 박근혜 정부가 압력을 행사해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 현저히 불공정한 비율로 합병이 성사됐다는 주장을 배상 요구의 주요 근거로 삼았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정부가 개입하지 않았더라도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했을 수 있고 ▲국내 민사법원은 합병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 합병에 대한 정당한 목적이 있었다는 판단을 내렸으며 ▲당시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에 합치하는 것으로 엘리엇의 주장처럼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반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꽤 친숙함이 느껴지는 주장들이다.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재판에서 변호인들이 내세운 변론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역으로 이를 뒤집으면 법무부 산하의 검찰이 이 회장을 기소하며 내세운 근거들이 된다.


검찰은 2020년 9월 '두 회사가 합병할 이유가 없었음에도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권 강화를 위해 삼성물산에 불리한 시기를 골라 합병을 강행해 회사와 주주에 손해를 입혔다'며 이 회장 등 삼성그룹 관계자 11명을 기소했다.


법무부는 엘리엇의 배상 요구로부터 국민 세금을 지켜야 하고, 검찰은 범죄를 단죄해야 하는 입장이라 하나 두 기관이 같은 사안을 너무나 다른 시선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물론 법리적으로 세세히 파고들면 일견 상충돼 보이는 두 입장 차를 설명할 수 있는 논리와 근거가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국민들 눈으로 보기엔 혼란스러울 뿐이다. 우린 이재용과 삼성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걸까. '법(法)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란 오랜 속담을 새삼 되뇌게 하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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