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재용 무죄 선고, 위기의 삼성에 단비
사법 리스크 부담 낮아져…'뉴삼성'이끌 경영인으로 거듭나길 기대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6일 08시 5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도착해 출석하고 있다(사진=김가영 기자)


[딜사이트 김가영 기자] 설 연휴를 앞둔 직장인들 사이에서 가장 큰 화두는 연초에 지급되는 성과급이다. 통장에 찍히는 금액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지난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냈고 스스로 얼마나 기여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부서 혹은 기업들과 금액을 비교하게 되곤 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유난히 울상을 짓는 이들이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임직원들이다.


이번 DS부문의 성과급은 0%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핵심인 DS부문은 2015년부터 꾸준히 100%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았지만, 매출이 감소하기 시작한 2022년 하반기 50%로 줄어들었다가 지난해 상반기 25%, 하반기 12.5%로 점차 줄어든 데 이어 올해는 아예 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지금까지 '업계 최고 대우'로 유명했던 삼성전자에서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직원들은 '자존심이 상한다', '일할 맛이 안 난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실적으로 따지면 성과급을 주지 못하는 게 당연한 상황이다. DS부문은 지난해 약 15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물론, 2022년부터 시작된 반도체 한파의 영향이 절대적으로 크다. 하지만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에서 비롯된 의사결정 지연 탓도 무시할 수 없다. 이 회장은 등기 이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이사회 활동도 할 수 없는 '반쪽짜리 총수'나 다름없었다. 선장이 없는 배는 풍랑이 밀려와도 대처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침몰하듯, 삼성전자는 총수의 부재로 인해 갈피를 잡지 못하며 점차 위기 속으로 빠지는 중이다. 


따라서 이 회장에게 내린 무죄선고는 가뭄 끝에 내린 단비처럼 달가운 소식이다. 앞서 검찰이 징역 5년을 구형한 만큼, 업계는 '징역 2~3년에 집행유예가 내려져 실형을 면하면 다행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무죄 판결이 나면서 이 회장을 옭아맸던 사법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된 모습이다. 검찰이 항소를 하더라도 1심보다는 재판 기간이 짧고, 판결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판결로 이 회장은 경영 족쇄에서 풀려난 것과 더불어 마음의 짐도 덜어냈을 것이다. 그러나 위기의 삼성을 구해야 한다는 더욱 막중한 책임이 그에게 주어져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침몰하는 배에서는 승객들이 앞다퉈 탈출하는 모습처럼, 최근 많은 삼성전자 직원들이 경쟁사로 이직을 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기술과 제품은 다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개발하면 되지만, 한 번 놓친 인재를 되찾아오긴 쉽지 않다. 


어찌 보면 연봉이나 성과급보다 더 중요한 '삼성맨'으로서의 자부심을 다시 심어준다면 이들은 이 회장이 그려갈 미래의 삼성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을 터. 이번 무죄 판결을 발판으로 삼아 이 회장이 위기의 삼성을 구해낼 경영인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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