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 IPO 시장 존재감 '실종'…왜?
국내사 해외 세일즈 역량 '재평가', 빅딜 흥행 견인…외국계 주관사 '무용론'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4일 07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 = Pixabay)


[딜사이트 전경진 기자] 외국계 증권사들이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실적 공백에 시달리고 있다. 대형 IPO는 물론 대기업 계열사들의 상장 추진 움직임까지 줄어든 탓이다. 


최근 업계에서는 외국계 증권사들의 무용론마저 나온다.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세일즈 역량이 크게 제고된 상황에서 굳이 외국계 증권사를 주관사로 선정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 외국계證, 대형 IPO 부재 속 실적 '제로(0)'…대기업 IPO 실종 타격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7월말 기준 외국계 증권사들의 IPO 주관 실적은 전무하다. JP모간, 크레디트스위스(CS) 증권, 씨티글로벌마켓증권,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국내에 지점을 두고 IPO 주관 업무에 나서는 외국계 증권사들 모두 딜(Deal) 공백에 시달리는 중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외국계 증권사들은 국내 IPO 시장에서 유의미한 활약을 펼쳤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 IPO 때 모건스탠리는 대표 주관사로, 골드만삭스와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공동 주관사로 공모 흥행을 이끈 바 있다. 이에 앞서 CS는 카카오뱅크, 현대중공업 IPO의 주관사단으로 활약했다. 또 JP모간도 카카오페이,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상장 주관사로서 딜을 수행한 바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의 입지가 급격히 위축된 것은 최근 국내에서 대형 IPO 딜이 사라진 영향이 크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해외 기관 네트워크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조단위 시가총액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의 경우 안정적인 공모 성사를 위해 외국계 증권사들을 중용했다. 


대기업 계열사의 IPO 추진 움직임이 줄어든 점도 외국계 증권사들의 실적 타격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대기업들의 경우 계열사 IPO 흥행 외에도 그룹 차원의 마케팅 목적에서 외국계 증권사들의 해외 기관 네트워크를 활용해 왔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계열사 IPO를 추진할 때 관행적으로 외국계 증권사를 주관사단에 포함시켰다"며 "대형 IPO 딜 수가 급감한 데다, 대기업 계열사들의 상장 추진 움직임까지 줄면서 외국계 증권사들이 실적 부침을 겪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 국내사 해외 세일즈 역량 '재평가'…외국계證 '무용론' 대두


일부 외국계 증권사는 하반기에 실적 공백 상태를 탈출할 것으로 보인다. CS 증권이 대표적이다. CS 증권의 경우 두산로보틱스의 공동 주관사로 연내 IPO 공모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CS증권을 제외한 다른 외국계 증권사들은 올해 실적 '제로(0)' 상태를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올해 하반기 IPO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 중 외국계 증권사를 주관사로 포함한 곳은 두산로보틱스를 제외하면 사실상 찾아보기 힘들다.


올해 대형 IPO로는 파두, 서울보증보험,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이 있다. 파두는 최근 IPO를 마쳤고, 서울보증보험과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두산로보틱스처럼 연내 증시 입성을 노리는 중이다. 하지만 이들의 경우 외국계 증권사를 제외하고 주관사단을 구성했다. 


업계에서는 외국계 증권사들의 실적 공백이 단순히 '빅딜 부재' 때문이 아니란 지적이 나온다. 외부 변수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라 상장 주관사로서 경쟁력 자체를 상실하고 있다는 평가다.


일단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세일즈 역량을 크게 제고하면서 외국계 증권사들의 시장 입지는 크게 위축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이후 외국계 주관사 없이 공모 흥행을 달성한 대형 IPO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카카오게임즈, SD바이오센서 등이 IPO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롯데렌탈, 프레스티지바이파마 등도 외국계 증권사 없이 안정적으로 IPO 공모를 마친 바 있다.



더욱이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세일즈 역량은 해를 거듭할 수록 강화되는 추세다. 올해 증시에 입성한 알맥의 IPO가 대표적인 사례다.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이 '오일머니'의 대표격인 아부다비투자청(ADIA)을 수요예측에 참여시킨 것이다. 국내 IPO 역사상 아부다비투자청이 직접 수요예측에 참여한 것은 이번 알맥 IPO가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외국계 증권사를 굳이 주관사단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의 경우 주관사로 선정되어도 기관 대상의 청약(수요예측)만 수행할 뿐 일반청약에서는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개인 대상의 리테일 영업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일반청약과 관련된 업무를 단독으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현재 외국계 증권사들은 일반청약 업무를 국내 주관사에게 위탁하고 있다. 즉 외국계 증권사들의 경우 해외 세일즈 경쟁력도 희석되고 있는 데다, '반쪽' 주관사라는 오명까지 함께 입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들의 경우 여전히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는 국내사보다 더 견고한 기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국내사들도 해당 지역 네트워크를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어 현시점에서 해외 세일즈 역량 면에서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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