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삼성의 格
쪼그라든 성과급...'삼성맨' 자부심도 바닥
⑤ 성과급 1년 새 최대 75% 감소...반도체·스마트폰 등 경쟁사에 1위 빼앗겨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7일 10시 4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 강남' 전경 (제공=삼성전자)


[편집자주]우리가 알던 삼성이 없어졌다. 이건희 선대 회장 시절 삼성전자는 남들이 따라잡을 수 없는 초격차, 세계일류, 남들과는 다른 혁신이 핵심이었다.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삼성의 기술은 늘 경쟁사를 압도했고 가전, 휴대폰, TV 등 삼성의 제품은 늘 세계 1위를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지금의 삼성은 예전과는 다르다. 혁신은 보이지 않고 기술력은 경쟁사와의 격차가 좁혀졌다. 변화와 혁신은 사라졌고 제품은 평범해졌다. 직원들 역시 이러한 삼성에 실망하며 사기가 바닥을 치고 있다. 꺼져가는 혁신의 불씨를 누군가는 다시 지펴야하지만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하고 있다. 1993년 선대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이 필요할 때다.


[딜사이트 김가영 기자] 삼성전자의 성과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과 달리 '1등', '초격차'라는 이름으로 대변되던 삼성의 이미지까지 퇴색되면서 삼성전자 직원들 사이에서는 '삼성맨'으로서의 자부심과 근로의욕이 저하되고 있다며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단 성과급만이 아니라 기술력과 시장점유율 등에서도 경쟁 기업에게 조금씩 뒤처지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삼성 조직원들과 주주들 뿐만 아니라 국민기업 삼성을 바라보는 일반 국민들도 삼성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1년 새 최대 75% 줄어든 삼성전자 성과급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성과급은 지난해보다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실적 악화로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매년 상·하반기로 나눠 사업부별 목표달성장려금(TAI, Target Achievement Incentive)을 지급해 왔다. TAI 제도는 실적을 토대로 소속 사업 부문과 사업부 평가를 합쳐 최대 월 기본급의 100%까지 차등 지급한다. TAI 지급률이 100%일 경우에는 7월과 12월에 각각 두 배 급여를 받게 된다. 


삼성전자가 사내망에 공지한 TAI 기준 지급률에 따르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DS부문의 지난해 하반기 TAI는 50%였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TAI는 25%로 줄었다. 2015년 이후 지난해 상반기까지 8년여간 DS부문은 삼성전자의 효자 노릇을 했다. 이에 따라 DS부문의 직원들은 타 사업부들에 비해 최대인 기본급 100% TAI를 받아왔다.


그러나 반도체 시장이 침체되면서 지난해 실적이 악화돼 TAI가 점차 줄어 25%까지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DS부문에서만 8조원대(1분기 4조5820억원, 2분기 4조582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DS부문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9년 이후 14년 만이다.


성과급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던 삼성전자 직원들 사이에서는 최근 타 대기업에 비해 급여 면에서 뒤처진다는 불만이 나온다. 무엇보다 사업지원TF 등 일부 경영진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반도체 사업의 적자가 큰 폭으로 나왔고, 기술력도 경쟁사에 뒤쳐지고 있는데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직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외부에서 비치는 것과 달리 워라밸(워크 라이프 밸런스)이 좋지 않다. 야근도 많고, 주6일 근무를 할 때도 많은데 연봉이 높은 것도 아니다"라며 "상반기에 받은 성과급은 말하기 민망한 수준"이라고 내부 사정을 토로했다. 


◆ 1등도, 혁신도 멀리…흐려지는 '삼성맨' 자부심


업황에 따른 실적 악화 때문에 성과급 감소가 불가피하더라도, 업계를 선도하는 '1등 기업'이라는 자부심은 회사에 대한 충성도와 애사심을 높인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가전, 스마트폰 등 모든 분야에서 1위를 놓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혁신 의지마저 떨어져 직원들의 사기는 과거의 삼성과 같지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반도체에서 초격차 기술력을 자랑해왔던 삼성전자는 어느새 최근 반도체 시장의 화두인 HBM(High Bandwidth Memory·고대역폭메모리) 분야에서 후발주자로 밀렸다. 경쟁사 SK하이닉스가 전세계에서 5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뒤를 이어 삼선전자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다른 분야인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에서도 최근 주춤하는 모습이다. 파운드리 분야 부동의 세계 1위는 대만의 TSMC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 삼성은 지난해 매출 기준 세계 반도체 시장 1위를 인텔에게 빼앗겼다. 집계에서 빠진 TSMC까지 포함하면 삼성전자는 3위 파운드리 기업이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에서도 삼성전자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가 분류한 800달러 이상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부문에서 애플은 올해 상반기 67%를 점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애플에 절반도 안 되는 31%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경영진들이 혁신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경쟁자에게 따라 잡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건희 선대회장이 강조했던 '1등', '초격차'의 모습을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요즘 삼성전자를 보면 경영진들의 잘못된 선택으로 결국 경쟁사들에게 1위를 놓치고 있다. 시장을 선도하기는 커녕 후발주자가 되어가는 모습"이라며 "단순히 성과급 감소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인재들이 삼성전자의 현실에 실망해 타 경쟁사로 떠날 수 있는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삼성전자 관계자 역시 "신사업을 찾아야 하는데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업황이나 기술력의 문제가 아니라 삼성전자의 단기적인 성과 집착문화가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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