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금융, 왜 PEF에 숨었을까
[신탁업 예비인가 경쟁] 전 경영진 구속수감 등 대주주 적격성 감점 요인 영향인 듯

[딜사이트 이상균 기자] 부동산 신탁업 예비인가를 신청한 12개사 중 유독 특이한 구조를 갖춘 곳이 하나 있다. 부산부동산신탁(가칭)이다. 유일하게 사모투자펀드(PEF) 형태로 신탁사를 설립하겠다고 제안했다. 부산의 대표 금융회사인 BNK금융지주는 3개 회사가 지분을 10% 미만으로 나눈 뒤 출자했다. 결과적으로 BNK금융지주는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 심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BNK금융이 이처럼 자신의 몸을 숨기려고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BNK금융 최대주주는 롯데그룹


부산부동산신탁은 사모투자전문회사인 스톤브릿지캐피탈이 만든 PEF가 최대주주다. 펀드에는 부산상공회의소 소속 기업 26개가 출자했다. 자본금은 500억원이다. 이중 부산지역 건설사인 삼한종합건설과 단조업체인 태웅이 각각 지분 10% 이상을 출자했다. 나머지 24개사는 모두 10% 미만의 지분을 보유할 예정이다. BNK금융은 저축은행과 캐피탈, 신용정보 등 3개 계열사가 각각 45억원, 지분 9%를 출자할 예정이다. BNK금융 전체로는 27%의 지분을 보유하는 셈이다.


사실상 PEF의 최대 출자자이지만 BNK금융의 존재는 철저히 가려져 있다.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12개의 부동산 신탁업 예비인가 신청 현황에는 BNK금융의 이름을 찾아보기 어렵다. BNK금융 계열사가 출자한 지분율이 9%로 주요 출자자(지분 10% 이상) 기준에 미달하기 때문이다. 이는 BNK금융이 부산 대표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것을 감안하면 다소 예상 밖의 행보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부산부동산신탁은 지역 형평성 차원에서 대기업 계열 신탁사 못지않게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며 “다만 핵심 계열사인 부산은행도 아닌 비주력 계열사 3곳을 앞세운 것은 예상 밖이었다”고 말했다.


신탁업계에서는 BNK금융이 이처럼 자신의 존재를 감추는 것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BNK금융지주의 최대주주는 롯데그룹이다. 9월말 기준 롯데지주가 2.76%, 롯데쇼핑 2.62% 등 롯데계열사가 11.1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롯데지주의 대표를 맡고 있는 신동빈 회장이 국정농단 혐의로 1년 가까이 구속 수감됐다는 점이다. BNK금융지주의 직접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지는 않지만 최대주주(롯데지주)의 지배자인 신 회장의 도덕성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마이너스 요인이다. 금융위원회는 인가를 신청한 신탁사의 최대주주와 최대주주가 법인인 경우 사실상 지배자, 그리고 그 대표자를 대상으로 적격성 심사를 벌일 예정이다.


◆PEF의 대주주는 GP와 지분 30% 이상 LP


BNK금융지주의 과거 경영진에서도 문제가 나타났다. 성세환 전 BNK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4월 주가 시세조정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구속 수감됐다. 당시 부산지검은 이 사건을 ‘패스트 트랙’으로 분류해 2개월간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BNK금융지주와 부산은행·BNK증권·BNK캐피탈 등 4곳의 사무실과 성 전 회장실도 압수수색했다. 시세조종에 관여한 정황이 있는 부산 중견 건설사 10여 곳의 관계자 등도 조사를 받았다.


다행스럽게도 BNK금융은 PEF 출자와 계열사별 지분 분산 덕분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금융투자업 법률에 따르면 ‘경영참여형 PEF는 무한책임투자자(GP)와 출자지분이 30% 이상인 유한책임투자자(LP)를 대주주로 규정’하고 있다. 스톤브릿지 PEF의 대주주는 GP인 스톤브릿지캐피탈 한 곳뿐이다.


지분율이 각각 9%인 BNK금융지주의 계열사 3곳은 주요 주주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금융위원회는 신탁사에 10% 이상의 지분을 출자한 주주들을 주요 주주로 보고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주주 적격성은 200점이다. 사업계획(400점)에 이어 두 번째로 점수가 많다.


부산부동산신탁도 혹시라도 불거질 수 있는 대주주 적격성 문제에 대한 안정장치를 마련했다. 26개 출자자들로부터 신탁사 경영에 일절 간섭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받았다. 스톤브릿지 관계자는 “지분 출자한 주주들을 경영에서 배제하고 신탁업 경험이 풍부한 경영진들을 내세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BNK캐피탈 관계자는 “부산상공회의소 소속 35개 기업이 지분을 나눠 가진 뒤 나머지를 우리에게 배정한 것”이라며 “고의로 지분을 나누거나 지분율을 10% 미만으로 조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출자 과정에서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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