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강화 후폭풍
삼척블루파워, 조달비용 절감 실패
총액인수 등 안전장치 마련했지만 회사채 전량 미매각, 시장리스크 간과 지적
이 기사는 2021년 06월 24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진후 기자] 삼척블루파워가 지난 17일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모집했지만 전량 미매각 사태를 맞으며 향후 조달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조달금리를 낮추기 위해 선택한 회사채 발행의 이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삼척블루파워는 회사채 총액 인수 등 안전장치를 마련해 뒀지만 시장 상황을 예상하지 못하면서 당초 계획했던 조달 비용 절감에는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총사업비 약 5조 중 회사채 1조


삼척블루파워는 지난 2011년 강원도 삼척 지역에 석탄화력발전소(삼척블루파워 1·2호기) 개발을 위해 설립한 기업이다. 당초 회사가 책정한 총 사업비는 4조8790억원이다. 회사는 이중 20%는 자기자본으로 조달하고 80%는 대출약정 등 타인자본 조달로 계획을 잡았다. 


이후 2018년 6월 다수의 대출 약정을 통해 구체적인 조달계획을 수립했다. 전체 사업비의 20%에 해당하는 자기자본 투자 약정은 농협 등 5개 기관과 체결했다. 총 8638억원 중 올해 1분기 기준 4924억원의 투자를 실행해 현재 잔액은 3714억원이다.


나머지 80%인 타인자본약정은 차입약정(PF)과 회사채 한도대출 약정으로 나뉜다. 이중 차입약정은 총 2조9032억원으로 전체 사업비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약정은 한국산업은행 등 29개 금융기관을 대주단으로 두고 올해 분기 기준 5470억원을 실행해 현재 2조3562억원의 약정잔액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회사채 한도대출은 일반적인 회사채 발행이 어려울 경우를 대비한 약정이다. 비상시 최대 3600억원까지 추가 조달이 가능하다. 실제 대출을 실행한 금액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나머지 사업비는 1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대부분 3년물 회사채로 발행할 방침이다. 여타 발전소 개발사업이 사업비 전액을 PF로 조달하는 것과 달리 PF 대출 대비 금리가 낮은 회사채를 발행해 조달 비용을 절감하환경·사회·지배구조(ESG)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삼척블루파워는 2019년 이후 현재까지 총 4번의 공모사채를 발행해 총 3000억원을 조달했다. 지난해 9월 모집한 제4회 일반사채 모집까지도 회사채 조달을 통한 조달 비용 절감 계획에는 차질이 없었다.


지난해 말부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강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삼척블루파워에도 불똥이 튀었다. 이달 들어 제5회 일반사채 1000억원을 모집했지만 전액 미매각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이번 회사채는 개별민평 대비 -20bp~+100bp라는 희망금리밴드 중 가장 상단이 +100bp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삼척블루파워가 회사채 발행을 통해 금융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회사채 발행 시 금리는 일반 PF대출에 비해 0.5%(50bp)를 절감할 수 있다. 



◆ 회사채 한도대출 등 추가 조달 여지 남아


일각에서는 추가 회사채 발행은 문제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삼척블루파워가 총 1조5000억원의 회사채 총액인수 확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회사채 추가 발행을 강행하더라도 약정을 체결한 증권사가 전액을 인수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체결 대상도 KB증권, NH투자증권 등 6개 대형 증권사로 건설기간 중 청약미달이 발생할 경우 나름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둔 것이다. 현재까지 발행한 3000억원을 제외하면 총액인수 약정 한도는 약 1조2000억원이 남아있는 셈이다.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루트가 막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이번 미매각 사태를 기점으로 금융비용 절감은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환경단체의 민원 확대가 조달 금리 절감의 걸림돌로 거론된다. 환경단체 '석탄을 넘어서'가 자산운용사의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투자의사를 조사한 결과 국내 상위 30개 자산운용사 중 22개사가 인수거부를 선언했다. 미매각 사태가 앞으로도 재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 PF 약정 증액도 현실성 낮아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경우 현재 상황과 같이 회사채 발행이 어렵다면 PF 대출약정을 증액하는 방안을 고려한다"면서도 "다만 석탄화력발전소는 ESG 강화 추세로 신규 대주단 영입은 물론 기존 대주단도 회의적인 시선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삼척블루파워는 PF 증액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 IR 자료에서도 신규투자 유치 및 자금재조달(리파이낸싱)을 중단한다는 방침을 밝힌 상황이다. 다양한 제약이 있어 기존 주주들과 대주단이 투자를 중단하는 위험을 낮췄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삼척블루파워는 PF 약정에 따라 장기대출 이행을 중단하는 대주가 발생하면 손해배생 책임을 부여한다. 또한 신규 대주를 영입해 기존 대주가 대주 권리를 양도할 경우 기존 대주단 전원의 사전 동의를 요구하는 정관을 마련해 놓았다.


현재 삼척블루파워는 농협은행을 신탁사로 한 'KIAMCO 파워에너지 3호 펀드'가 가장 큰 지분율인 54.33%를 보유하고 있다. 펀드 구성기업은 ▲KDB인프라운용을 비롯해 ▲교보생명 ▲국민연금공단 ▲NH농협은행 ▲삼성생명 ▲우정사업본부 ▲정책금융공사 ▲기업은행 ▲동부화재 ▲삼성화재 ▲신한생명 ▲우리은행 ▲흥국생명 등 13개 기관투자자로 이뤄져 있다.


이밖에 주주는 ▲포스코에너지 29% ▲두산중공업 9% ▲포스코건설 5% ▲중소기업은행(신탁업자) 2.47% 등으로 이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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