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영업 나선 인터넷은행, 가계대출 '훌쩍'
시중은행 대출 증가세 정체와 대조···금리 경쟁력 앞세워, 향후 NIM 하락 우려도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6일 11시 1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진 제공=각사


[딜사이트 강지수 기자] 올 1분기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여신 잔액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들은 여신 잔액이 줄어들거나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해 이례적인 모습이다. 인터넷은행들이 대출 안정성 제고를 위해 금리 경쟁력을 내세워 주택담보대출 확대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카카오뱅크의 여신 잔액은 29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 여신 잔액도 11조94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52% 늘었다. 토스뱅크 여신 잔액은 9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32% 크게 증가했다. 증가 액수로만 보면 카카오뱅크는 전년 동기대비 3조3000억원, 케이뱅크는 3조9300억원, 토스뱅크는 6조100억원 각각 늘어났다.


반면 주요 은행들의 원화대출금 잔액은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신한은행의 원화대출금 잔액은 281조519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3% 증가했고, KB국민은행의 원화대출금 잔액은 326조7000억원으로 1.7% 늘어나는데 그쳤다. 하나은행은 274조463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5.7% 증가했고, 우리은행은 293조3980억원으로 0.7% 소폭 증가했다.


◆ 주담대 '금리 경쟁력' 내세워 대출 늘린 인터넷은행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들의 대출 성장률 차이는 가계대출에서 비롯됐다. 인터넷은행들은 주담대를 중심으로 금리 경쟁력을 내세우면서 공격적인 대출 확대에 나서며 수요를 끌어모은 반면, 시중은행은 고금리와 DSR규제 등 부정적인 대외 환경 영향으로 가계대출이 전년동기대비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분기 신한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전년동기대비 3.8% 감소한 129조3111억원, 국민은행은 전년동기대비 3.2% 줄어든 162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27조812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0% 증가했고, 우리은행은 137조872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9% 감소했다.


견조한 대기업대출 수요에 따라 시중은행들의 기업대출이 신한은행(10.2%), 국민은행(7.0%), 하나은행(13.5%), 우리은행(4.7%) 등 큰 폭으로 성장했지만 은행 원화대출금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가계대출이 감소하면서 기업대출 증가분을 상쇄한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은행은 금리 경쟁력을 내세우면서 비우호적인 업황에서도 수요를 끌어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주담대나 전월세 상품의 취급 범위를 확대하고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는 등 고객 유치를 위한 각종 혜택을 제공하면서 가계대출 시장의 수요 선점에 나서는 모습이다. 아울러 자사 신용평가모형(CSS)을 적용해 중저신용대출 확대를 위한 우량 중저신용자 발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지난 4월 신규 취급한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각각 4.04%, 4.09%로 신한은행(4.82%), 국민은행(4.73%), 하나은행(4.59%), 우리은행(5.23%)보다 1%포인트(p) 가량 낮았다. 가산금리 평균 또한 카카오뱅크가 0.48%, 케이뱅크가 0.40%로 신한은행(2.88%), 국민은행(1.97%), 하나은행(2.97%), 우리은행(3.48%) 등 시중은행들과 비교해 큰 차이를 나타냈다.


◆ 안정성 높은 담보대출 비중 꾸준히 확대···포트폴리오 안정성 높이기


인터넷은행들이 이처럼 공격적인 주담대 확대에 나서고 있는 까닭은 대출 포트폴리오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인터넷은행들은 중저신용대출 부문에서 당국이 제시한 목표 수준을 달성하기 위해 추가로 대출을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중저신용대출에 비해 비교적 위험가중치가 낮은 담보대출은 중저신용대출 확대에 따른 리스크의 완충 작용을 할 수 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지난달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신용대출만 할 경우에는 연체율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오는 어려움이 영업이익이나 충당금에 반영되는데, 담보대출은 상대적으로 연체율에 대한 쿠션으로 작용하고 있어 안정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성장을 위해서도 가계대출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인터넷은행들은 시중은행과 달리 기업대출 없이 가계대출만 취급하고 있다.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주택 구입 수요가 줄어드는 등 비우호적인 환경이 지속되고 있지만, 가계대출을 확대하지 않으면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쉽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특히, 아직 주담대 상품을 출시하지 않은 토스뱅크의 경우 예대율이 47.6%로 낮은 상황으로, 올해 흑자전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대출 총량을 큰 폭으로 늘려야 한다.


다만 가계대출 시장에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들어 특례보금자리론 개시, 부동산 규제 완화 등으로 1금융권 가계대출 수요가 살아나고 있지만, 당국의 가산금리 인하 요구에 따라 시중은행 전반적인 대출금리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들이 지금과 같이 금리 경쟁력을 내세워 수요를 끌어들이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순이자마진(NIM) 등 수익성 지표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인터넷은행들이 금리가 낮은 대출을 꾸준히 공급해 시장 선점에 나설 경우 NIM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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