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지금은 유동성 장세, 당분간은 '눈치게임'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코로나19 '게임 체인저'가 분수령 될 것"

[팍스넷뉴스 권일운 기자] 유동성 과잉이 증시 호황을 불러왔고, 인수·합병(M&A) 시장은 눈치보기 국면에 돌입했다. 눈치 싸움은 코로나19의 '게임 체인저'가 등장할 1~2년 뒤에야 끝날 것 같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사진)는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20 팍스넷뉴스 M&A포럼' 첫 번째 세션에서 연사로 나서 M&A 시장 판세를 이렇게 진단했다. 이 대표는 이날 포럼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M&A 트렌드'라는 주제로 자신의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최근 각종 증시 지표들이 연이어 최고치를 경신한 데 대해 이 대표는 "현실 경제와 자본시장 사이에 괴리가 상당한 것이 사실"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다만 이같은 증시의 활황이 비이성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내 기업들의 경우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 오히려 수익성 지표가 개선됐다는 것이 이유다. 수익가치에 가산해 기업가치를 책정하는 멀티플(배수) 또한 코로나19 위기와 무관하게 우상향했다.


이 대표는 이같은 현상의 원인이 근본적으로 '유동성'에 있다고 평가했다. VIG파트너스가 내부적으로 추산한 결과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를 필두로 한 재무적투자자(FI)들이 최근 2년 사이에 축적한 투자 재원은 20조원에 육박한다. 존재감이 미미했던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력이 상당한 수준에 다다랐다는 점도 변수다. 개개인의 소득 자체가 늘어난데다 과거와는 달리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 돼서다.


기본적으로 M&A 과정에서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은 동종 업계 상장사 주가를 지표로 삼는다. 이런 역학관계 때문에 이 대표는 "(잠재적 M&A 대상이 되는 회사들의 몸값이) 비싸졌다"라고 평가했다. 최근 들어 비상장사를 소유한 개인이나 기업들이 M&A 시장보다 기업공개(IPO) 쪽으로 눈을 돌리는 상황이 나타나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이 대표는 자신과 같은 사모투자(PE) 업계 종사자의 관점에서는 지금의 M&A 시장을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현재 시점에서는 풍부한 유동성 때문에 비싼 값에 M&A 할 수 밖에 없는데, 투자 단가가 높을수록 수익을 내는 것이 어려워 진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해서 M&A 시장 자체가 기근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 이 대표의 분석이었다. 그는 "원하건 원하지 않았건 재벌들은 구조조정 매물을 내 놓고 있다"면서 "구조조정 매물은 FI들이 열심히 인수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향후 4~5년을 바라보고 결단을 내릴 수 있는 FI의 특성에 기인한 현상이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낳는 기업에 대한 수요는 꾸준했다. 이 대표는 산업용 가스와 렌탈, 폐기물 처리, 대중제 골프장, 식음료 프랜차이즈 업체를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이들 산업군은 FI와 전략적투자자(SI)모두에게 '러브콜'을 받았으며, 상당수의 거래가 클로징(최종 성사)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개별 산업에 대한 미래가 불확실하고, 기업들의 몸값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그간 M&A 시장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나타내던 FI들의 투자 전략이 변화하고 있는 양상도 언급했다. 이 대표는 "대형 PEF들이 대기업 소수지분 매입과 같은 비전통적인(Unconventional) 투자에 나서고 있다"면서 "FI들의 드라이 파우더(투자 재원) 소진 문제와 맞물린 현상"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대표는 당분간은 비슷한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 시장에 나와 있는 M&A 매물이 '비싸거나 나쁘거나'의 극단적 상황이다 보니 전통적인(Conventional) 투자 전략으로 근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그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1~2년은 지속된다고 보고 있다"면서 "백신이나 치료제와 같은 '게임 체인저'가 등장해야만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산업의 지형이 재편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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