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은행의 '메기'는 누구
은행 경쟁상대는 더이상 은행 아냐…챌린저뱅크 등장 필요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0일 08시 2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각 금융그룹)


[딜사이트 이진철 부국장] 금융당국이 은행권 과점 해소 및 경쟁 촉진을 위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허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충분한 자금력과 실현가능한 사업계획을 갖고 있다면 은행의 신규 인가도 적극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기다렸듯 가장 먼저 대구지역에 기반을 둔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이 전국적 지점망을 가진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0여년 만에 새 시중은행이 등장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그간 예대마진 수익에 안주해온 시중은행에 메기를 풀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규제산업인 은행권에 큰 의미가 있다. 사실 은행은 정부의 인가만 받으면 별다른 영업을 하지 않아도 점포를 열어 찾아오는 소비자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가만히 앉아서 손쉽게 이자수익을 거둘 수 있다. 정부가 인가권을 쥐락펴락 하기 때문에 은행들은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관치와 과점체제가 수십년째 굳어진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나마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면서 디지털금융을 활성화하는 효과를 불러왔다. 이제 시중은행들도 비대면 모바일로 업무를 제공하고 대출시장 경쟁에도 나서고 있다. 하지만 출범 초기 메기효과를 기대했던 인터넷전문은행도 아직은 이자수익에 의존할 뿐 기대했던 획기적인 금융서비스 제공은 미흡하다.    


메기효과는 노르웨이의 어부가 청어를 싱싱하게 하기 위해 수조에 청어의 천적인 메기를 넣어 청어들이 메기를 피해 부지런히 움직여 싱싱함을 유지할 있었다는 일화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는 시장에 다양성을 제공해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의미로 통용된다. 하지만 자칫 메기가 경쟁을 통한 발전이 아닌 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미꾸라지로 변질된다면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예금이자를 주고 소상공인 등 중신용자 대출창고 역할로 맡고 있는 새마을금고는 최근 연체율이 6%대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면서 그간 부실운영이 도마위에 올랐다. 정부가 새마을금고에 대한 특별점검 후 부실 지점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서는 수습책을 발표했지만 소비자들은 내가 맡긴 예금이 안전한 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지금 은행들은 순이자 마진 하락, 대면 영업채널 축소를 대비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네이버, 카카오 등 정보기술(IT)에 기반한 플랫폼 기업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금융시장 진출을 모색하면서 기존 은행들을 위협할 태세다.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디지털금융이 부상하면서 은행의 경쟁상대는 더 이상 은행이 아니다. 관치를 벗어나 디지털 시대에 부응하는 챌린저뱅크의 등장이 필요한 시점에 똑같은 영업방식의 시중은행 출현이 메기 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 지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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