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카카오 '이사가야 할 때'
한국 대표 빅테크의 정체···변화 모색해야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4일 16시 3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 사내 전경. (제공=카카오)


[딜사이트 김진욱 부국장] 이사는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집을 옮기기 전에 필요 없는 가구와 물품 가장 먼저 신경이 쓰인다. 1년에 한 번 쓸까 말까 한 물건들은 버리거나 혹은 필요하다는 지인들에게 준다. 또는 중고 마켓에 내놓기도 한다. 그리고 꼭 필요한 물건은 이삿짐 박스에 들어갈 수 있게 챙긴다.


이사를 가서도 새로운 집에 맞게 가구도 배치하고 또 자주 쓰는 물건들의 자리도 찾아야 한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 물건들이 제자리를 찾고 손쉽게 찾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3개월은 걸리는 듯하다.


하지만 이런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고 나면 깨닫는 평범한 진실이 있다. "이사 과정이 내 주변을 한 번 정리하는 기회가 됐구나"이다.


최근 국내 대표 빅테크 기업인 카카오와 네이버를 보면 이사를 통한 깨달음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카카오가 3일 공개한 2분기 실적을 보면 나쁘지 않았다. 연결 기준 2분기 매출 2조425억원, 영업이익 113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2% 증가했다. 분기 매출 2조원이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인수한 SM엔터테인먼트 효과를 봤다.


하지만 영업이익을 보면 '그다지'라는 생각이 든다.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기 때문이다. 영업이익률로 보면 5.6% 수준이다. 이익률이 높은 제조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 때문일까 카카오는 내부적으로 구조조정 작업 중이다. 계열사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엑스엘게임즈 등이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카카오 자회사나 손자회사들이 안에서 위기감이 감돌 수밖에 없다. 카카오 노조는 이에 지난달 26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 앞에서 집회를 열고 김범수 센터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등 집단행동을 시작했다.


네이버를 보자. 네이버는 카카오보다 하루 늦은 4일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핵심은 매출 2조4079억원, 영업이익 3727억원이다. 각각 전년동기대비 17.7%, 10.9% 증가한 규모다. 영업이익은 15.5% 수준이다.


네이버가 최근 부진을 딛고 괜찮은 성과를 내놓은 것은 지난해 최수연 대표 체제가 들어 선 이후 필요 없는 것은 버리고 빅테크 기업의 핵심 가치에 집중했기 때문인 듯하다. 네이버는 동영상 중계 서비스인 '네이버TV'는 다른 콘텐츠 플랫폼 '나우'에 3분기(7∼9월) 중 흡수 통합된다. 문서 작성 도구 '오피스'와 PC 백신 서비스는 올해 11월 말 종료될 예정이다. 앞서 올해 3월엔 영화 정보 제공 서비스 '네이버 영화'도 중단했다. 돈이 되는 사업에 열중하겠다는 의지다. 또한 하반기 공개채용을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대신 네이버는 차기 사업으로 꼽히는 생성형 AI에 집중했다. 그리고 오는 24일 초거대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와 대화형 AI '클로바X'를 공개한다.


카카오와 네이버와 차이는 여기에 있다. 카카오는 지난 몇 년간 문어발식 확장으로 질타를 받아왔다. 그리고 최근 SM 인수까지 마무리했다. 반면 네이버는 무한 확장보다 필요 없는 부분을 축소하고 필요한 부분에 투자를 하는 내실 다지기에 열중했다. 커머스와 핀테크에 집중하면서 빅테크 기업의 핵심인 AI 사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 가득 채우기에 바빴던 카카오와 비우며 핵심 가치에 가까운 서비스 개발에 열중한 네이버의 미래가 어떻게 그려질지 지켜보자.


그리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 불리는 기업들에게 시선을 돌려보자. 애플, 구글, 페이스북. 그들의 이름을 들으면 그들의 사업이 명확하게 머리에 들어온다. 반면 카카오를 떠올려보자.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카카오가 이사를 준비해야 할 시기가 아닐까.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
데스크칼럼 354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