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양날의 칼' 초거대 AI
막대한 전력 소모와 탄소 배출 문제…환경 보호에 이바지할 방법 찾아야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9일 14시 4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픈AI의 초거대 AI 'GPT-3'. (제공=디셈버랩스)


[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양날의 칼'은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갖춘 사물 또는 상황을 가리킨다.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지만 반대로 큰 해를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올해 '챗GPT'를 계기로 분 초거대 AI(인공지능) 열풍 역시 인류에게는 양날의 칼이다. 초거대 AI가 새로운 기술 발전의 첨병이지만 환경에는 결코 좋은 영향을 끼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초거대 AI는 사람의 뇌와 유사하게 여러 상황과 조건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다. 그만큼 빠른 연산 속도와 대규모 데이터 학습이 필요하다. 여기에 들어가는 전력 소비와 탄소 배출 역시 막대할 수밖에 없다. 초거대 AI를 접목한 검색이나 이미지 생성 등의 서비스 역시 기존 서비스보다 에너지를 훨씬 많이 쓴다는 단점을 지닌다. 


스탠포드대학에서 4월에 내놓은 'AI 인덱스 리포트 2023'에 따르면 오픈AI의 초거대 AI인 'GPT-3'이 데이터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22년 기준 연간 502톤에 이르렀다. 이는 같은 해 동안 미국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를 오가는 항공기들이 내놓는 탄소 배출량의 500배에 이른다. 


전력 소모량 역시 만만찮다. GPT-3 모델의 데이터 학습에 쓰인 전력량은 2022년 기준 1287메가와트시로 측정됐다. 참고로 미국 가정이 매년 소비하는 전력량 평균치는 1만632킬로와트시다. GPT-3 모델의 데이터 학습에 미국 가정의 121년분 전력 소비량 평균치가 들어가는 셈이다.  


기후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2030년대에는 여름에 북극해의 얼음이 더 이상 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에 국한하더라도 한국수자원학회가 최근 내놓은 '가능 최대 강수량(PMP) 산정절차 재평가 및 보완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위기에 별다른 조치가 없을 경우 50년 뒤 돌이킬 수 없는 자연재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 때문에 정부는 물론 기업 차원에서도 전력 소모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초거대 AI 시장에 뛰어들려는 한국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그 예로는 네이버와 카카오를 들 수 있다. 네이버는 8월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할 예정이다. 카카오 역시 하반기에 초거대 AI '코GPT 2.0'을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두 기업은 모두 'RE100'에 가입한 상태다. RE100은 기업에서 쓰는 전력량 전체를 풍력과 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목표 아래 만들어진 캠페인을 말한다. 두 기업 모두 2040년까지 사업 운영 도중 발생하는 전력 사용량을 재생에너지로 100%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친환경 데이터센터 건립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따르려면 초거대 AI 개발과 운영에 필요한 전력 소모량과 탄소 배출량을 효율적으로 줄이려는 시도 역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기후위기에 대응해 환경 보호에 나서겠다는 취지를 살리고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도 충실하게 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국내 기업들 역시 초거대 AI를 활용해 환경 보호에 나서는 방안 역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구글의 경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그린라이트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인공지능 분석을 통해 교차로 신호등 시간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자동차 배기가스에 따른 탄소 배출량을 기존보다 15%가량 줄일 수 있었다. 


양날의 칼은 결국 칼을 쥔 사람의 능력에 따라 쓸모도 달라진다. 그 사람이 훌륭한 능력을 지닌다면 적을 효과적으로 상대할 수 있다. 반대로 그 사람이 제대로 칼을 쓰지 못한다면 적을 상대하기는커녕 자신의 손을 베어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초거대 AI라는 양날의 칼을 든 국내 기업들이 모쪼록 양날의 칼을 잘 휘두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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