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바이오 대전
오리온, 바이오 욕심 '눈길'
진단키트·백신·치주질환 치료제 이어 SC사업까지 기웃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3일 15시 4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리온 청주공장. (출처=오리온홀딩스)


[딜사이트 최홍기 기자] 오리온이 바이오사업에 강한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진단키트 사업 외에도 백신 및 치주질환 치료제는 물론, 피하주사(SC) 등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까닭이다. 이 회사는 나아가 지속성장을 위한 다양한 분야의 바이오사업 M&A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바이오사업에 진출한 유통·식음기업들이 특정 사업에 특화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과 상반된 움직임이다. 업계는 오리온이 바이오를 신사업으로 낙점한 이래 다양한 분야를 '탭핑'하고 있단 점을 근거로, 존재감을 키우기까지 적잖은 시간을 필요로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리온은 최근 바이오기업인 알테오젠 인수 무산 이후 "상황만 맞는다면 다양한 측면에서 역량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 시장을 두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오리온은 알테오젠을 통해 SC사업 진출을 도모했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리온은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 등이 보유한 20% 가량의 지분을 약 5000억원 안팎으로 인수하려 했지만, 알테오젠 측 내부사정에 의해 최종 결렬됐다.


결과를 떠나 이번 오리온의 알테오젠 지분 인수 추진은 그간 이 회사가 추진해온 바이오 사업들과 전혀 다른 분야였단 점에서 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여러 제약·바이오기업은 물론 유통·식음료기업들이 초기 바이오 사업에 진출할 때 대부분 사업 분야를 특정해왔던 것과 다른 행보기 때문이다.


실제 오리온은 2020년 중국 국영 제약기업 '산둥루캉의약(루캉)'과 합자계약을 체결한 후 '암 중증질환' 및 '전염성 질환'과 관련한 '체외진단키트'를 중점 사업영역으로 선정하며 바이오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이후 2021년 5월 국내 암 체외진단 전문기업 '지노믹트리'와 대장암 체외진단 기술도입 본계약을 체결하고 체외진단키트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오리온은 단순 진단키트사업에 성에 차지 않았는지 지난해 2월 글로벌 백신 전문기업 큐라티스와 결핵백신 공동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며 백신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같은 해 7월에는 관련 백신 개발하기 위해 중국 산둥성 지닝시와 '중국 백신 개발사업 지원협력 계약'을 맺었다.


나아가 작년 11월에는 치과질환 치료제 개발 기업 하이센스바이오와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하며, 세 번째 바이오 사업으로 시린이, 치주질환 등 난치성 치과질환 치료제를 선정했다. 오리온은 하이센스바이오와 합작회사인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면서 사업 진행 경과에 따라 165억원까지 출자하겠단 계획도 공개했다.


문제는 오리온이 벌려 놓은 이들 바이오 사업의 방향이 상이하다 보니 사업 시너지를 제대로 창출할 수 있을지 물음표가 붙고 있단 점이다. 아울러 성과를 내는 데까지 상당 시일이 걸릴 것이란 게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큐라티스의 결핵 백신 사업만 하더라도 올 들어서야 임상2a상 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하는 등 상용화까진 적잖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리 오리온이 중국 내 인지도가 높다지만 이곳에서 바이오사업을 하고 있는 점을 낙관하기 어렵다"며 "바이오사업이 규제 산업인 데다 다른 국가보다 중국의 경우 규제가 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단키트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 또한 중국 진출을 꺼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롯데만 하더라도 자금력 차원에서 오리온보다 월등한데도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에 우선적으로 집중하고 있다"며 "여러 바이오사업에 진출하는 게 문제될 것은 아니지만, 원천기술이 부족한 오리온은 적어도 기존에 진출한 사업을 정착시킨 이후 영역을 넓히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리온이 아직 주력 분야를 특정화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일각서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오리온 관계자는 "충분한 사업성을 갖고 있는지 철저히 검증한 후 대장암 체외진단 키트, 결핵백신, 치과질환 치료제 개발 사업을 착실히 진행하고 있으며, 바이오사업이 그룹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제품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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