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시장 점검
흥행 양극화…공모가 높이기 부작용 우려
③공모액·섹터별 IPO '희비'…몸값 욕심 탓 투자자 피해 우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8일 15시 0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 = Pixabay)


[딜사이트 전경진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를 진행한 기업 10곳 중 6곳이 수요예측에서 1000대 1을 넘는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하반기 위축됐던 IPO 투자심리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시장 투자심리는 양극화된 상황이다. IPO 공모액이 300억원만 넘어도 수요예측 경쟁률은 크게  떨어지고, 2차전지, 반도체 등 특정 섹터에 대한 투자 쏠림 현상도 두드러졌다. 


전문가들은 투자심리 회복을 반기면서도 IPO 기업들이 수요예측 흥행을 이유로 손쉽게 몸값(공모가)을 높이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상장 후 적정 기업가치에 대한 논란을 겪으면서 신규 상장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락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탓이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손실을 입고 자칫 IPO 투자심리가 또 다시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IPO 기업 63%, 수요예측 '흥행'…공모액·섹터별 결과 '희비'


28일 딜사이트가 올해 신규 상장사의 증권신고서를 분석한 결과, 8월 말 기준 IPO 수요예측에서 100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한 기업(스팩, 리츠 제외)은 총 30곳에 달했다. 전체 IPO 기업 48곳 중 63%가 수요예측에서 흥행을 달성한 셈이다.


올해 수요예측을 흥행으로 끝마친 기업은 지난해말 대비 2배 가량 늘어난 상태다. 작년말 침체됐던 IPO 투자심리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 수요예측을 진행한 기업 중 1000대의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곳은 전체 33%(12곳)에 불과했다. 


(출처 = 한국거래소, 각사 증권신고서)

IPO 투자심리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제 시장의 온기는 일부 기업에 쏠리는 모습이다. 투자심리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소형 IPO 딜에 투자심리가 쏠리고 있다. 반면 공모액이 300억원만 넘어가도 수요예측 경쟁률은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다. 올해 공모액이 300억원을 상회했던 기업 수는 총 10곳인데, 이중 6곳의 수요예측 경쟁률이 400대 1을 밑돌았다. 티이엠씨, 삼기이브이, 지아이이노베이션 등은 수요예측에서 100대 1을 밑도는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큰 부침을 겪기도 했다.


섹터별 투자심리도 엇갈렸다. 반도체, 2차전지 기업들의 경우 딜 크기와 무관하게 수요예측에서 흥행을 달성했다. 필에너지(2차전지), 알멕(2차전지), 기가비스(반도체)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외면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IPO를 마친 48개 기업 중 수요예측 경쟁률이 100대 1을 밑도는 기업은 총 7곳이다. 그런데 이 중 절반(3곳)이 바이오 기업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27대 1), 큐라티스(53대 1), 프로테옴텍(94대 1) 등이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을 냈다.


IB업계 관계자는 "시장 분위기는 개선됐지만, 소형주와 유망섹터에 투자 수요가 집중되는 모습"이라며 "증시 변동성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은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종목 위주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 몸값 상향 추세 '우려'…"투자자 손실 유발, 기업 평판 하락 경계해야"


전문가들은 공모주 시장 분위기가 개선된 것을 반기는 한편, 올해 IPO 기업들의 공모가 상향 추세에 대해서 우려하고 있다. 몸값 거품 논란이 불거지면서 신규 상장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락하고 있는 탓이다.


통상 신규상장기업의 경우 적정 기업가치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견이 엇갈리는데 공모가 상향 시 이런 의구심은 더욱 확대된다. 전문가들은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 위험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올해 IPO 수요예측에서 흥행을 달성한 기업 중 공모가를 희망가격(희망밴드) 보다 상향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은 전체 40%(19곳)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은 상장 후 큰 폭의 주가 변동성을 경험했다. 센서뷰, 버넥트, 시지트로닉스, 뷰티스킨, 에이엘티 등은 공모가 보다 낮은 주가(25일 종가 기준)를 기록 중이다.


(출처 = 각사 증권신고서)

특히 최근 IPO 기업의 상장일 가격제한선이 확대된 탓에 공모가 상향의 부작용은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 6월 26일부터 상장일 가격 제한선이 공모가의 최대 400%까지 확대된 것이다. 이로 인해 '단기 투자' 성향의 투자자들이 IPO 청약에 쏠리면서 공모가 가격에 거품이 더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시적으로 주가 변동성이 더 확대되는 셈이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신규 상장기업의 적정 기업가치는 늘 논란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공모가 4배 수준까지 차익을 실현할 수 있게 되면서 '묻지마 청약' 식의 투자 패턴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수요예측 흥행을 달성한 기업들은 손쉽게 몸값 욕심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모가 상향과 주가 변동성 확대로 투자자 손실이 커질 경우 모처럼 살아난 IPO 투자심리도 다시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PO 청약 이후 투자 손실을 보는 사례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며 "기업들도 IPO 때 몸값을 부풀리기 보다는 상장 이후 중장기적인 주가흐름과 평판을 고려해 공모가 욕심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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