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네버슬립]
Arm, 지금이라도 들어갈까?
월스트리트에선 과도한 밸류에이션 우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0일 06시 4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 = Arm 홈페이지


[딜사이트 우세현 기자] 성공적인 Arm 데뷔!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던 올해 최대의 대어 Arm의 IPO가 14일(현지시간) 매우매우매우!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51달러의 공모가에 거래를 시작한 Arm의 주가는 상장일 당일에만 약 25% 상승하는 좋은 모습을 보였죠. 비록 이후 2 거래일 연속 주가가 하락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주당 60 달러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18일(현지시간) 마감가 기준 Arm의 시가총액은 약 595억 달러, 한화로는 약 78조 8000억 원 수준인데요. 이는 글로벌 시가총액 300위 권에 드는 규모이며, 국내 기업들과 비교하면 코스피 3위 기업 SK하이닉스보단 작고 삼성바이오로직스, 포스코보다는 큰 수준입니다. 이번 상장이 어느 정도로 '대어'였는지 감이 오시죠?


2016년 소프트뱅크가 Arm을 인수했을 때 지불한 가격이 320억 달러였으니 이 정도면 상당히 만족스러운 IPO를 치렀다고 볼 수 있겠네요.


투자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하지만 미국에서 아무리 성공적인 대형 IPO가 치러지고 있다고 해도, 국내 개인 투자자 입장에선 그저 '남의 집 잔치'일 뿐인데요. 서학개미가 미국 증시 IPO 공모에 참여하기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청약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 등이 있으나 상장 시장이 익숙지 않은 투자자들에겐 여전히 어렵긴 매한가지고, 애초에 Arm 상장은 국내 증권사들에 공모 물량이 배정되지도 않았기에 이 방법조차 먹히지 않았거든요.


공모에는 애초에 참여도 못하니 그렇다고 쳐도. '거래가 시작된 직후에라도 바로 매수했더라면 수익을 남겼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은 분들도 계실 텐데요. 지나간 주가창만 들여다본다고 해서 돌아오는 수익은 하나 없는 법이죠. 결국 Arm이란 기업의 가치와 성장성을 고려해 현재의 주가에서 어떤 투자 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을지 판단하는 게 관건일 겁니다.


월스트리트의 전설적인 투자자 피터 린치는 "사람들은 주식을 살 때 지나치게 서두른다"고 말하며 IPO 시장에 너무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 말했는데요. 그는 월마트를 예로 들며 IPO 이후 2년이 지나 기업의 저력을 충분히 확인한 후에 매수에 나섰어도 수백 배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어요. '나만 투자 기회를 놓치는 것이 아닐까?' 싶은 마음에 성급하게 투자 결정을 내리지 말라는 충고인 것이죠.


지금 적절한 가격일까?


워낙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기 때문일까요? 상장 직후 Arm을 바라보는 월스트리트의 시선은 다소 회의적입니다. 각종 기사 헤드라인이나 애널리스트 코멘트에서도 이런 경계심이 잘 나타나는데요. 시장에서 회의적인 견해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1번 곰: 스마트폰 성장 동력 끝났다!


IPO 과정에서 워낙 많이 다루어지면서 이제는 많은 분들이 Arm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잘 아실 겁니다. 이 기업은 반도체 기업들에게 특정한 설계에 대한 사용권을 판매해 수익을 올립니다. 저전력이 특징인 Arm 아키텍처는 오늘날 거의 모든 모바일 기기에서 사용되죠. 점유율을 따지자면 99% 수준인데요. 이는 두 가지를 의미합니다. 하나는 이 기업이 업계에서 현재로서는 대체 불가능한 기업이라는 점이고요. 다른 하나는 이미 시장 전체를 장악한 만큼 성장 여력이 적다는 점입니다.


애널리스트 평가도 살펴볼까요? 투자은행 니덤의 찰스 시(Charles Shi) 애널리스트는 Arm이 상장한 당일인 14일(현지시간) 이 기업에 대한 커버리지를 시작하면서 '보유(Hold)'의 투자의견을 제시했는데요. 그는 "(오늘날 같은)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에 Arm의 밸류에이션은 이미 가득 차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습니다. 아울러 "스마트폰에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지금의 주가를 정당화할 정도의 성장 여력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어요. 현시점에서 Arm에 대한 투자의견을 제시한 애널리스트는 아직 많이 없는데요. 앞으로 어떤 분석이 더 나올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2번 곰: AI에서 잘할 수 있을까?


Arm 주가에 대한 부정적 견해의 두 번째 이유는 새로운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입니다. 이미 스마트폰 시장은 장악을 완료했으니, Arm이 고성장을 기록하기 위해선 다른 사업 분야를 개척해야 하는데요. 과연 Arm이 잘 해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월스트리트는 아직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분야로는 AI 데이터센터용 반도체가 있습니다. AI로 인해 막대한 전력을 잡아먹는 데이터센터의 수요가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저전력 반도체 분야에 강점이 있는 Arm에게 좋은 사업 기회가 되지 않겠냐는 거죠.


실제로 데이터센터 반도체는 전체 반도체 유형 중에서 가장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스태티스타가 올해 2월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2022년 6190억 달러 규모에서 2030년까지 약 1조 10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이 중에서 서버 및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1000억 달러에서 2030년 2490억 달러로 2.5배 가까이 뛸 것으로 예상돼요. 현재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스마트폰을 제치고 데이터센터가 반도체 최대 시장이 될 것이란 뜻이죠.


그런데 아쉽지만 데이터센터 반도체 분야에서는 아직 Arm의 설계가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는 않아요. 이 분야에서 Arm의 점유율은 10% 남짓 수준이죠. 현재 데이터센터용 CPU는 인텔과 AMD가, GPU는 엔비디아가 시장을 꽉 잡고 있습니다.


번스타인의 사라 루소(Sara Russo) 애널리스트는 18일(현지시간) Arm에 대해 '시장수익률 하회(Underperform)'의 투자등급과 함께 이날 종가 대비 약 20% 낮은 46달러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는데요. 그는 "AI 성장으로 Arm이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 덕분에 주가에 프리미엄이 더해진 상황"이라며 "그러나 Arm이 진정한 AI 승자라고 판단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말했어요. 즉, AI 시장에서 Arm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죠.


3번 곰: 더 이상 중립국 아니다


세 번째로 상장사로 전환하면서 성장과 신사업 개척의 필요성이 커진 상황은 그 자체만으로도 Arm의 현재 지위를 흔드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Arm은 아키텍처에서의 독점적인 지위를 통해 일종의 '중립국'으로서 존재해왔어요. 애플, 삼성전자, 퀄컴 등 서로 경쟁하는 기업들 모두와 파트너십을 맺어왔으니 말이죠. 오죽하면 Arm의 르네 하스 CEO가 "우리가 참여하지 않는 영역을 찾는 게 더 힘들다"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이런 독특한 위치 때문에 과거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려고 했을 때 규제당국은 반독점 우려를 이유로 이를 불허하기도 했죠.


그런데 Arm이 이번에 상장을 하게 되면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비상장사와 비교해 상장사는 성장에 대한 압박이 상대적으로 더 큽니다. 주주들이 늘 지켜보고 있으니까요. Arm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계속 강조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죠. '중립국' Arm이 데이터센터 등 새로운 사업 분야를 적극적으로 개척하기 시작하면 이제 이 기업은 누군가의 직접적인 경쟁자로 변화하게 될 겁니다.


아니, Arm은 과거에도 상장사였던 이력이 있는데, 왜 이번 상장만 유독 문제가 되냐고요? 맞습니다. Arm은 1998년부터 소프트뱅크가 인수한 2016년까지 상장사였어요. 그런데 당시에는 모바일 기기 시장의 규모가 지금과 비교해 훨씬 작았을 뿐만 아니라, Arm의 점유율도 지금 같은 수준은 아니었어요. 이 기업의 '중립성'이 시장에서 지금처럼 중요도를 지니지는 않았던 것이죠.


따라서 Arm은 기존의 파트너십 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져야 하는 외줄타기를 해야 하는 셈인데요. 이 기업이 도모하는 AI 및 데이터센터가 미중 갈등으로 인해 지정학적인 긴장감이 높은 분야임을 고려하면 균형잡기의 난도는 더 올라갈 겁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사실은 '소소'한 일?


이처럼 시장은 Arm의 IPO 성공을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데요. 다만 지금 시점에서 제기된 우려들이 기업의 펀더멘털을 크게 흔드는 소식들은 아니었음은 유념할 필요가 있어요. 쉽게 말해 "지금 Arm 큰일났다!"는 경고가 나온 것이 아니라는 거죠. 단순히 "앞으로 이렇게 성장해야 할 텐데 잘할수 있을까?"하는 정도의 의구심이 나온 것입니다.


Arm은 여전히 모바일 기기 시장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바일 기기 시장은 과거만큼 폭발적이진 않을지언정 여전히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요. 자사 설계가 사용되는 칩의 개수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Arm인데요.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는 인구도, 한 사람이 사용하는 기기의 개수도 꾸준히 늘어가는 추세는 이 기업에게 긍정적인 요소입니다.


신사업 확장에 있어서도 Arm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고 있어요. 클라우드 업계 1위 기업인 아마존과의 든든한 파트너십이 그 시작이죠.


아마존 AWS는 올해 2분기 기준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을 30% 넘게 점유한 업계 1위 플랫폼입니다. 동시에 이들은 Arm 데이터센터 반도체의 가장 큰 고객이에요. 아마존이 자체 개발한 'AWS 그라비톤'은 Arm 기반의 반도체인데요. 지난 8월 영국의 IT매체 더 레지스터에 따르면, 아마존은 지금까지 유통된 Arm 기반 반도체의 절반가량을 확보하고 있어요.


더 레지스터가 인용한 번스타인의 보고서에 따르면, Arm 기반 서버 반도체는 인텔의 x86 기반 반도체와 비교해 20%에서 최대 70%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습니다. 퍼포먼스는 그대로 유지한 상태로 말이죠. 이 덕분일까요? 지난해 3월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가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Arm 기반 서버 점유율은 2024년까지 22%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또한 Arm은 새로운 수익화 전략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Arm은 코어에 대한 설계 라이선스만을 판매하는 기존의 수익 모델에서, 고객사가 즉각 생산에 나설 수 있을 정도 수준의 복잡한 설계까지 판매하는 방향으로의 확장을 도모하고 있어요. 쉽게 말해 팹리스들의 팹리스에서 그냥 팹리스 기업처럼 되겠다는 것이죠.


이 전략의 이름은 '메이드 포 유 칩'인데요. 이것이 당장 Arm이 지금의 팹리스 기업들처럼 파운드리에 반도체를 위탁 생산해 반도체 완제품을 판매하는 사업 모델을 채택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Arm이 판매하는 것은 여전히 '반도체 제품'이 아닌 '설계'에 머무를 것으로 보여요. 다만 더 복잡한 설계를 판매함으로써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더 많은 로열티를 가져가겠다는 뜻이죠.


최종 점검


마지막으로 몇 가지 지표를 간략하게 확인해 보고 마무리해 봅시다. 먼저 밸류에이션 메트릭을 보면 이 기업의 현재 주가는 과대평가된 상태라 볼 수 있습니다. 주가수익비율(PER)은 150배를 넘어가는 수준이고, 주가매출비율(PSR)도 23배에 달하니 말이죠. 괜히 지금의 주가가 과도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또 투자자들이 반드시 알아둬야 할 부분은 Arm 주식의 유통 물량이 적다는 점입니다. 소프트뱅크는 여전히 Arm의 지분을 90%가량 유지하고 있습니다. 즉 시장에 풀린 주식은 전체 지분의 10% 남짓이라는 거죠. 유통 물량이 적으면 상대적으로 주가의 변동성이 높아지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Arm의 미래가치를 생각하면 지금의 밸류에이션도 여전히 괜찮은 수준인 걸까요? Arm이 IPO 열기가 식은 뒤에도 꾸준히 우상향하는 종목이 될지, 아니면 과도한 밸류에이션으로 인해 주춤하게 될지.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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