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투심 '냉기'…LG유플·에코프로비엠 발행 보류
공사채·은행채 등 수급 부담에 이·팔 전쟁 변수까지…'오버 금리' 속출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2일 16시 3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연휴 이후 회사채 수요예측 과정에서 '오버 금리' 발행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사태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특수채·은행채 발행 증가에 따른 채권시장 수급 부담까지 얽히면서다. 시장 안팎에서는 회사채 스프레드가 추가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LG유플러스 등 일부 회사채 발행 예정 기업들은 이달 발행 계획을 철회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전날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선 롯데칠성음료(AA0/안정적)는 1000억원(3년물) 모집 대비 4300억원의 투자수요를 모았다. 넉넉한 매수주문에도 불구, 모집액은 롯데칠성음료의 개별민평금리보다 8bp(1bp=0.01%포인트) 높은 금리에서 채워졌다. 이달 초 기준 롯데칠성음료의 3년 만기 개별민평금리는 4.8% 수준에서 형성, 가산 스프레드를 적용하면 최종 발행금리는 5% 안팎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수요예측을 진행한 SK텔레콤(AAA/안정적)도 총 1조1400억원에 달하는 매수주문을 받아 모집액(2000억원)을 크게 웃돌았지만, 일부 만기가 '오버 금리'에 낙찰됐다. 트랜치를 ▲3년물 700억원 ▲5년물 700억원 ▲7년물 300억원 ▲10년물 300억원 등으로 구성한 SK텔레콤은 3년물(+7bp), 5년물(+5bp) 등에서 개별민평 대비 높은 금리에 모집액을 채우면서다. 7년물(-14bp)과 10년물(-50bp)에서 언더 금리에 완판된 것과 대비를 이뤘다.


이들 AA급 이상 우량 회사채들이 오버 금리로 밀린다는 것은 시장의 매수세가 눈에 띄게 식어가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외에도 SK인천석유화학(A+/안정적)은 1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하면서 최대 2000억원까지 증액을 염두에 뒀지만, 모집액은 1520억원에 그쳤다. 연휴 직후였던 지난 10일 수요예측에 나섰던 한국투자증권(AA0/안정적)은 만기별로 개별민평 대비 26~29bp 높은 금리밴드 상단에서 간신히 모집액을 채웠다.


IB업계 관계자는 "주요 기관들의 참여 강도가 점점 약해지는 모습"이라며 "회사채 스프레드(회사채와 국고채 간 금리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B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신용등급 AAA급인 공사채와 은행채 발행이 늘면서 수급상으로도 회사채가 소화되기엔 부담이 있는 상황"이라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의 영향이 아직은 제한적이더라도, 안전자산 선호 기조가 강해지면서 신용위험이 있는 회사채 선호도는 낮아지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국고채 금리가 낮아지면 다시 회사채 수요가 생길 가능성도 있어 전체적으로 흐름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회사채 투심이 식으면서 에코프로비엠(A0/안정적)은 이달 예정해 뒀던 회사채 발행을 전면 보류시켰다. LG유플러스(AA0/안정적)도 당초 이달 17일 수요예측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시점을 연기하기로 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완전히 발행 계획을 철회하는 것은 아니고 일단 연기하겠다는 것"이라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기관의 투심도 꺾이면서 기업들도 공모 조달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