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證, 롯데그룹 장기CP 자금조달 '든든한 우군'
장기CP 토대 롯데그룹과 파트너십 강화…자본시장 '사각지대' 지적도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9일 17시 5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증권 본사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장기 기업어음(CP)을 잇따라 발행하고 있다. 지난달 롯데글로벌로지스가 2년 만기 CP를 발행한 데 이어 이달에도 롯데알미늄이 같은 만기 CP를 발행했다. 신용등급 A급인 이들 계열사는 회사채 시장에서 자력 조달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자 장기CP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모습이다. 


이처럼 롯데그룹이 발행한 장기CP는 대부분 한국투자증권이 인수를 독식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종합포장 소재기업인 롯데알미늄은 지난 7일 300억원 규모 CP를 2년 만기로 발행했다. 할인율은 연 5.5%로 파악된다. 인수업무는 한국투자증권이 맡았다.


올해 롯데그룹의 장기CP 발행은 이번 롯데알미늄이 처음이 아니다. 호텔롯데가 지난 1월과 2월에 걸쳐 총 2800억원 규모의 장기CP를 발행한 데 이어 롯데하이마트가 지난 4월 장기CP로 1000억원을 조달한 바 있다. 이후 롯데쇼핑·롯데케미칼·롯데렌탈·롯데칠성음료 등 주력 계열사들이 공모채 시장에 나서면서 그룹의 장기CP 발행은 뜸해지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달 롯데글로벌로지스가 300억원 규모로 장기CP 발행을 재개한 데 이어 이달 롯데알미늄도 장기CP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이 가운데 호텔롯데를 제외한 롯데그룹의 모든 장기CP는 한국투자증권이 인수 업무를 맡았다. 사실상 롯데그룹 비우량 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올 초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쇼핑 등의 회사채 주관사단에서 빠졌지만 장기CP를 토대로 파트너십을 강화한 모습이다. 올 하반기에는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롯데렌탈 ▲롯데칠성음료 등 회사채 발행에 나선 롯데그룹 모든 계열사의 주관사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특정 증권사가 반복적으로 장기CP 발행을 돕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제기된다. 통상 CP는 발행만기 1년 미만의 채무증권으로 간주돼 단기신용등급이 부여된다. 반면 만기 1년 이상인 장기CP는 단기등급만 받고 실질적으로는 장기조달을 하게 돼 '자본시장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을 받는다. 


실제로 이번 장기CP를 발행한 롯데알미늄은 아예 장기신용등급을 받지 않고 있는 상태다. 1년 미만의 단기신용등급만 A2+로 부여돼 있다. 장기CP 발행 과정에서는 투명한 금리 산정을 위한 수요예측 제도도 부재하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장기 CP 시장의 확대는 '신용평가-수요예측-시가평가'라는 국내 자본시장을 규율하는 세 가지 주요 수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환경에서 상당한 규제차익을 얻고 있는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며 "의도적이든 아니든 채권시장의 제반 규율이 결과적으로 회피되는 상황에서 발행 및 유통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장기CP는 증권신고서와 수요예측 등 수년간에 걸쳐 구축한 채권시장의 투자자 보호 장치가 배제되는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장기CP 시장이 다시 활성화되면 기업 입장에서 번거로운 회사채 발행 절차를 감수할 이유가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채 등 채권 발행 주관과 인수로 수위의 역량을 다져온 한국투자증권이 채권시장을 왜곡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한국투자증권은 "해당 장기CP 물량은 차환 목적으로 발행한 것"이라며 "회사채 시장에 영향을 주는 발행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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