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도 상환…회사채 시장 자취감춘 삼성그룹
이달 1700억원 만기 회사채 상환 예정…올해 그룹 발행사 호텔신라·삼성증권뿐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6일 15시 2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사옥.(사진=삼성물산)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삼성물산이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1700억원 규모 회사채를 현금으로 상환할 전망이다. 앞서 삼성SDI도 9월 만기도래 회사채 2200억원을 현금으로 상환한 바 있어, 삼성그룹 주요 발행사들이 회사채 시장과의 '거리 두기'를 지속하는 추세다. 올해 회사채를 발행한 그룹사는 호텔신라와 삼성증권뿐이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이달 24일 17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지난 2020년 3년 만기로 발행해 둔 회사채로, 금리는 연 1.294% 수준이었다. 삼성물산은 현재 차환을 위한 회사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지 않아, 보유 현금으로 상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 3분기 말 연결기준 약 5조원 수준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별도의 차환 계획은 없다"며 "현금 상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외에도 대부분의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회사채 시장에서 모습을 감추고 있다. 올해 삼성그룹 내에서 공모채를 발행한 곳은 연초 호텔신라와 삼성증권이 전부였다. 삼성증권의 경우 증권업 특성상 지속적인 자금조달의 필요성이 높아 예외적인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반 기업 중에서는 공모채 시장에서 호텔신라만 삼성그룹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과거 삼성물산, 삼성SDI, 호텔신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주요 이슈어(issuer)로 자리매김하며 공모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던 추세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 투자에 따른 자금소요에도 지난 2018년을 끝으로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고 있고, 삼성물산도 지난 2020년이 마지막 발행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21년 회사채 데뷔전을 치렀지만, 이듬해 유상증자로 조달 방식을 바꿨다.


삼성 측은 "개별 계열사의 자금 사정에 따라 회사채 발행의 필요성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도 올 초 2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소요가 발생했지만, 외부 조달 대신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의 차입을 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1년을 끝으로 20년 넘게 국내 회사채 시장을 찾지 않고 있다. 지난 2012년 미국법인을 통해 10억달러 규모의 외화채를 발행한 적은 있다.


삼성의 이 같은 보수적인 조달 기조는 SK, LG 등 국내 여타 그룹의 행보와도 대비를 이룬다. 재계 2위인 SK그룹은 올해 1~3분기 공모채 시장에서 누적 8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하면서 올해도 회사채 시장의 최대 이슈어 그룹으로 꼽히고 있다. SK그룹에 이어 ▲LG그룹(4조1400원) ▲롯데그룹(3조5280억원) ▲포스코그룹(2조4800억원) ▲한화그룹(2조1400억원) ▲신세계그룹(1조7900억원) ▲GS그룹(1조3700억원) ▲HD현대그룹(1조3560억원) 등도 올해 대체로 그룹 규모에 비례해 공모자금을 조달했다.


재계 10위권에서 삼성그룹 외에도 현대차그룹이 올해 회사채 발행에 소극적이었지만, 이는 완성차 업황 호조로 인해 현대차·기아 등 핵심 계열사들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외부 조달의 필요성이 낮아진 영향이었다. 현대제철과 현대건설, 현대트랜시스, 현대케피코, 현대로템 등 나머지 계열사들은 올해 연이어 공모조달 행보를 이어갔다. 이 중 현대트랜시스와 현대건설은 올해만 두 차례에 걸쳐 회사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요 대기업그룹 가운데 삼성그룹의 자본시장 행보가 비교적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며 "삼성SDI의 경우 배터리 사업을 위해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와중에도 정책금융이나 국내외 은행 차입을 고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그룹 내 개별 기업의 자금 상황이 가장 큰 요인이겠지만, 그룹 전반적으로도 공개 시장에 나서는 것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IB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AA+), 삼성증권(AA+), 삼성카드(AA+), 삼성SDI(AA0), 호텔신라(AA-) 등 신용등급이 우량한 계열사들은 대부분 실적이 뒷받침되면서 외부 조달 필요성이 낮은편"이라며 "그 외 삼성중공업이나 삼성엔지니어링 등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자금소요가 있더라도 그룹 측에서 공개적인 발행을 원치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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