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상장
국내 상륙한 USDT, 왜 그간 상장 못했나
①외국환거래법 위반 가능성, 부정적 인식 확산…한은 주도 CBDC와 역할 중복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3일 16시 2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과 코인원은 각각 지난달 30일, 지난 7일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를 상장했다. (사진=테더)


[딜사이트 황지현 기자] 국내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암묵적으로 거래를 지원하지 않았던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연이어 상장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보이지만 스테이블코인을 상장하지 않는다는 거래소 간의 '암묵적 룰'이 깨졌다는 평가다.


그렇다면 암묵적인 룰이 작동할 정도로 스테이블코인을 상장하지 않았던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테라·루나 사태 이후 스테이블코인을 향해 생긴 부정적인 여론과 금융당국이 밀고 있는 디지털화폐(CBDC) 사업에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다는 점을 배경으로 꼽았다.


13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빗썸과 코인원은 각각 지난달 30일, 지난 7일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를 상장했다.


USDT는 미국 달러와 1:1로 가치가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이다. 가격이 일정하게 유지돼 매수·매도를 통한 차익 실현보다는 주로 '국내 거래소-해외 거래소' 간 송금 수단으로 거래된다. 국내 투자자의 자금이 해외로 이동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도와주는 것이다.


국내 거래소들은 이러한 점을 주목해 그동안 USDT와 관련된 상장을 꺼려왔다. USDT가 달러와 연동되는 만큼 외화 유출 관련 이슈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원화-달러 환전 수수료를 2% 상당 부과하고 있지만, USDT를 이용하면 이를 우회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원화를 통해 USDT를 매수하고 이를 다시 달러로 바꾸면 외환거래법 위반으로 볼 여지도 있다.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파트너변호사(국민의힘 디지털자산 특별위원회 위원)는 "엄밀히 말하면 USDT는 가상자산이라 달러로 환전하지 않는 한 외환거래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USDT를 가상자산 거래에 그치지 않고 외환거래를 중개하면 외국환거래법 위반이 되는 등 악용될 여지가 있었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거래소들이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그동안 상장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테라·루나 사태로 스테이블코인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고조된 점도 거래소들이 스테이블코인을 그동안 상장하지 못했던 이유로 꼽힌다.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테라·루나는 기존의 법정 화폐 등을 담보로 한 스테이블코인이 아닌 별도의 담보물 없이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공급과 수요를 조절해 가격 안정성을 유지하려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다. 한때 시가총액 10위 안에 위치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원인 모를 대량 매도로 5개월 사이 약 50조원이 사라졌다. 이는 전반적인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지기 충분했다.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활용성 테스트 활용사례 및 세부 계획에 대한 기자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안병남 디지털자산연구팀장, 김동섭 디지털화폐기획팀장, 배수암 사무관. 2023.11.23/뉴스1

국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한국은행도 스테이블코인의 등장을 위협적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22년부터 CBDC 개발에 나서 한국은행은 현재 국제결제은행(BIS)과 함께 CBDC 활용성 테스트에 착수했다. CBDC는 가상자산과 달리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새로운 화폐를 의미한다. 디지털 자산이면서도 가상자산이 지닌 변동성의 위험이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가상자산업계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이 유통되고 활성화하면 한국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CBDC와 역할이 중복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한국은행은 가상자산사업자와 발행인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권을 가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스테이블코인이 통화 성격이 강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국민의힘 가상자산특별위원회 위원)는 "USDT와 같은 스테이블코인이 유통되고 활성화되면 한국은행이 주도하고 있는 CBDC가 의미가 없어지게 되고, 달러와 연동되는 만큼 국내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사실상 스테이블코인 상장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암묵적으로 '그림자 규제'처럼 작용해 상장하지 않았고, 금융당국과 한국은행 기조를 지켜보고 있던 가상자산 거래소 입장에서는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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