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배급4社 가성비 전쟁
82억 쓴 '도그데이즈', 크랭크인 4년 만 개봉
① CJ ENM 메인투자, 배우 김윤진 펀딩·제작 관여...BEP는 극장 관객 200만명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5일 16시 1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진=영화진흥위원회


[딜사이트 김태호 기자] 영화 투자배급사인 'CJ ENM'이 올해 설날에 개봉할 작품으로 순제작비 82억원이 들어간 '도그데이즈'를 낙점했다. 영화투자 시장에 한파가 지속되고 있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구작을 개봉해 묵은 투자금을 회수하고 중박 이상의 성과를 노리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5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도그데이즈'는 오는 7일 국내 극장에서 개봉한다. 지난 2018년 제작된 미국 영화 '해피 디 데이'(원제 : Dog Days)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휴먼 드라마 장르로, 반려동물을 앞세워 성별과 연령이 다양한 여러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내용이다.


◆ 순제작비 82억, 거품 뺀 영화...명절특수 사라진 극장가 분위기 반영


도그데이즈 순제작비는 82억원이다. 한국 상업영화(순제작비 30억 이상) 평균 순제작비인 100억원(2022년 기준)을 밑도는 중예산 영화다. 두터운 팬덤을 보유한 한류배우나 유명 감독을 캐스팅하지 않고 대신 작품성 등을 앞세워 제작비를 낮췄다. 이른바 '가성비'가 돋보이는 영화인 것이다. 연출은 신인인 김덕민 감독, 주연은 윤여정·유해진·김윤진 등 9명이 맡았다.


도그데이즈 배급사는 CJ ENM이다. 회사는 반려동물이라는 소재가 가족과 함께 보기 좋을 것으로 판단해 이 작품을 설날에 개봉하기로 결정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영화 시장에서 예전만큼 '명절특수'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점도 이러한 결정을 거들었을 것으로 분석한다. 미디어 환경이 OTT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콘텐츠 구매 행태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추석에는 대작 영화 세 편이 극장에 동시 개봉했지만, 모두 투자수익을 내지 못했다. 그나마 CJ ENM이 순제작비 113억원을 들여 만든 '천박사 퇴마연구소'가 선방했다. 이 영화 BEP는 240만명으로 책정됐으며, 극장 관객은 191만명을 모집했다. 경쟁작인 '1947 보스톤'과 '거미집'은 각각 극장 관객 102만명·31만명을 기록하는 등 BEP를 한참 밑돌았다.


문화콘텐츠 투자업계 관계자는 "OTT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이제 관객들은 특정 시기에 개봉되는 영화를 수동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원하는 작품을 능동적으로 찾아본다"며 "명절특수라는 말이 반드시 성립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차라리 '도그데이즈'처럼 가성비 좋고 명절에 어울리는 영화로 중박을 노리는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CJ ENM 메인투자, 2021년 말 촬영 시작...200만 훌쩍 넘겨야 고수익 기대


도그데이즈 메인투자는 CJ ENM이 맡았다. 메인투자자는 일반적으로 총제작비 20~30%를 부담하고 펀딩을 주도한다. 원조 한류스타로 유명한 김윤진 배우가 투자유치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윤진은 이 영화 원작 판권을 구매하고, '국제시장(2014)'에서 호흡을 맞춘 윤제균 감독에게 각색을 맡겼다. 윤 감독은 CJ ENM 자회사인 CJ스튜디오스 공동 대표로 있다.


도그데이즈의 투자자 기준 손익분기점(BEP)은 극장 관객 200만명으로 책정됐다. 예상 부가수익을 포함한 수치다. 일반적으로 부가수익은 극장 매출의 20% 가량 발생한다. 영화는 극장 상영을 마친 후 인터넷TV(IPTV)·주문형비디오(VOD)→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케이블TV·지상파에 추가로 판매되며 단가는 점차 낮아진다.


도그데이즈 투자자가 만족할 만한 내부수익률(IRR)을 기록하려면, 200만명을 한참 웃도는 흥행 성적을 거둬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초기 투자자의 투자기간이 햇수로 4년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지난 2021년 12월 크랭크인(촬영시작)했으며, 펀딩은 이 시점 전후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CJ ENM은 투자금을 최대한 많이 회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야심차게 준비한 대작들이 최근 흥행에 잇따라 실패해 거액의 투자손실을 봤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 개봉한 '더 문'(순제작비 280억원)은 극장 관객 51만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현재 상영 중인 '외계+인2'(순제작비 310억원)도 관객 140만명에 불과하는 등 BEP를 넘지 못하고 부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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