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커지는 내부갈등
계열사 간 '동상이몽', 노조 지형 재편
②상위단체 없는 노조 '초기업 노조' 탄생, 세력 커질 듯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1일 10시 5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홍광흠 삼성 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삼성 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출범식에서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제공=뉴스1)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최근 삼성 그룹 내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계열사별 노조들이 생기거나, 노조 간 분쟁이 일어나는 등 갈등이 커지고 있다. 계열사별 노조도 이해타산(利害打算)을 계산하면서 서로 뭉치고 흩어지면서 세력을 키우고 있다. 


삼성 각 계열사들은 그동안 그룹 또는 사업 지원 TF(태스크포스)를 통해 획일적인 통제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각사에 실정에 맞는 임금, 복지, 근로조건을 수립하자는 게 각 계열사별 노조의 요구다. 삼성 입장에서도 다양해진 요구에 대응하면서 향후 노사관계 대응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의 노조는 상위단체가 있는 노조와 상위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노조가 있다. 상위 단체에 대한 불만을 품은 노조원들이 새로운 노조를 만들어 다른 계열사와 손을 잡기도 하고, 상위단체는 다르지만 세를 키우기 위해 계열사끼리 서로 힘을 합치는 노조도 있다.


우선 상위단체가 같은 노조 모임은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다. 이들은 2021년 2월 8일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으로 뭉쳐 최초로 공동교섭을 요구했다. 올해도 2월 6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그룹의 근로조건 및 노사관계 개선을 위한 공동요구안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재용 회장과 직접 교섭 상견례 ▲교섭 시 대표이사 참석을 노사관계 개선 요구로 내세웠다.


삼성그룹노조연대는 삼성디스플레이 노동조합, 삼성SDI울산 노동조합, 전국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삼성생명 노동조합, 삼성생명서비스 노동조합, 삼성화재 노동조합,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 노동조합, 삼성카드고객서비스 노동조합, 삼성웰스토리 노동조합, 삼성에스원참여 노동조합, 삼성엔지니어링 노동조합&U(엔유) 등 11개다. 


상위단체가 다르거나 없는 노조 간의 연대도 생겼다. '삼성전자계열사 노조연대'(삼전노조연대)는 전국삼성전자노조, 삼성전자노조 '동행', 삼성전자사무직노조,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삼성디스플레이노조,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통합지회, 금속노조 삼성전자판매지회, 금속노조 삼성SDI지회(천안), 금속노조 삼성SDI울산지회 등 9개 조직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4곳,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2곳, 상위단체가 없는 기업노조 3곳 등이다.


이들은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삼성디지털프라자 삼성대치본점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안전 문제에 대한 해결을 사쪽에 촉구하는 한편, 사회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 노사가 함께 재원을 마련하는 '노사 상생기금 조성'을 제안했다.


상위단체가 없는 노조도 있다. 이들은 최근 계열사를 초월해 하나의 통합 노조로 거듭나는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초기업노조)'를 만들었다. 초기업노조에 참가하는 계열사 노조는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 노조, 삼성화재 리본노조,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 등 4곳이다.


초기업노조는 그룹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각 계열사의 실정에 맞는 임금 협상 교섭을 방해하고 있다며 '가이드라인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각 계열사 노조별로 알아서 임금 협상 교섭에 임하되 교섭 체결권만 초기업노조로 일원화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기 존중노조가 5월에 합류하면 2만명에 육박하는 거대 노조가 된다.


초기업노조가 탄생한 것은 기존 상급 단체가 있는 노조에 대한 불만이 생겼기 때문이다. 또 계열사 내에 다른 노조와의 불협화음이 생기면서 타 계열사 노조와 힘을 합치게 된 것도 이유다. 


대표적으로 DX노조는 삼성전자의 교섭권을 가지고 있는 한노총 산하의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와의 갈등으로 인해 초기업노조와 손을 잡았다. 지난해까지 전삼노는 삼성전자노조 동행, 삼성전자사무직노조, 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 등 4개 노조와 공동교섭단을 꾸리고 대표로 임금단체협상에 나선다. 삼성그룹 내 노조 중에서도 노조원(1만700여명)이 가장 많은 곳으로 삼성을 대표하는 노조다. 


DX노조는 지난해 1월 출범한 삼성전자의 5번째 노조로 두 번째로 조합원(6000명)이 많다. 모바일·가전·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소속으로 'MZ(밀레니얼+Z세대)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에 가입하기도 했다. 이들은 2022년 2월 전삼노 비상대책위원장이 삼성전자 사원들 간 임금 격차가 드러나는 내용의 피켓을 독단적으로 제작해 기자회견을 개최한 일 등에 대해 불만이 컸다. 삼성그룹노조연대가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고 조합원들과 소통이 되지 않은 점도 이들과 맞지 않았다.


하지만 DX노조는 교섭에 참여할 수 없다. 삼성전자가 노사 간의 갈등을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삼노도 DX노조와 협상을 함께 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자 DX노조가 초기업노조와 손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DX노조를 제외한 3개 노조는 교섭권을 가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기존 한국노총 금속노련 산하의 1노조(삼성디스플레이 노조)를 제치고 상위단체가 없는 2노조(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가 교섭단체로 선정된 곳이다. 상위단체에 대한 피로감으로 인해 노조 설립 6개월 만에 2노조가 교섭권을 가져간 사례다. 삼성화재는 삼성화재 노조와 삼성화재 리본노조(전 평사원협의회 노조) 2곳이 서로 소송전을 펼치고 있다. 삼성화재노조가 리본노조에 대해 "설립과정에서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고 어용노조로 독립성이 결여됐다"며 설립무효 소송을 냈다. 양측의 갈등이 커지면서 리본노조가 초기업노조에 합류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계열사 중에 분위기가 가장 안좋다.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 의혹으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을 받았기 때문이다. 숨진 직원의 경우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근거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고용부가 실시한 설문 응답자 751명 중 417명(55.5%)이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을 직접 당했다는 응답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내기도 했지만 삼성전자가 실적이 좋지 못하면서 노조에서는 성과에 맞는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이에 초기업노조를 통해 교섭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이외에도 삼성물산의 경우는 4개 사업부가 있는 만큼 건설부문과 비건설부문 교섭단위 분리 문제가 이슈다. 삼성물산건설부문노조가 교섭대표노조가 되면서 삼성지회는 조만간 3개 부문(상사·패션·리조트)에 대한 교섭단위 분리 신청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들어갈 전망이다.


한편 각 계열사별 노조별 교섭단체와 상황은 다르지만 삼성그룹 내 임단협은 지지부진하다. 전삼노와 본교섭을 진행 중인 삼성전자는 협상이 결렬되면서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노동쟁의 조정이 들어갔다.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도 중노위 조정신청에 들어갔다. 또 DX노조와 삼성바이오로직스노조, 디스플레이 열린 노조는 통상임금 소송에 들어간다. 명절 귀성여비를 통상임금에 포함하기로 했지만 적용되지 않아 수당 차액 지급을 요구하는 것이다.


전삼노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8차례 교섭 기간 동안 한차례도 사측 제시안을 들고오지 않았는데 협상이 제대로 되겠느냐"면서 "3월에 정상적인 임금 인상을 하려면 2월말에 교섭이 타결해야됨에도 교섭을 고의로 지연시키는 것으로 보여 노동쟁의 조정에 들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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