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혁 현대코퍼레이션 회장, 연봉 셀프인상 '눈총'
상여 확대 위해 한도 상향…보수위 미설치, 대표인 정 회장이 급여 책정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2일 15시 5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몽혁 현대코퍼레이션그룹 회장이 글로벌 전략회의(GSC)에서 개회사를 발표하고 있다. (제공=현대코퍼레이션그룹)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정몽혁 현대코퍼레이션 대표이사 회장이 이사 보수한도 증액 덕을 적잖이 누린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의 급여가 매년 인상되는 데다 현대코퍼레이션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하면서 상여금까지 두둑하게 챙긴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현대코퍼레이션은 별도의 보상위원회를 두지 않고 있다. 이사회 규정에 따라 임원 급여와 상여 수준을 결정하는데, 정 회장이 이사회 의장인 만큼 사실상 '셀프 책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정몽혁 회장, 지난해 약 35억원 상당 보수 수령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코퍼레이션은 지난해 6명의 등기이사에게 총 52억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이는 전년(49억원)보다 6% 늘어난 금액이고, 최고한도액 60억원 대비 실제 집행률은 87%였다.


눈길을 끄는 점은 총 보수의 97%를 사내이사진(정몽혁 회장·김원갑 대표이사 부회장·장안석 대표이사 사장)이 독식했다는 점이다. 이들 3인은 지난해 총 50억2000만원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외이사 3명에게 지급된 보수는 1인당 6000만원, 총 1억8000만원에 불과했다. 사외이사 보수는 2017년부터 동결된 상태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정 회장은 약 35억원 안팎의 보수를 수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먼저 고정 급여로 18억원을 수령했다. 전년 16억8000만원과 비교할 때 7% 인상된 금액이다. 정 회장 급여는 현대코퍼레이션이 현대중공업그룹에서 계열분리한 이후 2017년부터 3년 연속 13억3200만원을 유지했으나, 2020년부터 연평균 8%씩 늘고 있다.


아울러 정 회장은 지난해 최소 15억원에서 최대 18억원의 상여금을 지급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현대코퍼레이션이 창사 최대 실적을 경신한 데다 상여 지급 기준을 기본급의 75%에서 100%로 확대한 만큼 전년(14억원)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으로 보상을 챙겼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현대코퍼레이션의 연결기준 지난해 매출은 7.4% 늘어난 6조5804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48.8% 급증한 994억원으로 집계됐다. 


◆ 대표·의장 겸직 오너 '셀프 책정'…견제 장치 없어


업계에서는 현대코퍼레이션이 지난해 3월 기존 50억원이었던 이사 보수한도를 20%(50억→60억원) 상향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만약 이사 보수한수가 전년과 동일한 수준이었다면 정 회장이 챙길 수 있는 보수는 제한적이었을 수밖에 없어서다.


상사업계는 2022년부터 원자재 값이 급등하면서 호황을 누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가스·철광석·유연탄 등의 원자재 수급 부족이 심화된 영향이다. 현대코퍼레이션 역시 그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2%, 91%씩 늘어났다. 당분간 호실적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 현대코퍼레이션은 상여금 지급을 염두에 두고 보수한도를 늘렸다.


현대코퍼레이션 이사회 규정.

문제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직 중인 정 회장을 향해 '셀프 보수인상'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상장사의 경우 투명·독립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이사회 내 소위원회인 보상위원회를 설치한다. 사내·외이사로 구성된 보상위원회는 객관적인 경영성과를 평가해 보수와 상여 등을 책정한다.


하지만 현대코퍼레이션의 경우 이사회 의장인 정 회장이 사실상 최종 결정권자를 맡고 있다. 이 회사 이사회 규정에 따르면 '경영진의 급여, 퇴직금, 상여금 등은 대표이사가 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적시돼 있다. 현대코퍼레이션이 총 3인의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지만, 오너인 정 회장에게 반기를 들기란 쉽지 않다.


정 회장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돼 있지 없다. 현대코퍼레이션은 별도기준 자산총액이 2조원을 넘지 않는 만큼 사외이사 과반 규정을 따라야 할 의무가 없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의 수가 같은 만큼 감시 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대코퍼레이션 관계자는 "2022년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만큼 상여금 지급을 위해 지난해 이사 보수한도를 늘렸다"며 "다만 2017년부터 5년간 보수한도를 올리지 않았던 터라 급여와 물가인상분 등을 고려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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