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이슈어' 롯데케미칼, 회사채 상환 고육지책
신용등급 강등, 공모조달 부담…"흑자전환에도 자금 순유출 전망"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6일 07시 0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최근 신용등급이 강등된 롯데케미칼이 이달 만기가 도래하는 2000억원 규모 공모채를 현금으로 상환할 예정이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현금흐름은 타이트한 상황이지만,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해 공모시장에서 차환에 나서기는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이달 28일 2000억원 규모 회사채(제56-1회) 만기가 돌아온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적자 기조에도 차환 대신 상환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롯데케미칼 측은 "해당 회사채 만기는 보유 현금으로 상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만 해도 2월과 8월 등 두 차례에 걸쳐 공모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던 빅 이슈어(isser)였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전방 수요가 크게 위축되면서 적자도 장기화되자 롯데케미칼에 대한 시장의 투심도 차갑게 돌아섰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2월 3500억원 규모 공모채 발행에 나서면서 최대 7000억원 규모로 증액을 계획했지만, 투자수요가 6200억원에 그치면서 증액 목표치 달성에 실패했다.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신용등급 강등까지 겹쳤다. 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 3사는 지난달 말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기존 AA+(부정적)에서 AA0(안정적)로 조정했다. 롯데그룹 내에서 롯데케미칼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보니,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조정은 ▲롯데지주(AA0→AA-) ▲롯데케피탈(AA-→A+) ▲롯데렌탈(AA-→A+) ▲롯데물산(AA-→AA+) ▲롯데오토리스(A0→A-) 등 계열사 연쇄 강등으로 이어졌다.


IB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은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이뤄져도 AA0 수준으로 여전히 우량등급에 속한다"면서도 "강등 직후 시점이라 시장의 반응이 우호적이지 않을 수 있어서 회사채 발행 계획을 접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초 롯데케미칼이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주문을 받아 증액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시장 내 손꼽히는 이슈어로서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실적 부진으로 재무안정성이 저하되는 상황에서 자금조달력까지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롯데케미칼의 현금·장단기금융상품 등을 합산한 현금성 자산은 지난 1분기 말 연결기준 5조원 수준으로 곳간 자체는 풍부하다. 그러나 대규모 설비투자 부담이 지속되면서 총차입금은 8조3141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지난 2021년 말까지만 해도 '실질적 무차입' 구조를 이어갔던 롯데케미칼이지만 1년 남짓한 사이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성자산) 규모가 3조원 수준으로 치솟았다.


원종현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롯데케미칼은 2023~2024년 국내외 설비 투자 등 자본적지출(CAPEX) 규모가 총 6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익창출력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전망이지만 당분간 자금 순유출 기조가 지속돼 차입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롯데케미칼의 흑자 전환에도 유의미한 재무구조 개선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300억원 안팎"이라며 "1분기 잉여현금흐름 적자 규모가 2000억~3000억원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유의미한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차입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자금조달까지 위축되면 현금흐름은 더욱 타이트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롯데케미칼의 재무안정성 추이(연결기준. 단위:억원) / 자료:나이스신용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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