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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플라의 P2O는 P2E와 무엇이 다를까?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9일 15시 2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머너즈워: 클로니클 P2O 업데이트 안내 (출처=엑스플라)


[박태우 비스타랩스 이사] 지난 2021년 가상자산 흥행의 원동력이 됐던 디파이(탈중앙금융) 이후 가장 주목받는 분야를 논하자면 게임을 빼놓을 수 없다. 블록체인의 높은 진입장벽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온라인 공간에 장시간 체류할 수 있게 하는데 게임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게임의 성공은 웹3.0 업계 입장에서야 당연히 바라는 바이지만 기존 게이머 및 게임사들은 다소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온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기존 게임사들 주도로 기존 게임에 웹3.0을 적용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블록체인이 기존 게임이 갖는 단점을 보완하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게 만들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게임사는 지금까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 많은 게이머의 지갑을 열었고 이를 통해 빠르게 성장했다. 다만 게임에 몰두하는 인구가 증가할수록 게임은 단순 오락이 아닌 삶의 일부로 발전했다. 소유한 캐릭터나 아이템이 법적 재산으로까지 인정받는 세상이 됐다. 이에 따라 각종 정책을 둘러싼 이용자와 이해충돌로 수요 기반이 악화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그런데 이 문제를 블록체인이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지난 7월 컴투스는 자체 메인넷인 엑스플라(XPLA)에서 '서머너즈워: 크로니클'과 '미니게임천국'을 출시했다. 동사가 보유한 주요 지적재산권(IP)에 P2O(Play-to-Own) 개념을 접목한 첫 사례가 되었다. 엑스플라가 내세운 P2O의 목표는 게이머가 게임 내 가치 소유를 경험하며 상생할 수 있는 경제 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기존 P2E(Play-to-Earn) 개념과 중요한 차이점은 '채굴' 또는 '작업장'의 유무라고 할 수 있다. 엑시 인피니티를 필두로 한 과거 P2E 게임은 트래픽을 모으기 위해 보상(채굴)에 집중한 반면 게임성은 살리지 못해 지속 가능한 흥행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그런데 P2O는 채굴이 집중되는 작업장을 사실상 제거함으로써 단순 보상만을 바라는 이용자가 아닌, 진성 게이머를 위한 서비스에 초점을 맞춰 건전한 생태계 확장에 방점을 두고 있다.


P2E 게임이라는 개념을 세상에 알린 엑시 인피니티는 블록체인 게임의 가능성을 보여준 프로젝트였지만, 그 몰락이 가속화된 배경에는 P2E의 핵심인 채굴이 있다. P2E에서 채굴이 유독 문제가 되는 것은 게임 자체보다는 코인 가격에 민감해진다는 것이다. 같은 돈이라면 미래가 불확실한 게임 머니 보다 진짜 '머니'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작업장의 존재는 게임에 관심 없는 악성 유저를 부르고 게임 내 재화로 쓰여야 할 토큰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정상적인 게임 플레이에 방해요인이 되면서 생태계 자체를 흔드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엑스플라는 P2O에 대해 "진성 게이머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가치 있는 아이템을 생산하면, 그것의 게임 내 유통·순환을 유도하고 소유권을 보장하는 체계"라고 설명한다. 패키지 게임은 디스크와 이를 읽고 실행할 기계가 있다면 평생 할 수 있지만 온라인게임은 서비스 종료 시 공들여 키운 내 캐릭터나 아이템을 사용할 수가 없다. 이런 허망함이 기존 온라인게임의 한계이고 P2O를 도입한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P2O는 이를 위해 웹3.0의 상호호환성을 십분 활용한 결과물이다. 가령 A 게임이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있다면, 애써 키운 캐릭터와 무기 등을 대체 불가(NFT) 요소로 빼낸 뒤 다른 B 게임으로 옮길 수 있다. 기존 A 게임에서의 능력치를 다른 게임에 온전히 활용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그 외형과 기록을 간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결국, 게임 경험의 영속성 보장이 P2O의 강점이라는 것이다.


물론 P2O 역시 작업장을 완전히 제거했다고 할 수는 없다. 게이머의 소유권을 웹3.0을 통해 온전히 인정하고 거래를 허용한다는 점부터 태생적으로 금융화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다만, 게임 플레이와 금융화의 거리를 적정 수준으로 벌리고 그 방법을 다변화함으로써 악성 플레이가 한 곳으로 집중되지 않게 분산할 수는 있다. 엑스플라는 이를 위해 강화된 토큰 이코노미 시스템을 고안했다. 그 핵심은 게임 플레이를 통해 발생한 보상의 출금 압력을 통제하는 한편 게이머가 공들여 만들어 낸 가치를 온전히 보전시켜 주는 것이다. 


강화된 토큰 이코노미가 적용된 서머너즈워: 클로니클의 토큰 흐름도 (출처=엑스플라)

그저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 입장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고 느껴질 수 있다. 사실 그것이 P2O의 핵심이다. 기존 게임이 달라져야 할 부분은 불확실한 소유권의 보장이지 쉬운 현금화 또는 게임 경제 모델의 혁신이 아니다. 


기존에도 온라인게임 내 경제 생태계는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인이었다. 균형 잡힌 게임 경제 설계야말로 한국 게임 산업을 키워낸 최대 강점이라는 의견도 있다. 아슬아슬한 균형을 절묘하게 지켜내고 있는 게임 경제를 구태여 혁신할 필요는 없다. P2O는 현란한 변화보다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에 블록체인을 담백하게 담아냈고 이런 부분이 P2E와 다른 점이다. 


불합리한 정책이나 불안정한 소유권 관리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게이머에게 보다 친화적인 환경을 제공하며 보완하는 것이 블록체인과 웹3.0의 순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P2O의 목표는 P2E보다 개선된 토큰 이코노미가 아닌 기존 게임보다 더 나은 게임 경험을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웹2.0 게이머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 가운데 웹3.0의 순기능을 인지시킬 수 있다면 P2O를 넘어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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